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머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태원댄싱머신 Dec 17. 2022

결국 마음이 전부인 거야

#결국마음이전부인거야

#민소윤


작고 이쁜 표지의 책이다. 동대문구에 있는 무아레 @moire_books 서점에서 구입했다.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면 우울한 에세이다. 과도한 생략은 매력을 거세한다. 볼품없는 요약에 비해 재미있게 읽었다.


카페를 하다 말아먹은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나도 식당을 돌돌 말아먹은 적이 있어서 특히 공감이 갔다. 다소 안타까운 가족 이야기에 이어서 우울증 진단으로 넘어간다. 누구나 그렇듯, 스스로가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데는 과정이 필요하다. 책은 두서없이 진행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자의 사건과 감상과 결심이 마구잡이로 섞여있는 걸로 보인다. 종종 마음에 드는 문장이 보이면 밑줄을 친다. 책을 덮었을 때, 기억에 남는 서사가 없어서 별다른 감상을 남길 것도 없었다. 그냥 덮었다. 그리고 다시 열어보니 밑줄 친 문장이 꽤 많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검사 결과를 가지고 나의 상태를 체크했을 때 불안 우울증과 불면증이라는 병명을 얻었다. 나의 수많은 감정들에게 갑자기 이름이 생긴 기분이었다. 나는 병원을 나와서도 내가 진짜 우울증인지 믿을 수 없었다. 약을 처방받고도 내 상태에 대한 의심 때문에 약을 먹을 수가 없었다. 19p
한동안은 나의 병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남들에게 우울해 보이지 않으려 더 웃어 보이기도 했다. 21p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관심을 받고 싶고, 나의 마음과 안부를 전하고, 설명하고 싶었던 스스로가 너무나 바보 같았다. 나는 불특정 다수에게 변명을 하고 싶었던 거다. 나의 인생이 이렇게 굴러가는 이유를. 23p
사람들의 창작물을 볼 때, 나의 창작욕구도 불타오른다. 그러다 드물게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예상치 못한 질투심이 삐져나와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 질투심에 작가에 대해 더 자세히 검색하고 찾아본다. 그러다 어느새 그 작가의 팬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나의 작업을 생각한다. 49p
카페는 어떻게 돼가느냐는 말에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아빠가 말했다. 아니다 싶을 땐 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덜컥.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주저앉았다. 나름 주변을 잘 속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른의 눈에는 다 보였나 보다. 그렇게 아빠와 대화를 나눈 후 나는 카페를 닫기로 마음을 먹었다. 67p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있다. 저자는 조심스럽다. 속 시원하게 터놓지 않는다. 그래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감정만 말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모부를 회상할 때도, 거짓말했다는 과거를 언급할 때도, 친구를 위로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할때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아서 너무 궁금하다.


책은 저자의 부분이니까, 그런 답답함은 당연한 걸지 모르겠다. 솔직함을 꿈꾸는, 하지만 아직은 솔직하지 못한 저자의 상황을 책이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작가의 다음 책이 궁금하다. 불완전한 개인이 자신의 일부를 뚝 때어내는 게 독립출판이라면, 책도 작가와 같이 성장할 거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그 책을 읽고, 만난 적 없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고 싶다.



책의 표지는 흑백으로 찍은 나뭇잎 사진이다. 사진은 도저히 따라그릴 수 없으니, 낙엽을 그냥 그렸다. 인터넷에서 나와있는 낙엽을 따라 그렸는데, 파랑과 회색으로 표현하려니 좀 어색하다.. 는 건 아니고, 그냥 내 그림 실력이 문제다. 은행나무 그린 거다.

매거진의 이전글 환상산문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