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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07. 2022

미지의 공간

딱따구리책방

#딱따구리책방


이곳에 대한 정보는 많이 없다. 인스타에서 구경했고 내책을 입고한 곳이다. 구경해보니까, 독립서적과 중고도서를 판매하고, 공연이 종종 열리는 것 같다. 운전해서 갔는데 마침 10미터 앞이 주차장이다. (물론 유료) 가보니 문이 열려있다. 인스타에서 보니 간판이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인스타랑 똑같다. 음.. 왜 간판이 서점 간판이 아니지. 아마 예전 간판을 그대로 둔것 같다.


일단 안들어가고 근처 카페를 찾았다. 총총 @chongchong_cafe 에 맛있어 보이는 휘낭시에가 있길래 한박스 샀다. (선물용 작은 박스) 가지고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다. 음.. 왜 아무도 없지. 어차피 시간은 충분하니 당황하지 않고 (사실 당황했다) 책을 읽으며 서점지기를 기다려야지. 했는데... 계속 기다려도 서점지기는 오지 않는다.


대신에 예술가 분위기를 마구 뿜어내는 분이 오셔서 (멀리서 봐도 예술가다) 대신 설명을 해주셨다. 서점지기가 제주도 내려갔는데 자기가 패밀리여서 문만 그냥 열었다는 거다. 음... 패밀리라는게 혈족을 의미하는 걸까.


제 책이 여기 입고되어있어서 왔어요. 이야기했더니 반가워하며 감주 먹을거냐고 권했다. 감주면 술인가 했는데 식혜 비슷한 거였다. 알았다고 하니 잠깐 나가서 감자와 감주를 가져다주셨다. 음... 그럼데 양이 좀 많았다. 그러니까 오늘 점심을 안 먹었으면 이걸로 대신할 수 있을 정도의 감자다. 감주도.. 한잔 정도를 생각했는데 오늘 하루종일 물을 안 마셨으면 이걸로 대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사랑이 넘치는 패밀리다. 나도 이걸 다 먹으면 사슴피를 나눠먹는 혈맹처럼 패밀리가 되는 걸까. 예술가님은 빙수를 좋아하는지 얼음으로 꽉찬 감주였다.


공간은 상업적인 공간보다는 작업실 같았다. 서점지기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지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여러 책을 뒤적뒤적하다 공지영의 책을 꺼냈다. 예전에 좋아하던 책이다. 집에도 있다. 오랜만에 읽으니 너무 재미있다. 이책을 좋아해서 한때 나는너를응원할것이다 라는 이름의 독서모임을 운영하기도 했다. 몇년 하고나서 나만 쏙 빠져나왔다. 감자를 우걱우걱 먹으면서 읽었다.


사진에 나와있듯이 공간은 쉬기 좋게 되어있다. 동네 사람들이 꼭 책을 사려는 목적이 아니어도 와서 있을 수 있어보였다.


서점지기는 음악가다. 곡도 쓰고 공연도 한단다. 포크듀오를 한다는데, 공간이 정말 잘 어울린다. 정겹고 무해하고 나른한 느낌.


해야할일 리스트가 벽에 적혀있다.


1. 메뉴판 만들기. 메뉴판이 안보인다. 아직 안 만들었나보다.


2. 입간판 만들기. 입간판으로 보이는 게 바깥에 보인다. 근처 가게를 추천하고 있다. 휘낭시에를 사온 총총도 여기 포함되어 있다.


3. 차영에이드 소품 설명. 줄이 그어져 있는걸 보니 처리했나보다.


4. 싱크대 위 선반달기. 벽 재질에 따라 선반 다는 거 쉽지 않을 수 있는데..


5. 붙박이 책장짜기. 이거는 좀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아직 붙박이는 안 보인다.


6. 레슨모집 종이. 서점지기가 음악을 한다고 했는데, 레슨을 모집하나보다.


본의 아니게 업무 진행상황을 알게 되어버렸다.



@ddackddaguri__books


감자는 도저히 다 못 먹고 조금 남겼다. 감주는 다 들이켰다. 너무 달지 않고 맛있었다. 아무도 없으니 정리까지 하려고 설거지 통으로 갔다. 수세미는 역시 수세미였다. 그러니까 식물 수세미를 말려서 그냥 툭하고 자른 진짜 수세미. 집에서도 수세미로 설거지 하는데 여기고 천연수세미였다. 설거지 마치고 손 탈탈 털었다.


음.. 여전히 여기가 어떤 공간이지 감은 잘 안잡힌다. 아마 서점 겸 작업힐 겸 동네 사랑방. 그런 것 같다. 암튼 서점지기는 좋은 사람일 것 같다. 손이 크신 예술가님도 배풀기 좋아하는 사람 같다. 다음에 서점지기가 머무를 때 한번 더 와야지. 그때는 며칠 굶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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