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와구와구
@watermelonbookdance
이렇게 귀여운 미니북을 나혼자만 만들 수 없다! 라는 마음으로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꼬깜단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모아서 미니북을 만들고 함께 북페어도 나간다. 12월에는 3기를 모집할 예정인데 마지막 만들기를 제외하고는 비대면(ZOOM)으로 진행할 예정이라서 어디서든 신청할 수 있다.
이때의 이야기를 담아서 작은 책으로 만들었다. 이건 9월 구독서비스 로 보냈다. 내가 썼지만 참 잘 쓴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사실 나는 내가 쓴 글을 항상 과대평가한다). 수수종이로 내지와 표지를 다 만들었다.
나는 늘 혼자였다. 혼자 밥 먹고 혼자 똥 쌌다. 간혹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아이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정말 간혹이었다. 반대로 친구들과 갈등하며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고소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신 포도일지도 모르겠다. 혼자 지내는 삶에 전반적으로 만족했다.
독립출판의 핵심사상은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어디 교과서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고민 끝에 떠올린 2가지다. 언젠가 독립출판 교과서를 만들게 되면 (할말이 별로 없으니 이것도 미니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쓸 거다. 첫번째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혼자 만들고 여럿이 공유한다'는 거다. 내가 혼자 책 읽다 자연스럽게 독립출판에 넘어온 과정을 생각하면, 과연 그렇다. 디자이너도 편집자도 교정교열도 없이, 혼자 글 쓰고 그림 그리고 PDF 파일을 만들어 인쇄소에 넘기면 책이 뚝딱 나온다. 내가 처음 만든 주황색 책도 아래아 한/글로 뚝딱뚝딱 작업했다. 동네방네 알리고 싶어서 출판사도 만들었다. 사람들이 작고 귀여운 걸 좋아하니까 처음부터 작았던 책의 크기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모임을 마음껏 하려고 서점을 열었다. 혼자 보기 아까워 미니북전, 꼬감북전을 열어서 전시했다. 만드는 것도 같이 하고 싶어서 이제 꼬깜단도 모집했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는 것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개다. 요즘 뉴스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두번째는, '읽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된다'는 거다. 독서모임이 글쓰기모임이 되고, 북페어에 놀러온 사람이 다음에는 책 팔러 나온다. 인터넷의 발달로 읽기와 쓰기의 경계는 갈수록 흐릿해지는데, 독립출판에서는 더 쉽게 전복된다. 지식인 계층인 작가가 숭고한 작품을 독자에게 선사하는 시혜적 작품 활동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작가는 영업사원에 가까워진다. 제발 내 작품을 한번만 읽어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독자들을 올려다본다.
꽃기린
ㅊㅅ문고
ㅊㅅ문고는 매번 다른 ㅊㅅ을 활용해서 미니북을 만든다. 이책은 우주와 애정이다. 힘들었던 시기, 그러나 애정으로 뭐든 이겨낼 수 있었던 시기의 이야기다.
'오빠, 있잖아. 우리 지방으로 간다는 소문이 사실 이래. 오늘 팀장님이 팀원들한테 공지했어. 우리 어떻게 해. 우리 헤어져야 하나.'
모두들 쥐죽은 듯 조용한 사무실,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나의 휴대폰이 정신 없이 떨린다. 너의 전화. 내게 무슨 말을 할지 무서워서 내 손도, 내 목소리도 떨린다. 아무 말도 안 하는 내게 너는,
'여보세요. 괜찮아. 괜찮아. 이 시련을 잘 이겨내면 우린 더 단단해질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나는 네 옆에 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너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나는 마음이 놓인다. 게다가 나를 떠나지 않는다며 나의 절망감을 다 읽은 듯이 우리는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담담한 너의 말에 한 번 더 놀란다. 넌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꽃기린
ㅊㅅ문고
ㅊㅅ문고는 매번 다른 ㅊㅅ을 활용해서 미니북을 만든다. 이번엔 운전이다. 원래 연인 사이에 운전을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들었다.
