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채이 | 독립출판 고수의 구구절절 하소연, 험담 에세이.
이번에는 독립출판에 대한 책이다. 독립출판 제작자마다 반드시 낸다는 바로 그 책! 독립출판에 관심을 갖는 독자가 많아지니 자연스럽게 이런 주제의 책도 많이 나온다. 구체적인 방법을 다루는 책도, 감상을 푸는 책도 많은데, 이 책은 독특한 애피소드를 모았다. 작가는 이름을 숨기고 필명을 내밀고 있지만 나름 독립출판에 오래 몸을 담갔던 고인물에 속한다. 그래서 이야기거리가 많다. 독자가 독립출판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 실용서적보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경우, 독립출판계에서 어떤 일을 겪는지 알고 싶어하는 경우, 추천하기 좋은 책! 가볍고 재미있으면서도 필요한 내용은 다 담겨있다.
보정도 없다. 독립출판의 생얼을 그대로 찍는다. 독립출판 고수의 하소연. 험담 에세이.
독립출판 고수의 구구절절 하소연, 험담 에세이.
책 소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써내려가는 독립출판이 요즘 유행이다. 쓰면 작가가 된다. 비교적 쉽게 내/외면적 성취를 얻을 수 있다. 나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책을 판매하며 겪는 경험도 재미있다.
하지만 좋은 경험으로만 가득 차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한 작가가 입을 열었다. 아니다, 한 작가의 친구가 입을 열었다. 낭만적인 환상 뒤에서 번거롭고 희한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점 이야기, 정산 이야기는 물론이고, 성공적인 혹은 특이한 경험도 담았다.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하소연이다. 독립출판에 대한 험담 에세이다.
책 사양
제목 독립출판, 내가 하지 말라고 했지?
부제 독립출판 고수의 구구절절 하소연, 험담 에세이.
지은이 현채이
디자인 이태원댄싱머신
펴낸곳 사적인사과지적인수박
등록번호 제25100-2018-000040호
등록우편 hello@watermelonbook.com
SNS instagram @watermelonbookdance
ISBN 979-11-976691-6-3
판형 113 * 188 * 6.6 mm
쪽수 134쪽
내지 미색모조 80g
표지 반누보 227g (코팅안함)
정가 8,700원 >> 10,000원 (만부 팔리면 손익분기점 돌파)
차례
작가는 아니고 20
내가 쓴 글이 아닌 것 같아 42
돈 얘기부터 합시다 46
잃어버린 언니를 찾아서 54
정산 60
악령을 찾아서 66
두 분이 싸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72
작가님이 행복해지시기만을 바랄 뿐이에요1 78
작가님이 행복해지시기만을 바랄 뿐이에요2 100
북페어 104
왜 했냐 112
책 속으로
영국 출신의 유명한 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가 이런 말을 했다고는 한다. 초고를 본 부인이 세상 이런 쓰레기는 없는 것 같다고 비난하자 그는 말했다고 한다. 그럼 내가 이 글을 일곱 번 고친 뒤 이 글을 다시 보시오. 그럼 다시 없을 명작이 되어있을 테니. 그는 정말로 수많은 명작을 집필했고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 까지 했다. 그치만 다니던 회사를 두 달 만에 그만두고 독립출판을 하겠다고 까부는 수연의 삶은 아무리 봐도 퇴고는커녕 다시 들여다보지 않은 초고 그 자체인 것만 같았다. 아니 한번 제대로 쓰이기는 했던 걸까? 항상 뭔가를 끝까지 진득하게 해내는 일이 없이 그저 실실 웃기만 하는 실없는 친구였다. 이번에도 여느 때와 같이 그러다 말겠거니 했으나 예상외로 그는 꽤나 오랜 기간 독립출판을 했고 그 결과 이런저런 그럴듯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글은 그를 옆에서 지켜 본 독립출판에 대한 기록이다. 24
사전 조사 결과 전국에는 500개 정도의 독립서점이 있고 그중에서 절반, 아니 반의반이라도 입고를 받아 준다면 100여 개의 서점에서 6권씩을 필요로 할 테니 적어도 500권 정도는 인쇄해야 할 것이라는 게 그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입고가 잘 진행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27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답장 메일을 봤다. 거절 메일이었다. 또 거절당했다고 상심했나? 싶었지만 답장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쓰여 있는 말은 다음과 같았다.
‘죄송합니다만 우리는 예술 서적만을 취급합니다.’
