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북은 그냥 작은 책을 가리키는 말인데, 우리가 만드는 미니북도 나름의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이른바 브랜딩이다. 출판사 이름은 사적인사과지적인수박이다. 그래서 온갖 과일을 다 끄집어냈다. 사과, 수박... 뭔가 작고 귀여운데 맛있고 너무 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생소하지도 않고 와장창 사버리고 싶은 그런 과일 없나? 곶감이다! 이럲게 한번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난한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떠오른 게 꼬감북이었다. 한겨울 곶감처럼 미리 쟁여놓고 하나씩 빼먹으라는 의미에서 꼬깜북이라고 지었다.
그런데 우리도 막 혼용해서 쓴다. 미니북의 중에서 우리랑 크기가 똑같으면 꼬감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책의 판형이 대부분 비슷하지만 다 똑같은건 아니다. 집에서 그냥 프린트에서 만들면 되는 거라,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한다. 키우고 줄이고 두껍게 하고 풀도 바꿔보고 바느질도 한다. 아무튼 결과물은 대부분 비슷한 느낌인데 그냥 꼬깜북이라 부른다.
아,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게 아닌데. 이번에 꼬깝북전을 열었다. 벌써 2번째다. 마침 장성에도 회전문서재 지점을 준비하고 있어서 같이 오픈했다. 10월 11월 두달동안 서울과 장성의 회전문서재에서 다양한 꼬깜북, 아니 미니북을 전시한다.
2024 꼬깜북전
장소 : 회전문서재 서울점 (구로디지털단지 근처)
회전문서재 장성점 (장성도서관 근처)
기간 : 2024년 10월-11월
작품 : 다양한 미니북 100종
입장 : 서울점 | 네이버예약을 통해 유료 입장 (미니북 구매시 입장료만큼 할인)
장성점 | 서점지기에게 문의. DM 혹은 네어버 전화문의
1회인 미니북전과 이름이 다르니 뭔가 차별점을 두어야 할것 같다. 아무도 묻지 않았으나 왠지 그런 압박감을 받는다. 그래서 이번엔 꼬깜북과 비슷한 것만 모으기로 했다. 미니북이지만 우리랑 많이 다르면 이번엔 안 모은다. 그러면 그 차이는 뭐로 따질거냐. 책등이다. 책등이 없는 미니북이 있고, 책등이 있는 미니북이 있다. 직접 손으로 만드는 미니북 중에서 종이를 반접고 스템플러로 찍어서 완성하는 판형이 있다. 보통 중철제본이라 부른다. 만들기 제일 쉽다. 이번에는 이거는 제외한다. 물론 3회인 미니북전에서는 이런 중철제본 미니북도 다 모아서 전시할 계획이다. 그러면 뭘 굳이 이번에는 중철제본만 뺄 이유가 있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냥 꼬감북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한다고 준비하다 이렇게 되었다. 여전히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 3회는 더 크게 해야지.
암튼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게 아니다. 서울과 장성에서 100종이 넘는 미니북을 전시하고 있다. 지리적 접근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독자는 서울점을 방문할 것 같다. 대부분 서울과 장성에 다 있는데, 일부 책은 장성에만 있기 하다. 장성이 공간이 크고 여유 있다 보니 비치하기도 좋다.
독립출판 시장이 몇년째 열기를 내며 타오르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이어오던 분위기는 코로나로 인해 쉬었지만 불씨는 살아남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고 불타올랐다. 여기저기서 독립출판 강의가 열리고 북페어가 열렸다. 독자는 줄어들지만 작가는 늘어나는 경향이 시작되었다. 몇년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기세가 다시 한번 널뛰게 된 건 서울국제도서전의 영향이다. 한두시간씩 줄을 서서 들어왔던 서울국제도서전의 참가사중 절반은 독립출판이었다. 인터넷 서점에도 파는 기성서적과 달리 독립출판물은 작가와 직접 이야기하며 살 수 있다. 뭔가 독특하고 뭔가 어설프지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이들을 모으기 위해 지자체 마다 북페어를 연다. 갑자기 연다고 해서 사람이 몰리는 건 아니니 당연히 시행착오도 많다. 경험은 계속 쌓일거고 몇년 후에는 작은 지자체에서도 재미있는 북페어를 열 수 있는 역량이 생길지 모른다.
그에 비하면 미니북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가 미니북을 만들기 시작했던 삼년전에 비하면, 커져가는 게 눈에 보인다. 거의 매달 북페어에 참여하는데, 매번 새로운 미니북을 발견한다. 여기저기서 자생하는 미니북에 미니진(우리가 만드는 미니북과 다르지만 얇은 ZINE을 만드는 작가도 많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만드는 미니북까지 더해져서, 이제는 거의 모든 북페어에서 미니북을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부족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는 수없이 참여한 북페어지만, 매번 독자들은 깜짝 놀란다. 이렇게 작다니, 이렇게 귀엽다니! 이 놀라움은 수요와 공급의 격차에서 발생한다. 미니북이 아주 많아지고 사람들의 미니북을 봐도 그리 놀라지 않을때 두 그래프는 한 점에서 만나게 될 거다. 그 균형점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지금은 뭘 만들어도 사람들이 놀라고 좋아해준다. 그 판형 자체에 감탄하고 귀여워하며 책을 바라보기 때문에 아무래도 덜 냉철하게 판단한다. 쉽게 지갑을 연다. 성숙기가 되면 더 많은 컨텐츠를 담은 더 완성도가 높은 미니북이 많아질 거고, 창작자는 (좋은 의미에서) 머리가 아파올 거다.
일단 아직 갈길이 많이 남은 것 같으니 열심히 달리고 있다. 혼자는 부족해서 사람들을 모은다. 회전문서재에서 워크샵을 열고 함께 꼬감북을 만든다. 이건 꼬깜단이라고 부른다. 우리랑 같이 만들지 않아도 괜히 찔러본다. 미니북 한번 만들어봐, 우리가 팔아줄게~ 이렇게 꼬셔서 모은 미니북을 서점에 쌓아놓고 판다. 이건 꼬깜북전이다. 그래서 신작이 유독 많다. 이번에 처음으로 미니북을 만든 작가도 많다.
각기 자신이 잘하는 분야가 있기 떄문에 결과물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위협한다. 실제로 판매된 내역을 보면, 우리가 만든 꼬깜북은 덜 팔린다. 후가공, 크기, 종이, 내용 등등. 개성있는 책들을 하나하하나 소개하려 하는데, 종류가 너무 많아서 서점에는 책 설명이 부족하다. 중요 키워드와 제목, 가격 정도를 거치대에 적어놓았을 뿐이다. 그래서 사진과 설명을 여기에 추가로 올린다. 통일성이 있게 흰종이 위에 올려놓고 보니, 왠지 흐뭇해진다.
아,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보면 진짜 엄청 귀엽다.
미니북을 소개한다. 총 100종이다. 너무 많아서 한 페이지에 다 담지 못했다. 먼저 작품을 보내준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우리와 함께 만든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이어서 우리가 직접 만든 작품을 소개한다. 아래 7개의 페이지를 클릭해서 확인할 수 있다.
1회 미니북전에 나온 책들과 다 겹치지 않기 때문에 구경할 수 있도록 링크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