세 번째로 느림. 너의 나이에 비해서, 너의 두뇌 회전력에 비해서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느리다. 나는 비교를 원래 좋아하진 않지만, 너를 대부분의 다른 친구들과 비교해 보자면 10년은 늦다. 일반적인 사람과 다른 ‘사업’이라는 경험을 갖긴 했지만, 그로 인해 취업을 늦게 한 것도 그렇고. 운전을 무려 35살에 시작한 것도 그렇다. 전적으로 네 말을 신뢰해 보자면, 나를 만나기 전엔 ‘모태 솔로’ 였다는 모양새도 그렇다. 네 말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 몰라라’식 주장을 하는 것도 느린 삶의 속도에 부합한다.
그런 너와 반대로 나는 이기적인 ‘토끼’ 같다. 거북이를 닮은 너에 대해 길게 설명했으니, 내가 토끼 같은 건 조금 더 간단히 설명한다. 일단 ‘토끼’처럼 하얗다. 그리고 뭉실뭉실 귀여운 토끼처럼 ‘귀여움’은 덤이다. 하지만 ‘도’와는 거리가 멀고, 너보다는 성격이 많이 급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고 싶은 거라면 거북이 간이라도 꼭 빼내야 직성이 풀린다. 그리고 동화 속 토끼처럼 내가 ‘손해’ 보는 건 정말 너무나도 싫다. 심지어 너와의 다툼에서 나는 작은 배려도 보이지 않는다.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나는, 아무리 봐도 영악하다.
지속가능한월급루팡
ㅊㅅ문고
ㅊㅅ문고는 매번 다른 ㅊㅅ을 활용해서 미니북을 만든다. 이번엔 요정, 용지, 외제, 아점이다. 미니북 자체가 작은데 글은 더 짧아서 다셋 꼭지나 담았다.
중세 유럽에서는 요정이 살았다고 한다. 보통 특정 개념이나 분야와 연관된 형태로 존재한다. 불의 요정, 숲의 요정, 시간의 요정 등등.
현대 한국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인다. 일단 귀여우면 무턱대고 붙인다. 체조요정 손연재, 바둑요정 헤이자자, 역도요정 김복주, 서빙요정 정인선 등등 많다. 아이즈원의 김채원은 무대 의상이 쌈무 색상이어서 쌈무요정이 되었다. S.E.S, 핑클은 요즘 전직 요정으로 불린다. 청량한 목소리의 가수 박정현은 요정으로 불리다가 이제는 요정현으로 굳어졌다.
하얗게 표백된 일반종이 대신, 수수종이를 사용하면 나무는 덜 벨 거다. 그만큼 숲은 더 오래 유지될거고, 공기는 아주 조금 더 좋아질 거다. 그정도다.
인간은 그렇게 작동한다. 존재 자체가 환경 파괴지만, 어떻게든 수습하며 버틴다. 비존재만이 유일한 해결 방법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고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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ㅊㅅ문고
5천원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자꾸 뭐가 나는 걸까.
여드름은 꽃피는 봄의 산타처럼 뜬금없이
그리고 집요하게 찾아왔다.
주위에는 오지랖이 넘쳐났고, 밀려오는 조언을 받아들여 병원을 찾아갔다.
바르는 약, 먹는 약, 스테로이드 주사, 스케일링, 레이저...
돈은 좀 들지만 방법은 아주 많았다.
항상 배가 고팠고, 여드름약도 씹어먹을 나이였다
꽃기린
표지는 세트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나중에 총 4권이 완성되고 나면, 멋진 바다 그림에 쏙 들어갈 예정이다.
그렇다면 세상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성장’은 어떤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성장’하는가? 스스로 ‘어제의 나보다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지 못할 바엔 성장하지 않는 게 낫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가며, ‘나는 오늘도 여기까지 밖에 못하고 있구나’ 라는 자괴감을 커다랗게 키워갈 바에는 ‘성장’은 ‘개’나 줘버려야 한다.