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입고를 거절당해도 뭐 서점 사장님들 취향에 안 맞을 수 있지 혹은 서점 공간이 부족한가 보지, 하며 웃어넘기던 그였으나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았다. 얼른 핸드폰으로 그 서점을 검색해 보았다. 외국 서적의 번역본들이나 사진집, 일러스트북 혹은 감성적인 에세이들로 가득하였다. 33
이후로는 매번 친구는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이 서점에선 입고를 전혀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가 자신으로 인해 조금쯤 당황스럽기를 바라는 마음에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그가 보내는 메일을 읽을 때면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있는 그대로의 순도 100% 악의를 느낄 수 있었다. 아 이 사람은 정말 진심으로 친구를 싫어하고 있구나. 얘가 나 모르는 새에 그렇게까지 뭔가 이 사람에게 잘못한 일이 있을까? 생각해 봤지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일 것이 분명했다. 그도 내 친구의 이름도 얼굴도 모를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얘를 미워할 필요가 있을까? 단어와 문장에 실려있는 악의가 있는 그대로 느껴졌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38
수연이의 책이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책의 내용 중 일부는 뮤직비디오로 제작되기도 했다. 인스타로 DM이 왔다. 신인 가수를 제작한 제작자인데 이 글의 내용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수연이는 출판사와 같이 상의해야 하는 문제라고 하고 출판사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47
수연의 글은 유명해졌다. 입고가 잘 안된다며 징징대던 그도 먼저 입고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의기양양한 모습이 눈꼴시렸지만 그래도 잘 된다니 다행이었다. 몇몇 서점에서는 독립출판에 대한 강의나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북토크도 제안받는 모양이었다. 하루는 강의를 다녀와서 씩씩대고 있길래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답했다. 79
어느 날 저녁을 먹다 수연이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그러니깐 그거 하지 말랬지?”
“뭘.”
“독립출판인가 뭔가, 그거.”
“그랬지.”
“근데 왜 했냐?”
그는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이번에도 그냥 웃어넘기나 했더니 그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냥 글이 쓰고 싶었어.” 113
편집자의 말 중에서
아니 그런데, 이 책은 도대체 무엇인가.
어느 날 북페어에서 김수연 작가를 만났다. 소심하게 앉아 있는 작가에게 굳이 달려가 물었다.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또 겪고 있는지. 그는 대답 대신 종이 뭉텅이를 내밀었다. 친구가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적었다고 했다. 받아서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왜 이딴 걸 썼지? 왜 나한테 줬지? 아무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글을 써서 A4용지에 인쇄한 거다. 이게 독립출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제안했다. 이걸 책으로 내자.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것 같다.
이걸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겨우 이딴 글을요?
작가는 의구심이 가득했지만, 나는 신이 났다. 독립출판을 하면 자연스럽게 겪게 될 일과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특이한 일까지 다 담겨있다.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것 같다. 나름의 이유를 둘러댔지만, 사실 이유는 필요없었다. 작가가 아무도 요구하지 않은 글을 인쇄해온 것처럼, 나도 가치 있는 글을 본 이상 출간 제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도 말은 저렇게 했으나 책을 팔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어떤 작가는 남들이 보든 말든 내가 쓰고 싶은 걸 한다. 어떤 서점은 남들이 시험을 보든 말든 문제집을 안 판다. 우리는 함을 통해서, 때로는 하지 않음을 통해서 무언가로부터 독립한다. 나도 편집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독립출판 작가를 위해 책을 만들고, 독립서점을 위한 책을 만들고 싶다. 이를 통해서 나도 무언가로부터 독립하고 싶다. 스스로 굳건히 서고 싶다. 독립적인 인간들이 모이면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질까.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위로를 주며, 불미스러운 사건은 전혀 없을 것 같다. 물론 그럴 리는 없지만, 일단 그런 편견을 갖도록 하자. 잠시 후 그런 편견을 깨버릴 내용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면 일단 외우자. 그래야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 독립출판은 아름답다. 좋은 일만 있다.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말귀를 잘 알아먹었을 거라 믿는다.
서점의 말 중에서
책 「독립출판, 내가 하지 말라고 했지?」는 독립출판 작가의 입장에서 서점을 그리고 있다. 서점을 하기 전에 이 원고를 봤다면 작가와 같이 욕 하면서 봤을 거다. 나도 정산받지 못한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사실 팔리지 않았다). 원고를 손에 넣었을 때는 이미 서점을 운영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불편한 마음을 버리긴 어려웠다. 서점지기도 힘들다(사실 책을 팔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입고하기로 마음먹은 서점지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굳이 읽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좋은 책이 많다.
