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유족이다

이태원 압사 사건

밤 늦게 전화를 받았다. 동생이었다.

아, 다행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동생은 바로 받아서 다행이라고 했다.

오빠 지금 어디야? 이태원이야?

북페어를 마치고 와서 집에서 글을 쓰고 있었던 터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지금 이태원에서 큰 일이 났대. 오빠는 거기에 있나 해서 걱정되어서 전화했지. 늦은 시간에 미안해. 그래도 바로 받아서 다행이다. 잘자~

전화를 끊고 나서 이태원을 검색해보았다. 상황이 심각했다. 만약 내가 바로 전화를 받지 않았으면 동생은 얼마나 걱정했을까.

압사.

압사라니. 건물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 다른 사람에 깔려 죽는다는 게 가능할까? 언뜻 불가능해보이는 이야기는 그만큼 상황이 심각했음을 반증한다.

뉴스와 달리 유튜브에는 정제되지 않은 영상이 돌아다닌다. 쓰러진 사람 위에는 구급대원이 올라타 심폐소생술(심폐뇌소생술)을 실시하고 있고, 망연자실한 사람이 쓰러진 사람을 부여잡고 있다. 하루가 지났지만 이 장면이 아직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남 흉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늘도 열심히 입을 놀린다(나 포함).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은 다 할로윈에 이태원에 몰려가서 참사를 자초한 그들의 탓인 것처럼 매도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참사 앞에서 고인과 유족에게 피해를 주는 언사는 묵념과 애도로 대체되어야 할 시기다. 유족을 위해 그런 시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얼마전에 SPC 공장에서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원료를 섞는 기계에 끌려들어가 숨졌다. 이번에는 반대로 밤늦게 춤추고 노래를 부르며 놀다가 사람들 속에서 숨졌다. 정반대처럼 보이는, 위태로운 노동환경과 아슬아슬한 유흥공간은 이렇게 뜬금없이 만난다. 기계에 빨려들어가기도 하고 군중 속으로 빨려들어가기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떻게 살아도 어떻게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어쩌면 나에게도 내 가족에게도 닥칠 수도 있는 일이다. 세상은 거대한 공장이고, 문을 닫으면 이태원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유족이다.

이태원 압사 사고

2022년 10월 29일 밤 늦은 시간.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길에서 압사 사건이 발생했다. 경사진 도로에 사람들이 밀려들어서 넘어지고 그 위에 다시 넘어진 사람들이 깔리면서 벌어진 일이다. 할로윈을 즐기려는 대규모 인파 때문에 구급대원의 접근은 한시간이 넘어서야 가능했고, 결국 사망자가 150명 넘게 나왔다. 대한민국에서 처음 경험해 보는 대규모 평시 재난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