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드는 미니북도 나름의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이른바 브랜딩이다. 출판사 이름은 사적인사과지적인수박이다. 그래서 온갖 과일을 다 끄집어냈다. 사과, 수박... 뭔가 작고 귀여운데 맛있고 너무 뻔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생소하지도 않고 와장창 사버리고 싶은 그런 과일 없나? 곶감이다! 이럲게 한번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난한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떠오른 게 꼬감북이었다. 한겨울 곶감처럼 미리 쟁여놓고 하나씩 빼먹으라는 의미에서 꼬깜북이라고 지었다.
빠이
고양이산의 전설, 필요 이상으로 귀여운 고양이 동화책.
아이들은 귀여운 그림과 극적인 서사를 즐길 수 있고, 어른은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유추하며 읽을 수 있다.
979-11-976691-5-6
7천원
사랑하는 딸 수린이가 종종 이야기를 들려 달라 합니다. 그러면 생각나는 대로 얼렁뚱땅 이야기를 지어 둘러대곤 합니다. 엉성하고 황당한 이야기들이지만 재밌게 들어주는 것이 고맙기만 합니다. 그 이야기들 중 기념하고 싶은 것이 있어 그림책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지난 2년간 지냈던 제주 하예동의 집 근처의 군산오름을 아이들이 고양이산이라고 부르는 것을 실마리로 삼아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어린이의 눈으로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빠이
고양이산의 영어버전.
979-11-93333-08-2
7천원
이정현
휴가 계획이 없던 직장인은 어디로 떠나는가, 무작정 휴가 에세이.
979-11-976691-8-7
6천원
넥타이를 맨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을 기다리며 어깨가 우쭐해졌다. 돈을 벌러 나온 사람들 사이에 돈을 쓰러 나온 나란 사람. 보통 갑과 을의 관계가 그렇다. 착각도 잠시 공항에 가까워질수록 지하철엔 여행 가방과 캐리어가 늘었고 금방 북새통이 되었다. 놀이공원도 아닌데 출국장은 여기저기 늘어선 줄로 미로를 만들었다. 참고로 코로나는 한 5년쯤 뒤에 지구를 습격한다. 아무튼 난 인파를 비집고 들어가 마일리지를 쌓던 항공사 부스를 찾았다. 아무 데나 빨리 갈 수 있는 거 한 장만 주세요.
공항에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중요한 내용은 아니니 생략한다. 이 책은 미니북이다. 정신 차리고 쓰지 않으면 분량을 훌쩍 넘겨버릴지도 모른다. 아직 본격적인 얘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삼분의 일이나 썼다니 용두사미의 조짐이 보인다. 결국 난 한 가지 교훈을 얻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쿨하게 해외여행을 떠나는 건 절차상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이런 성수기에는.
이태원댄싱머신
손해 보는 성향에 대한 역사적 분석, 고증 에세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배운 거랑 살짝 다르다.
979-11-976691-7-0
6천원
항상 손해 보는 성격이 있다. 내꺼 니꺼 따지기 싫어서 그냥 주어버리고 마는 성정. 어머니가 그랬고, 내가 그렇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봐도, 어머니가 뭘 내꺼라고 주장하는 걸 본 기억이 없다. 하다못해,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내가 그래서 하지 말자고 했잖아' 라는 식의 말도 들어본 적 없다. 항상 남에게 양보하고 남에게 공을 돌렸다. (유일하게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할 때는 메뉴 고를 때 뿐이다. 회, 회를 먹자! 그래서 항상 회를 먹었다.) 따뜻하게 표현하자면, 관대하고 너그럽다. 차갑게 분석하자면, 회피적 성향이거나 안정적 성향이다. 오늘은 아이스아메리카노 마셨으니까 차갑게 간다. 어머니는 회피적 성향일까, 아니면 안정적 성향일까.
이리아
반짝이는 유리가 되고 싶었던 아이의, 돌멩이 에세이.
979-11-976691-9-4
6천원
흘러왔고 흘러간다. 지금도 흘러가고 있고 미래에도 끊임없이 흘러갈 것이다. 흘러감에 끝은 없고 눈을 감고 기억이 사라질 그날에서야 우리는 흐름을 멈춘다. 아니 어쩌면 또 다른 흐름을 타고 가는 것일지도.
