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책여행 2
출발 전날 부랴부랴 노션을 켰다. 체크리스트를 만들기 위해서다. 원래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성격은 아니다. 준비물을 적었다. 준비물이 뭐가 필요한지 떠오른 건 아니다. 그냥 노션이 하고 싶었다. 카테고리를 나누고 챙겨야할 물건을 적어서 이쁜 리스트를 만들었다. 원래 계획하고 준비하는 성격이 아니라 멋진 노션에 로망이 있었다. 회사도 안 가니까 노션을 해봐야겠다.
하루이틀 가는 게 아니라 한달이다. 그래서인지 챙겨야 할 게 정말 많다. 이미 한달살이를 경험한 사람들의 기록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그걸 참고해서 챙겨할 항목 리스트를 만들었다.
일단 책.
아 책은 너무 많으니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자. 또 읽고 싶은 책도, 언젠가 읽어야지 했던 책도 다 챙겼다.
세면도구.
챙겨야 한다. 모텔보다는 월세방에 가깝다. 왠만한 건 다 챙겨야 한다. 아 그러면 또 사야하고, 나중에 서울로 돌아왔을 때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
고양이.
보호자 없이 고양이는 하루 정도 혼자 지낼 수 있다. 그 이상은 무리다. 당연히 같이 가야하고 챙겨야할 것도 많다. 유리창에 붙이는 선반. 평소 앉아 있는 선반을 숙소 유리창에 붙이면 익숙해지는데 도움이 될 거다. 화장실도 스크레쳐도 다 챙긴다.
전자기기.
노트북과 아이패드 등은 당연하고 프린터도 챙긴다. 미니북도 인쇄할 거다. 미니북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들도 다 챙겼다. 어딜 가던 항상 챙기던 카메라를 이번에는 뺐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어플의 발달로 인한 결과다. 앞으로 겪게 될 직업군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 같아 의미심장하다.
주방용품.
냄비나 그릇은 있다고 한다. 브리타 정수기와 락앤락 통은 챙긴다. 비닐봉지와 지퍼백과 키친타월도 집에 많으니 챙긴다.
미용용품.
기초화장품과 마스크팩을 챙긴다. 안경도 선글라스도 필요하다. 화장솜과 면봉, 에어랩과 면도기도 챙긴다.
옷.
여름옷이라 고민할 게 없다. 흰티 아이보리티 회색티 노란티 이런거 하고 초록바지 노란바지 회색바지 이런거 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속옷 다섯개 양말 다섯개 챙겼다. 일주일에 두 번 빨래하면 되겠지.
약.
출발 직전에 병원에 들렀다. 한달치를 처방받아서 가득 들고 간다. 안정제는 28일 이상 처방이 되지 않지만 그외 약은 조금 더 받을 수 있다. 사놓기만 하고 전혀 먹지 않았던 비타민과 유산균도 챙겼다. 이번 기회에 먹어서 없애야지. 간단한 상비약들도 챙겼다. 미르가 할퀴면 뿌리는 소독제도 필요하다.
이불.
숙소에는 이불이 있다고 하지만 제주도 넘어가는 배에서 이불이 필요하다고 한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이불도 같이 챙겼다.
기껏 체크리스트는 만들었지만 원래 준비도 없이 계획도 없이 살던 사람이라 보질 않는다. 어느 정도 챙긴 이후에 다시 한번 체크했는데 확실히 체크리스트가 도움된다. 만들길 잘했다.
뿌듯한 마음으로 임발 작가의 신작 #선택은망설이다가 를 읽었다
제목 | 글쓰기 강의는 누가 해야 하는가
저자 | 임발 @room_of_imbal
크게 두 가지 화두에서 막혔던 난 결심했다. 내가 나를 속여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려면 바로 나 자신까지 완벽하게 속이면 될 일이다. 평소 내가 잘하던 짓인 합리화도 극대화할 필요가 있었다. 난 누구보다 글쓰기 강의를 잘할 자신이 있다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만 했다.
솔직히 말해서 여러 편이 소설이 완성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다 기억할 수가 없었다. 너무 막막했다. 기억할 수 없다면 내가 쓴 소설들이 미완성이었을 때의 흔적을 통해서 유추해서 과정을 시각화해야만 했다. 고작 한 문장의 형태로 존재했던 글감에서 시작해서 여러 편의 단편소설을 되었다는 사실만은 진실이니까. 115
나도 나를 속여야지. 나는 준비 잘하는 사람이다.
#김해여행 #김해책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