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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n 30. 2019

연예인 부부의 2세라면

키가 커진다면, 혹은 작아진다면, 나는 얼마나 변할까. 나한테 키는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가진 걸까. 웹툰 「일진의 크기」가 던지는 질문이다.



키가 2미터에 달하는 주인공은 학생들을 괴롭히는 일진이다. 그런데 어느날 성장축소증후군이라는 가상의 질병으로 인해 몸이 작아진다. 조용히 공부만 하던 친구도 아니고, 압도적인 물리력을 바탕으로 학우들을 괴롭혔던 주인공이다 보니, 그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자기한테 밀렸던 다른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고, 자신이 무시하고 괴롭혔던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볼만하다.


덩치가 학교 내 권력에 미치는 영향은 위와 같이 분명하다. 이야기를 조금 더 넓히면, 외모가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궁금해진다.


자본


일반적으로 자본이라고 하면, 돈이 떠오른다. 계량이 가능한 경제자본이다. 그런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수단에 경제자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피에르 부르디외가 이야기하는 '문화자본'이다.


노동자들의 자녀들이 또 다시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제자본의 획득을 위해 필수적인 문화자본의 축적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화자본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간'과 '노력'의 투입이 필요하며, 그러한 시간과 노력의 투입량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조건을 요구한다. 노동자와 농민들은 그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수 없는 객관적 상황 속에 놓이며 이는 그들의 경제적 빈곤으로 연결된다. 노동자와 농민의 자녀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노동자, 농민이 되는 '운명'은 대중적 신파극에서나 등장하는 뻔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경제자본 습득의 전제로서 문화자본의 축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그들의 객관적 조건에서 기인된 복잡한 사회적 메커니즘이 낳은 비극이다.
 _김동일 「피에르 부르디외」


외모


이 문화적 자본에는 학력, 인맥, 취미, 교양, 감성 등이 다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외모는 빠져있다. 외모로 인해 돈을 더 많이 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외모가 주는 경제적 혜택은 얼마나 될까? 어느 직업에서나 젊고 예쁜 여성은 월급도 많이 받는 것일까? 미국의 하머메시 교수가 캐나다와 미국의 노동자들에 대한 소득·외모 설문조사 자료를 이용해 외모 프리미엄과 외모의 생산성을 분석한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응답자들의 외모를 아주 잘생긴 외모·평균 이상의 외모·평균적 외모·평균 이하의 외모·못생긴 외모 등 5개 랭킹으로 나눴는데, 학력·경력·나이 등 다른 조건은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평균 이상의 좋은 외모를 지녔다고 평가된 사람들은 평균적 외모를 지닌 사람들보다 대체로 5% 정도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균적 외모를 지닌 사람들은 평균 이하의 외모를 지닌 사람들보다 5∼10% 정도 높은 소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_한겨레21 「외모는 월급이다?」 2005-11-23 기사


매력자본


캐서린 하킴은 여기에 숟가락을 얹는다.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 외에, 매력자본(erotic capital)이라는 개념을 추가한 것이다.


자기의 인적 자본을 활용하는 이들이 존경받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력 자본을 최대한 이용하는 사람들이 왜 무시당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남성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법률과 정책에 깔려 있는 청교도적, 가부장적 도덕성을 버릴 때가 왔다.
 _캐서린 하킴 「매력 자본」


매력자본을 인정한다면, 멋진 외모, 태도, 패션 등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게 당연하고 정상적인 일이 된다. 저자도 이러한 매력자본을 적극적으로 키우라고 말한다. (그리고 심지어 성적 서비스, 성매매도 문제없다고 말한다.) 문화자본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모를 가꾸는 것도 투자가 되는 셈이다.


매력자본도 경제자본과 마찬가지로 부를 창출하는 기반이 된다면, 경제자본과 마찬가지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도 허황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허황되다.) 연예인 부부의 2세는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내는 게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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