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미움받을용기」
하도 좋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읽어봤는데, 과연 좋았다. 무엇보다 칭찬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아들러에 대한, 청년과 철학자의 논쟁으로 구성이 되어있다. 대화체다 보니까 아주 읽기 쉽다. 중학생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읽을 시간이 있다면. 나는 중학교 때 시간이 아주 많았다. 하루종일 게임을 해도 남을 정도로, 남아 도는 게 시간이었던 것 같다.
재미있었던 내용 몇 가지만 소개하겠다.
_트라우마
아들러는 트라우마 따위는 없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영향을 받아 내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온전히 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과거의 기억을 가져다 핑계를 대는 것이 트라우마다.
어떤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받은 충격 -즉 트라우마-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시크릿 같은 미국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난다. 이런 이야기만 했다면, 책을 덮었을 것이다.
_분노
분노조절잘해라는 시쳇말이 있다.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 앞에서는 분노를 마구 표출하다가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 사람(like 마동석) 앞에서는 감정 조절을 잘하는 사람들을 비꼬는 말이다. 선택적 분노조절장애라고도 말한다. (물론 정말 질병도 있다. 충동조절장애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에 시작되고, 만성질환이 된다. 유전적으로 세르토닌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화가 나서 화를 낸다. 이런 당연한 문장을 아들러는 비판한다. 재미있는 예시를 통해 우리가 분노를 핑계 삼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어느 날, 엄마와 딸이 큰소리로 말다툼을 벌였네. 그런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지. "여보세요?" 엄마는 당황해서 수화기를 들었는데 목소리에는 여전히 분노의 감정이 남아 있었지.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딸의 담임선생이었네. 그걸 안 순간 엄마의 목소리를 정중한 톤으로 바뀌었지. 그리고 그대로 격식을 차린 채 5분가량 담소를 나누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네. 동시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딸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
요컨대 분노란 언제든 넣었다 빼서 쓸 수 있는 '도구'라네. 전화가 오면 순식간에 집어넣었다가 전화를 끊으면 다시 꺼낼 수 있는, 엄마는 화를 참지 못해서 소리를 지른 것이 아니야. 그저 큰소리로 딸을 위압하기 위해, 그렇게 해서 자기의 주장을 밀어붙이기 위해 분노라는 감정을 이용한 걸세.
그에 따르면 누군가 싸움을 걸어와도 상대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분노 대신 다른 소통 방식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주장을 하며 분신하는 대학생들을 비판했던 김지하는 아들러의 사상에 심취했단 말인가.)
_칭찬
처음부터 궁금했던 칭찬 파트로 넘어가자. 일반적으로 우리는 칭찬과 훈육 중에서 어떤게 더 바람직하냐 물으면, 칭찬이라고 답한다. 아동인권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근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그 이전에는 폭력이 답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들러는 칭찬도 부정한다.
아들러는 이런 상벌에 의한 교육을 맹렬히 비판했네. 상벌교육의 결과로 생기는 것은 "칭찬하는 사람이 없으면 적절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벌주는 사람이 없으면 부적절한 행동을 한다." 등과 같은 잘못된 생활양식일세. 칭찬받고 싶은 목적이 있어서 쓰레기를 치운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칭찬받지 못하면 분개하거나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딱 봐도 이상한 예기지.
먼저 타인의 기대를 무시하라는 주장을 하고, 이어서 자녀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주제로 넘어간다. 하나하나가 맞는 말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자녀 양육을 시작하기 전에, 고민과 토론을 통해서 이에 대한 원칙을 정해야 할 것 같다.
_자유
너무 길어지면 지루해지니,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자, 깨달음을 주었던 부분을 소개한다.
자유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철학의 난제는 애초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하지만 아들러를 통해서, 자유에 대해서는 확실히 정의내릴 수 있게 되었다.
철학자 : 몇 번이고 말했지만,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다"라고 주장하지. 즉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해방되기를 바라고,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갈망하네. 하지만 우주에서 혼자 사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해. 생각이 여기에 이르렀다면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결론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네.
청년 : 뭔데요?
철학자 : 단적으로 말해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 일세.
청년 : 네? 무슨 말씀이신지?
철학자 : 자네가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것. 그것은 자네가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증거이자 스스로의 방침에 따라 살고 있다는 증표일세.
청년 : 아, 아니. 하지만...
명쾌하다. 단순하다 못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다. 이 부분을 읽고 이 책의 제목이 단순히 마케팅이 아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 가치관의 한 부분이 단단해지는 기분이다.
★★★★★ 읽기 쉽고 내용이 좋은데, 안 읽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