흐름 속 단 하나의 반짝거리는 유리가 되고 싶었다. 아니 사실 되어야 하는 줄 알았고 그것이 당연했지. 주위의 흘러가는 모두의 눈은 반짝. 내 눈도, 모래알도 반짝. 모든 것이 반짝. 내 옆으로 굴러오는 하나의 자갈과 하나의 모래는 자신들의 몸을 깎으며 나를 뒤따르며 반짝. 우리는 모두 반짝. 과거. 현재. 미래 나는 아마 항상 반짝.
깐난
오로지 영화와 나만 있어야 할 그 순간에 강렬하게 끼어드는 존재가 있다.
극장에서 만난 악당에 대한 추억, 관크 에세이.
979-11-93333-01-3
6천원
어둡고 조용한 극장에 앉아 내 눈 한가득 오로지 영화만 담는 시간은 정말 짜릿하다. 불행히도 그 경이로운 순간을 악 소리가 날 정도로 부숴버리는 것들이 있다. 일명 관크.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하는 놈들. 역사가 깊은 전남친을 길에서 마주쳐도 괜찮을 나인데 관크들은 아무런 서사 없이 나타나는 주제에 내 평정심을 깨뜨린다. 아무리 훌륭한 영화여도 아무리 좋은 기술을 탑재한 상영관이어도 영화를 같이 보는 ‘누군가’가 잘못 걸리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관크에 관한 에피소드는 끝없이 생성되고 업데이트 되는 중이다. 심지어 TV 뉴스에 데뷔한 관크도 있다. 심각한 사례는 매우 많지만 내가 직접 만난 자들 중에서도 소수만 골라봤다.
정담아
소중한 관계를 돌보는, 용기 내어 보내는 편지 에세이.
979-11-93333-02-0
4천원
서울행 비행기에는 잘 탔니? 나는 이제야 방을 치우고 처음으로 이곳 제주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어. 물론 혼자이지만 여전히 네가 남기고 간 흔적들이 꽤 많아. 그것들을 쓸어 내고 네가 까맣게 잊고 흘리고 간 물건도 챙겨두었어. 다 정리를 하고 나니 밀려오는 허기를 채우려고 냉장고를 열었어. 어젯밤 네가 삶아 둔 달걀은 내가 좋아하는 반숙으로 딱 알맞게 아주 잘 익었고, 네가 우겨서 샀던 사과는 살짝 맛봤던 그것보다 훨씬 달콤했어. 네 덕에 든든하게 차 오른 배를 두드리며 이 편지를 쓰고 있어. 지금 밖에는 매서운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어. 네가 지나는 하늘은 평온하니? 내가 앉아 있는 이곳은 아주 평화로워. 네가 콜록이던 인센스 스틱 향만이 존재감을 드러낼 만큼. 그 고요함 속에서 수많은 흔적을 남기고 간 너를 떠올리고 있어.
마리뮤
명절은 문명의 충돌이다. 예상치 못한 심심함의 충돌, 추석 에세이
979-11-93333-03-7
4천원
몇 시간째 작은방에 갇혀 있다. 점심식사 후 설거지까지 말끔히 마친 다음 작은방에 들어왔으니 한 세 시간쯤 지났을 것이다. 남편 밥에 누가 수면제라도 탔던 걸까? 그는 여태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남편은 본인의 천둥 같은 코골이에는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주변의 작은 기척에는 바로 깨버리는 예민한 인간이라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도록 누워서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 카페에 들어가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동네 게시판 글을 쭉 훑고, 구독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의 밀린 글을 정독하고, 간만에 인스타도 들어가 친구들이 올린 여행사진이나 아이들 사진을 빠짐없이 챙겨 봤는데도 남편은 물론이고 시부모님의 기척은 없다.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하고 분주히 집안일을 하신 어머님이 낮잠을 주무시는 것은 이해가 가고도 남으나 시댁에 와서 기껏해야 식탁에 반찬 좀 나르고 내가 설거지할 때 옆에 와서 조금 거드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남편은 왜 여태까지 일어나지 않는지 정말 의문이다.
김베르
읽지 말아야 할 이유에 대한, 자기계발 에세이
979-11-93333-04-4
4천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은 자기계발서는 2007년에 출간한 그 유명한 「시크릿」이었다. 그 당시 도대체 시크릿이라는 책의 시크릿은 무엇인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고, 그 내용에 크나큰 충격을 받고 그 뒤 다시는 '자기계발서'라는 카테고리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mopo
과일과 사랑에 빠지고 권태를 겪고 새로운 과일을 만나는, 문란한 과일 편력 에세이.
