_김경현 「작은 책방 사용설명서」
나름 작고 얇은 책을 만든다고 자부하는데, 이건 내책 이상이다. 이 책에 비하면 내 책은 사전이다. 그만큼 작고 얇다. 제목부터 작은책방사용설명서인데, 사실 여기서 말하는 서점은 그리 작지 않다. 문화행사도 많이 하는데, 강서구에서 사실상 문화재단 역할을 하고 있는 서점이다. 다시서점의 사장이자 직원인 작가가 썼다.
사당에 있는 작은 책방 #어나더더블유 에서 만났다. 첫번째 책에서 소개한 맛집 중에는 사당역 부근 보성식당이 있었는데, 서점지기님이 책을 읽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코로나를 이기지 못하고 보성식당이 문을 닫았다는 거다. 어나더더블유를 방문하는 김에 근처에 있는 보성식당에도 들렀는데, 아직 새주인을 찾지 못했는지 텅빈 가게가 되어있었다.
어나더더블유는 독특한 서점이다. 책쓰기 모임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에세이만 입고가 가능하고, 에세이라면 어느 책도 입고가 가능하다. 나도 글쓰기 모임을 하다가 공간을 구해 서점을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응원하는 마음 반, 부러운 마음 반이었다. 부러운 마음은 여기서 만든 책들을 보면서 커졌다. 어나더더블유에서 만들어진 에세이가 한두권이 아니었다. 천천히 구경했다.
다시서점은 2014년 5월 18일에 문을 열었다.
개업식 이후 일주일동안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3p
변심으로 인한 환불이 불가하므로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싫어하는 친구에게 선물합시다
84p
손님은 왕이 아닙니다.
책방의 왕은 책입니다.
7p
상상을 초월하는 진상을 본 적은 없지만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물도 안 내리고 그냥 가셨던 그분께는 없는 상이라도 하나 만들어서 드리고 싶습니다. 매장 앞에 똥 누고 가셨던 그분께도요. 다행히도 상상이 가능한일들이라 다행입니다.
35p
처음부터 끝까지 징징거린다. 책방 하기 너무 힘들어!! 이런 손님 너무 싫어!! 이런 이야기를 해학적이고 완곡하게 표현하고 있다. 역시 서점지기들은 다 글을 잘 쓰는구나. 서점지기에 대한 편견이 굳어져간다.
헐..
지금 검색해보고 깨달았다. 김경현.. 김경현..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 것 같은데.. (사실 그냥 흔한 이름이다.) 검색해보니 나 이 사람 책 읽은 적 있다. 심지어 좋아한다. #별빛들 책을 좋아하는데 (엄지용 최고!) 별빛들 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표지가 #이런말이얼마나위로될지는모르겠지만 이다. 단순한 주황색 표지에 두꺼운 투명 플라스틱 커버가 씌워진 포스트모너지즘 느낌이 좔좔 흐르는 환경파괴 책이다. 책 내용도 표지만큼 내용도 좋았는데, 무엇보다 저자의 어마어마한 집필 양에 놀랐다. 지금까지 낸 책이 무려 13권이다. 거의 독립출판계의 강준만이다. (강준만은 한해에 대여섯권을 쓴다.) 암튼 바로 그 김경현이었구나..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은 서점지기의 푸념으로 가득하다.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겠지만, 서점의 인턴으로 입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남 일 같지 않았다.. 가 아니라 정말로 남 일이 아니다.
꽃기린 대표님이 열심히 뚝딱뚝딱 만들고 있는 #회전문서재 가 마무리 단계다. 페인트칠도 거의 다 했고 가구도 다 만들었단다. 좋아하는 책 몇권만 아주 소량으로 들여놓을 거라고 한다. 내가 원하는 책을 다 입고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길래 신나서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거의 대표님 마음대로 정했다. 다음 입고일자만 기다리면서 이를 갈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