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데리고 가까운 동물병원은 많이 갔다. 한명이 운전하고 다른 한명이 뒤에서 고양이를 데리고 있으면 된다. 고속도로도 아니니 소음이 아주 크지는 않다. 고양이는 잘 있었다. 이번에도 제발 잘 있어주라, 하고 기도했으나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숨숨집도 챙겼기 때문에 자기 자리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편안하게 있었다. 그러다 속도가 빨라지고 주변에 화물차가 우르릉 소리를 내면서 지나가자 고양이도 겁이 난 것 같다. 어떻게든 앞으로 가려고 달려든다. 앞자리가 문제는 아닌데 운전자 자리 바닥으로 내려가는게 문제다. 고양이는 일단 불안하니까 바닥으로 앞으로 가려고 하고 거기에는 엑셀과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에 운전이 위험해진다. 그걸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사투가 한시간 가까이 벌어졌다. 고양이는 흥분하고 소리지르고 할퀴고 문다. 나는 뒤에서 어떻게 고양이를 잡고 막고 숨숨집에 다시 넣고 잠시 후에 또 뛰쳐나온다. 이걸 반복했다. 순간의 고통이 문제가 아니다. 이게 끊임없이 반복될 거라는 예상. 그리고 상황을 해결할 수 없을 거라는 무력감. 땀을 뻘뻘 흘리며 휴게소에 도착했다. 앞자리에서 운전하던 꽃기린이 뒤로 와서 뭘 뚝딱뚝딱 했다. 나는 그런거 못하는데 이 친구는 참 잘한다.
이번에는 내가 운전할게.
이번에는 너가 당해보라는 심정으로 자리를 바꿨다. 나는 할퀸 상처로 가득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고 차는 출발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고 소음이 커졌다. 뒷자리에서 당연히 엄청난 소란이 벌어질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조용하다. 그리고 잠시후 고양이가 내 팔에 머리를 기대자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신기하게도 고양이는 가만히 앉아서 식빵을 굽고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콘솔박스 위에 동그란 숨숨집을 올리고 그 안에 고양이를 앉히니 고양이도 앞을 볼 수 있는 거다. 고양이가 앞좌석으로 뛰쳐나오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그것도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하네스(조끼)에 끈을 걸고 그 끈을 안전벨트에 걸어서 고양이는 뒷자석과 콘솔박스까지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끈의 거리를 벗어나는 앞자리까지는 올 수 없었다.
이게 해결이 되는 구나. 문제가 생기면 그냥 받아들이는 나와 달리 꽃기린은 문제를 해결해버리는 성격이다. 자꾸 나를 해결해버리려고 달려드니까 아주 성가셨는데, 이렇게 곤란한 문제를 해결하니 좋구나. 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는지 이해해버렸다. 김해까지 남은 거리는 편안하게 운전했다. 물론 중간중간 고양이에게 사과하면서.
미안해. 내가 잘 몰랐어.
#고양이
#장거리운전
사죄하는 마음으로 사죄 에세이를 읽었다.
제목 | #불효자의불끄기대작전 저자 | mopo @100mopo
몇 번을 불러도 돌아누워 잠자던 엄마는 TV에 임영웅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자 벌떡 일어나셨다.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