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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Oct 22. 2022

독립출판은 소재가 중요하다

 _페른베 - 「욕고불만」

#욕고불만

#페른베


독립출판은 소재가 중요하다. 전문작가가 쓰는 게 아닌 만큼, 어마어마한 필력을 찾기는 어렵다. (임발님은 예외!!)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도 선별검사소의 간호사, 청소부, 고3담임이 쓴 책이었다. 다양한 삶을 살아온 작가가 자신의 경험 중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재를 꺼내니 궁금해서 책을 넘기게 된다.


독립출판도 이제 특이점에 도달했는지, 욕이 소재로 등장했다. 심지어 프랑스 욕이다.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떠오르는 기억이 있을 거다. (욕 알려줘!!) 외국어에 맛을 들이는데 욕은 필수과정이다. 나도 중국어를 식당에서 일하며 배웠기 때문에 정겹고 재미있는 비속어를 자주 사용했다.


프랑스 욕을 다룬다고 해서 어려운 문법이나 지루한 기초지식이 나오는 건 아니다. (아주 약간 등장!!) 욕은 소재일뿐, 욕과 관련한 이야기나 프랑스 관련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맛집에세이를 표방하는 책을 만들어놓고, 정작 그 책에 맛집 이야기를 별로 넣지 않은 나한테는 매우 익숙한 패턴이다.


어차피 소재는 핑계일 뿐이다. 글을 쓰고 싶다면 프랑스 욕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욕이라도 가져와서 주저리 주저리 내뱉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한다.


#독립출판


책 제목 #욕고불만 은 #욕마저고상하다는불어를만나다 의 줄임말이다. 요즘 애들이 줄임말을 많이 쓰던데, 작가님도 요즘애들인가보다. 어쩐지 좀 젊어보였다.


저자 페른베 @fernweh_leo 님은 #커넥티드북페어 에서 처음 봤다. 인스타그램에서 내 책 리뷰를 올려준 걸 보고 너무 신기해하던 터였다. (내 책 리뷰가 제일 신기!!) 이때 마스크를 한 작가님을 처음 봤다. 엄청 반갑게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었고, 두번째 본 건 #리틀프레스페어 였다. 분명 페른베님이 있는 부스인데, 덩치도 페른베 님인 것 같은데, 마스크를 내리고 껄껄 웃고 있는 사람은 처음 본 사람이었다. 잠시 서성였다. 말을 걸까, 페른베님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망설였다. 그러다 그분이 마스크를 썼는데! 페른베님이었다. 마스크를 쓴 상태만 봤더니 마스크를 벗은 상태를 보면 완전 초면이다.


코로나 기간에 만난 사람들은 다 그런 것 같다. 깐난님은 #퍼블리셔스북페어 부터 커넥티드북페어 그리고 리틀프레스페어까지 북페에서만 봤고, 많이 본 만큼 내적 친밀감은 엄청 높은데, 그래서 멀리서 봐도 딱 알것 같은데, 마스크를 벗으면 분명 못 알아볼 거다.


"프랑스어 욕 좀 알려줘요."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이런 요구를 해온다. 음, 역시 언어를 배우는 쏠쏠한 재미엔 욕이 빠질 수 없는 것인가. 내 주변 사람만 그런 게 아니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고상하게 욕으로 배우는 프랑스어> 워크숍은 늘 빠르게 마감이 됐다.


보통은 책을 먼저 읽고 나서 너무 마음에 들면 미니북을 만드는데, 이건 미니북을 먼저 만들어버렸다. 검은 바탕에 노란글씨를 내 스타일대로 변형해보고 싶었다. 참고로 원서는 표지의 노란 부분에 금박을 넣어서 반짝인다. 비용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검은 바탕에 노란 글씨 스타일은 가져오되 글씨를 바꿨다. 프랑스 욕을 다루는 책이니 프랑스 욕으로 가자. 목차에 나오는 욕을 다 적었고, 내가 아는 프랑스 단어도 같이 넣었다. 바로 페른베. 작가님 이름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작 페른베는 독일어였다. 먼 곳을 향한 그리움. 여행하고 싶어서 병난 상태.) 좋다고 적었고, 작가님에게 선물로 드렸다. 그런데 그리고 보니 이상하다. 쌍욕과 이름을 함께 적어서 준거다. 기분이 이상했을 텐데 받고 감사하다고만 했던 작가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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