아니 고양이가 먹게 하자.
‘성장'은 어디서부터 오염되었을까. 그러나 그 곳이 어디인지는 중요치 않다. 지금 모두가 이 ‘성장’ 패러다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패러다임을 바꿀 수는 없으니, 그럼 그냥 이 패러다임에 흔들리지 않는 건 어떨까. ‘비성장주의’에 발을 담글만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이 세상은 ‘성장! 성장!’을 외치면서 ‘노예! 노예!’만을 양성한다.
꽃기린
#행복한곰비욘 이라는 동화책을 읽고 저자는 대기업을 떠올렸다고 한다. 사람들이 부러워하지만 곰에게는 불필요했던 소파. 그래서 대기업을 떄려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위 동화책도 이 미니북만큼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가는 것을 선택하지도 못했다. 의사를 결정하기 전부터 몸은 안절부절못했다. 잠에 들 수도 없었다. 포기하고 싶은 이유를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았다. 장학생이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던 시간과 에너지, 방학 내내 잘 마친 인턴 활동, 최종 합격을 위한 교수님의 추천서까지 내가 투자한 매몰 비용들이 머리 속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잘 시간도 부족했다. 결국, 불면증이 2주를 넘어설 무렵, 친한 친구가 말했다. 몸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무슨 일이 있는 거냐며. 걱정이 묻어나는 질문, 그 질문이 내게는 버튼이었다. 눈물의 버튼. 표현의 버튼. 정리의 버튼. 그 버튼을 친구가 나 몰래 눌러버렸다.
꾹꾹 눌러담은 마음이 우주처럼 팽창하며 터져나오자 나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 겹의 여과지도 통과하지 않은 나의 마음을 그대로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3시간 동안 나의 마음을 들은 친구는 담담히 말했다.
수박와구와구
어린 시절, 처음 요리를 하며 겪은 일화다. 사실 요리를 했다고 하기도 좀 민망하다. 요리가 아니었으니...
실수담 하나
배가 고팠다. 마침 집에 아무도 없었다. 원래 냉장고를 열면 간식이든 과일이든 뭔가 먹을 게 있었는데, 다 먹어버렸는지 아무 것도 없었다. 뭐든 먹을 수 있는 나이였다. 머리를 열심히 굴려서 간장밥을 떠올렸다. 밥에다 간장만 부어도 맛있어졌던 기억이 있다. 밥통은 어디에 있는지 안다. 바로 밥그릇을 꺼내서 밥을 펐다. 이제 간장만 부으면 된다. 이때는 간장이라는 이름도 잘 몰랐다. 그냥 까만 물을 찾아서 부엌을 다 뒤졌고 찾아냈다. 이걸 밥에 붓는데 좀 싱거웠다. 더 부었고 여전히 싱거웠다. 더 붓고, 더 부운 후 먹어봐도, 향은 좋았고먹음직스러워 보였지만, 전혀 맛있어 지지 않았다. 이게 참기름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간장. 참기름. 새로운 걸 배웠다. 어리다고 뭐든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지속가능한월급루팡
어린시절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언제나 넘어질 수 있지만, 다칠 수 있지만, 내면의 반창고를 들고 다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사실 내 이야기다.
수박와구와구
평택독립서점 생활방식에서 원고를 요청받았다. 막걸리를 주제로, 구체적으로는 오산양조 막걸리를 주제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이었다. 청탁받은 조선일보 주필의 심정으로 고민하다 일필휘지로 글을 써내려갔다. 스마트폰으로만 보기는 아까워 미니북으로 만들었다.
참고로 송희연 조선일보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우호적인 기사를 작성하는 대가로 5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다.
수박와구와구
애정을 적당히 담은 에세이. 지식은 살짝 부족한 백과사전. 어이없음에서 나온 고양이 비판서.
