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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08. 2019

시작이 반이다

사랑은, 시작이 반이 아니다

사랑을 시작하는 것과 유지하는 것은 다르다. 전혀, 완전 다르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사랑의 비법, 기술은 사실 유혹의 기술이고, 사랑을 시작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이와 달리 장기전이다. 아주 오래 걸리고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다.


사랑에 대해서는 배울 필요가 없다는 가정에 이르게 하는 세 번째 오류는 사랑을 '하게 되는' 최초의 경험과 사랑하고 '있는' 지속적 상태, 혹은 좀 더 분명하게 말한다면 사랑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혼동하는 것이다.
 _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사실상 그들은 강렬한 열중, 즉 서로 '미쳐버리는' 것을 열정적인 사랑의 증거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기껏해야 그들이 서로 만나기 전에 얼마나 외로웠는가를 입증할 뿐이다.
 _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최초의 조치는 삶이 기술인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도 기술'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_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에 의하면, 사랑은 열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해야 하는 기술이다.


여러 해가 지나고 또 여러 편의 사랑에 관한 에세이를 접한 후에야 라비는 몇몇 다른 결론에 도달하고, 한때 그가 낭만이라 보았던 것ㅡ무언의 직관, 순간적인 갈망, 영혼의 짝에 대한 믿음ㅡ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배워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_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에 의하면, 사랑을 시작할 때 느꼈던 열정이, 사랑을 유지할 때는 필요가 없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것처럼 시작은 감정이지만, 유지는 기술인 것이다.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아간다. 내딛는 감정부터, 함께 걸어 나아가는 그 긴 여정을 다 합쳐서, 사랑이라고 부른다.


식물원 정문에서 커스틴은 라비에게 전화를 걸라 말하고, 다음 주 저녁에는 매일 한가하다고 일러준다. 그 순간 라비는 그녀의 얼굴에서 열 살 적에 지었을 법한 미소를 본다.
라비는 느린 걸음으로 토요일의 인파를 헤치며 쿼터마일의 집으로 향한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행운을 나눠주고 싶을 지경이다. 여하튼 그는 사랑에 관한 낭만적인 관념을 지탱하는 핵심 과제 세 가지를 족히 통과했다. 사람을 제대로 만났고, 그녀에게 마음을 열었고, 그녀가 받아들여주었다.
그러나 당연히, 그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그와 커스틴은 결혼을 하고, 난관을 겪고, 돈 때문에 자주 걱정하고, 딸과 아들을 차례로 낳고, 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고, 권태로운 시간을 보내고, 가끔은 서로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고, 몇 번은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짜 러브스토리다.
 _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한국어판의 제목인데, 참 잘 지었다. 제목대로, 낭만적 연애 이후의 일상은 아주 길다. 그리고 그것까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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