979-11-93333-05-1
7천원
여름이 되니 단연코 수박이 생각난다. 사실 수박은 거의 완벽하다. 달달한 맛과 충분한 수분, 아무리 먹어도 충분한 양. 수박 한 통이면 여러 가족이 행복할 수 있다.
mopo
저자는 소설이라고 우기는데 아무래도 에세이 같다. 서점에서 책 때문에 설레고 사랑 때문에 설레는 이야기. 그런데 정말 에세이 같은데...
979-11-93333-11-2
6천원
얼마 전 이별을 당했다. 잠수 이별만큼 슬픈 건 없다. 언제까지 연락되지 않으면 이 관계가 끝이라고 나 혼자 정해야 하고 동시에 걱정을 매일 생산해 낸다. 정해둔 그 끝의 날이 다가오면 괜히 유예 시간을 늘리거나 잠깐 그 상태에 머물거나 혹은 그 사이에 다른 피치 못할 이유가 떠오르거나 하며 다가오지만 결코 닿지 않는 이별이 눈 앞에서 늘 나의 일상을 고통스럽게 한다. 상대는 잠수한 채 마음정리를 혼자하고 있지만 나는 이 상황이 과연 이별일지 걱정해야할 사고일지 혼란을 겪으며 벌을 받는다. 대체 내가 왜 이런 벌을 받아야 하는가.
화려한 색상의 고양이 그림 모음집.
과연 어떻게 그린 그림일까.
7천원
연옥
Some trips are taken to avoid its destination.
글자 없는 그림 책. 너무 귀여운 그림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내용과 형식의 차이가 독자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전해준다.
979-11-93333-06-8
6천원
저는 어렸을 때 엄마가 심부름을 시키면 어떻게든 집에 늦게 들어가려고 애썼어요. 일부러 집 앞에 있는 슈퍼를 두고 멀리 있는 마트에 가기도 하고, 돌아오는 길도 최대한 돌고 돌아서 시간을 끌었죠. 늘 물건들이 부서져있고, 저에게 소리를 지르고 때리는 엄마가 있는 집이 너무 싫었거든요. 어떻게든 멀리 돌아서 가다가도 도저히 귀가를 미룰 수 없는 시간이 되었을 때의 그 절망적인 기분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런 저를 봐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어요. 그래서 그 시절의 저를 누군가가 멀리서 지켜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그림을 그려보았어요.
수박와구와구
사랑이 가득 담긴 고양이 사진집.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잠옷 사진이 특징이다.피사체의 동의 없이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당사자는 매우 민망해 한다. 짧은 글도 실었다. 누구나 글을 읽고 나면 이 사진집을 더 좋아하게 될 거라 믿는다.
979-11-93333-07-5
9천원
아마도 너는 나를 만나려고 버려졌고, 나는 너를 만나려고 아팠나 보다. 이런 걸 묘연이라고 하는 거겠지. 내 곁에 와줘서 고맙다. 미르
꽃기린
기차 시간이 촉박한 저자는 달린다. 놓치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달리고, 왜 매번 아슬아슬한가 후회하며 달린다. 째깍째깍 예외 없이 돌아가는 기계 앞에서 인간은 자주 무너진다.
979-11-93333-10-5
6천원
알람이 울렸다. 7시 25분을 6시 25분으로 착각해 늦게 일어났다. 머리만 간신히 감고 화장실을 나왔다. 어렸을 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피부가 맨들거렸는데 요즘엔 얼굴이 너무 푸석푸석하다. 화장은 못 해도 에센스는 바르고 달려야겠다.
이태원댄싱머신
독립서점 회전문서재의 2022년 기록.
서점 인턴이 만든 사진집이다. 마지막에 서점지기의 짧은 글이 들어있다. 그외에는 전부 서점 사진이고 고양이가 같이 찍힌 사진도 몇장 있다. 표지에 굳이 고양이 사진을 넣고 만들었다.
기록용으로 만든 미니북인데, 이걸 돈 내고 살 필요가 있을까.
9천원
이태원댄싱머신
대형책을 찍다가 고양이도 같이 찍었다. 사실상 홍보용 책자.
그 사진 모음이다. 당연히 대형책에 들어있는 문구도 일부 인용했다
홍보용 책자를 돈 내고 사는 호구, 아니 호기로운 독자를 기다린다.
5천원
이후 나온 책은 무조건 고양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어떤 홍보 사진도 고양이 마케팅을 이길 수는 없었다. 고양이는 귀엽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귀여움은 정의할 수도 없고, 측정될 수도 없다. 정확히 어떤 주술적 효과를 가지는지도 모르지만, 넋 놓고 보게 된다. 이제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는 내 알 바 아니다.
그리고 계속 더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