깍뚝북이다. 다른 미니북은 꼬깜북이라 부른다. 추운 겨울 곶감처럼 쟁여놓고 하나씩 빼먹는다는 뜻이다. 이거 하나만 깍뚝북이다. 일단 이름은 귀엽게 붙이고 만들었는데, 이걸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반 꼬깜북이 30페이지에서 38페이지 정도인데, 이건 100페이지다. 직접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꼬깜북은 한시간에 두세 개도 만들지만, 이건 몇시간 걸려서 하나 겨우 만든다.
고양이는 단맛을 못 느낀다. 단맛을 느끼는 수용채 Tas1r2 가 결여되어있다. 포유류는 대부분 단맛을 느끼는데 고양잇과만 못 느낀다. 고양이의 삶은 꿀맛일것 같은데, 그 달콤함을 못 느끼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사실 고양이는 맛 자체를 잘 못 느끼는 편이다. 대신 향을 잘 느낀다. 그래서 향이 풍부한 음식을 좋아한다. 집사의 발 같은 거 말이다.
개와 달리 고양이는 육식이다. 타우린과 아르기닌을 스스로 합성하지 못한다고 우기기 때문에 집사는 어쩔 수 없이 비싼 캔이나 살코기를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고양이가 항상 그렇듯, 내키면 채소도 먹는다. 단호박, 고구마, 당근도 먹고, 기다란 풀도 자주 뜯어먹는다. 고양이가 냥냥 거리며 풀을 뜯어먹는 광경이 너무 평화로워서 귀리, 보리, 밀을 베란다에서 재배하고 있다. 인간이 땡볕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실제로 쓰지는 않는다) 캣그라스에 물을 주는 장면은 역전된 먹이사슬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태원댄싱머신
제목이 곧 내용. 근데 웃기다.
이 미니북은 제본하지 않았다. 그래서 촤악 펼쳐진다. 책처럼 넘기며 다 읽고 나서 펼치면 한장의 종이가 된다. 멋진 그림이 나온다.
지금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자그마한 친구고 많이 먹는 편도 아니다. 그래도 요리를 하려고 하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가스레인지를 켜는 소리는 기가 막히게 잘 듣는다. 불을 켜는 순간부터 상을 다 차릴 때까지 따라다니면서 울어댄다. 응, 알았어, 금방 줄게. 왠지 쫓기는 기분으로 서둘러서 요리를 하게 된다.
이태원댄싱머신
손해 보는 성향에 대한 역사적 분석, 고증 에세이.
이미 꼬깜북으로 만들어서 출시했던 책인데 더 작게 인쇄해서 바느질했다. 더 튼튼하고 오래보기 좋다.
표지는 여러가지지만, 내용은 같다.
이태원댄싱머신
한때 떠오르던 신예 작가였던 이태원댄싱머신은 너무 떠올라서 업계를 떠나버렸다.
그때 그렸던 초상화 몇개로 지금 대형책 표지를 돌려막기 하고 있다.
가만히 두기 아까워서 작은 책으로 만들었다. 일종의 도록인 셈이다.
실로 한땀한땀 꿰맸다. 표지는 다 다르지만, 내용은 같다.
꽃기린
불안을 항시 가지고 다니던 꽃기린의 에세이.
검지 끝으로 엄지손톱을 쓸어 본다. 손톱 끝에 거친 나의 불안이 걸린다. 내 손톱은 30대 중반인 지금도 여전히 톱니처럼 거칠다. 7살 때부터 나는 예상치못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혹은 불안을 만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손톱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손톱을 앞니로 물어뜯을 때마다 부모님은 딸이 ‘애정결핍’인가 심히 걱정하셨다. ‘애정결핍’이라는 단어로 시작된 나의 불안은 사춘기를 지나 20대에 들어서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되려 더 큰 폭발을 맞았다. 한없이 나를 안전하게 보호해줘야 하는 보호자의 죽음을 10대에 경험한 것도 큰 원인이었다. 보호자뿐만이 아니라, 곁에 있는 모두가 어느 날 갑자기 나를 떠날 것만 같은 불안을 나는 발목에 차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