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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24. 2024

독립출판하는 남성이라면

얼마전에 딥페이크 관련해서 사법부 욕하는 글을 적었다. 당시에는 그정도만 생각하고 넘어갔다. 내일도 아닌데 뭐. 가해자도 아니고 피해자도 아니고 뭐... 그냥 지나갔다. 누군가 정치의식 있고 성질 급한 사람이 나서서 말하겠지. 손해는 그 사람이 보고 그 혜택은 모두가 공유하겠지. 항상 그렇듯 귀찮은 일은 남에게 떠넘기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적어도 서점과 북페어는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별 때문에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 때문에, 이상한 시선이나 간접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전체가 당장 바뀌기는 어려우니, 적어도 글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만큼은 안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뉴스가 보도되고 한달이 지났지만 조용하다. 이해는 된다.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들고 공유하는 온라인 공간에 한국인 남성이 수만명 있다고 한다. 일부 사이코패스 몇명이 아니라 일반 남성 몇만명이다. 만약 내가 여성이라면, 길거리에서 만나는 남성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보이는 남성을, 회사에서 학교에서 만나는 남성을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회사에 가고 모임에 나가고 학교에 가서 타인과 교류할 수 있을까. 그들의 핸드폰에 뭐가 있는지 알수도 없는데? 이준석은 과잉규제 이야기나 하고 있고, 수박와구와구는 사법부 욕이나 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 남성이 더이상 잃을 신뢰도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남성의 일원으로서,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써 최소한의 행동, 최소한의 선언 정도는 보이려고 한다. 입만 놀리겠다는 거다. 적어도 서점과 북페어만이라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독립출판하는 남성의 선언


1. 나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들지도 유포하지도 소비하지도 않는다.

2.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들거나 유포하거나 소비하는 건 성범죄다.

3. 성범죄자가 주위에 있다면 강력히 문제제기하고 개인적인 관계를 끊는다.


사실 마지막 문장은 넣을 필요가 없어보이지만 어차피 주위에 사람이 없고 친구가 없어서 그냥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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