나도 모르게 서점 입장에서 이야기해버렸다. 그렇다고 정산하지 않는 게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어디에나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고,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 독립출판 세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 책 하나로 독립출판계의 악당들이 한순간에 죄를 뉘우치고 절에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팔만대장경처럼 기록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채이 작가는 친구의 하소연을 들으며 도 닦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나중에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고 누군가 21세기의 독립출판 행태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들춰보는 게 도움이 될 거다. 그때까지 책이 남아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책 표지는 코팅하지 않았다.
최근에 장강명 작가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이 논란이 되는 걸 지켜봤다.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는 출판계의 난잡함, 표절에 대한 비판이 원고에 그대로 담기자, 출판사는 당당하게도 원고 수정을 요구했다. 소설가와 편집자는 다 뒤집어엎고 나왔다. 새로운 출판사를 차려서 만들어 낸 책이 결국 대중의 공감을 사서 인기를 끌게 되는 과정이 꽤나 극적이었다. 반면 이 책은 조용하다. 나름 독립출판계의 부조리를 까발리는 험담 에세이 컨셉을 들고나왔으나, 깊은 산중의 절처럼 한적하다. 사적인사과지적인수박 출판사에 연락을 했다. 탄압을 하든, 원고 수정을 요구하든,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져물었으나, 출판사 대표는 아무 생각이 없다. 서점 인턴은 기력이 없다. 독자들은 이 책의 존재를 모른다.
202209 북페어에서 우연히 쪽글 발견. 보자마자 출판 제안.
202212 바로 나올 것처럼 허풍치면서 원고 교정하는 척.
202302 이대로는 도저히 진행 안 될 것 같아서 텀블벅 펀딩.
202302 독립출판 작가들의 도움으로 억지로 성공. 이렇게 된거 속도 높여서 추진.
202303 끊임없는 내용 보완 및 수정.
202304 인쇄 직전까지 작가명 고심. 결국 확정!
202205 제1판1쇄 200부
202205 독립출판을 다룬 이야기라, 동료 작가들의 호평 일색.
202306 제1판2쇄 20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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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의미에서에서에서「독립출판내가하지말라고했지?」구입하기
독자 반응
너무 좋아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독후감
책을 읽고 고민했다. 누군가 독립출판을 시작한다고 말하면 나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하지 말라고 해서 그만둘 거 같진 않은데 어떤 말로 용기를 줘야 할까. 그전에 출판 생태계는 창작자에게 친화적이라 말할 수 있을까. 생각을 이어가다 더 이상 신을 수 없는 검정고무신을 떠올린다.
일단 독립출판을 하게 되면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이 책의 에피소드처럼 글을 쓸 때보다 책을 유통하며, 그러니까 가격이 붙은 물질이 오가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다. 작가는 쌀이 아니라 이상을 먹고 산다고 착각하는 일부 때문에 잠을 설치는 일도 생긴다.
그래도 힘든 일보단 즐거운 일이, 불편한 마음보단 고마운 사람들이 떠오르며 단단하진 못해도 계속 나아갈 힘을 준다. 백스페이스를 연달아 누르다가도 다시 원고를 채우고 있다면 '그냥 쓰고 싶은'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 덕분이다.
독립출판의 고수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내 책을 내는 것에 대해 꿈만 꿔본 사람으로서, 이미 출간을 진행한 작가님들이 독립출판에 대해 쓴 글을 읽는다는 건 묘한 기분입니다. 어쩔 땐 판타지가 깨지는 기분이기도 하고, 어쩔땐 어디든 사람 사는 건 비슷비슷하다고 공감하게 되죠. 결론적으로 이 책은 재밌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남의 욕을 듣는 건 솔직히 재밌잖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험담을 해야 할 때는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뭐든 잘못된 게 있다면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단 뭐라도 말이 나와야 해결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험담이나 하고 앉아있는 이 책은 과연 팔릴까요?'라는 질문에는 '잘 팔릴 것 같은데요.'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어제 완독했습니다. 올해 읽은 책 중에 최고의 책이었습니다!
홍보영상
사람들은 이게 책 홍보냐 고양이 홍보냐 묻는다. 나는 당당하게 되묻는다. 그래서 좋냐고 안 좋냐고. 다들 묻는 말에 대답은 안하고 계속 영상을 쳐다보고 있다.
홍보사진
다른 대형책과 마찬가지로, 사진은 거실에서 찍었다. 일단 책을 벽선반에 올린다. 위아래 총 8권을 세워놓으면 딱 좋다. 그렇게 몇장 찍고 잠시 기다린다, 고양이를. 내가 뭘 하면 당연하는 듯이 고양이는 나타나서 방해하고 이때를 놓치지 않고 찍는다. 항상 귀찮지만 사진 찍을 때만 유일하게 반갑다.
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