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책여행 1
첫날이다. 글을 쓰겠다며 회사에 긴 휴직을 요청하고 난 후의 첫날이다. 휴직 사유에 맞춰 글을 써야하지만 첫날은 그냥 잤다. 아 피곤해.. 하며 씻지도 않고 잤다. 그동안 못 잔걸 보상이라도 하듯이 다음날에도 늦잠을 잤다, 라고 쓰고 싶지만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독서모임이 준비되어 있어서 일찍 일어났다. 하고 싶은 걸 하는데도 뭔가 쉬지 못하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휴식이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무려 한 달이라는 긴 휴가를 계획했다. 목적은 글쓰기. 당장이라도 원고를 완성해 줄 것처럼 출판사에 호언장담을 해놓았기 때문에 다 때려치우고 오로지 글쓰기에만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요즘 한달살이가 유행이라고 하지 않나. 다들 어디서 시간이 나서 한달이나 쉬나 했는데 이거였다. 출판사에 던진 호언장담을 부랴부랴 뒷수습하는 차원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먼저 김해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나머지 4주는 제주도에서 보내려고 한다. 여기까지가 처음 계획의 전부다. 구체적으로 뭘 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바쁜 일상을 매일 떠밀려 살아가느라 아무것도 못했다. 어쩌면 그게 이번 휴가의 이유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뭘 좀 하려고 한다.
아 북토크가 있었다. 그거 하나 있다. 김해로 가는 계획을 정하고 나서 뜬금없는 연락을 받았다. 김해에 사는 mopo @100mopo 작가가 서점을 연다는 거다. 작가 등에 빨대 꼽은 내가 가만 있을 수 없다. 작가가 잘 되어야 출판사도 잘 되니, 감시하러 가기로 했다. 그리고 가는 김에 북토크도 진행한다.
#한달살이 #한달살기 둘중에 뭐가 맞는거지
#김해 #제주
작가 김이설은 하루 여섯 시간동안 꾸준히 글을 쓰게 되기까지 십오년이 걸렸다고 한다. 지금 내가 답답하고 무력하고 쓰지 못한 글을 상상하며 격한 감정에 휩싸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나는 이제 시작한다.
제목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여섯시간
작가 | #김이설
이 단촐한 하루 일과를 만들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십오 년이다. 매일 여섯 시간의 고정적인 작업 시간을 확보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십오 년이라는 뜻이다. 31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일이란 당연한 것이지만, 나는 몇 년 동안 소설을 통 못 쓰던 시절을 호되게 앓았으므로, 이렇게 꾸준히 쓰고 있는 스스로가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차후의 문제. 일단 다시 쓸 수 있게 된 점. 일단 오늘도 썼다는 사실, 오늘도 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만하다는 사실. 그 뜻깊은 기록이어서 의미 깊은 작업 일지가 되는 것이다. 34
#김해여행 #김해책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