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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Feb 04. 2021

영혼까지 힐링시키기

브런치 달리기

1. 브런치를 시작하다-글쓰기를 달리고 싶은 이유


브런치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도 어느덧 반년이 다 되어간다. 2020년 9월 초부터였으니까. 


작가가 되어 축하한다는 한 통의 일을 받으며 쾌재를 부르던 일, 처음 글을 올리던 그 날의 그 설레임이 아직도 생생하다. 작가라는 호칭을 달고 글을 너무 쓰고 싶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반대표로 '지구촌 아이들에게 편지 쓰기'를 맡은 일 이외에 그 어떤 글짓기 대회에 나가본 적도, 작문 시간에 칭찬받은 일이 전혀 없던.. 글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글을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글인지, 어떤 주제로 써야 하는지 몰랐지만 쓰고 싶은 게 많았고 컴퓨터든 핸드폰이든 뭐든 손에 쥐고 싶었다. 그만큼 내겐 기록하고 달릴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고, 활활 타오를 에너지가 장착되어 있었다. 세 아이 육아로 아무리 피곤하다지만, 아이들이 잠든 순간 '아싸!'를 외치며 방 밖을 탈출하기도 했다.


내게 있어 브런치는, 평범하고 특별함이라곤 전혀 없이 살고 있는 내게 신비한 바람과 같은 존재였다. 아주 맑고 깨끗해서 영혼까지도 정화가 되는 그런 상태의 특별한 바람 말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예전 체력을 따라가지 못해, 잠이 부족하면 그 여파가 꽤 컸다. 이를테면 허리 통증이 심해(언젠가부터,  잠이 부족하면 허리 통증에 시달리곤 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전까지 아프다. 잠이 부족해지면 짜증지수가 올라간다. 아무 일도 아닌 듯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일도 화를 내거나 이해불가의 상황이라 판단해버리게 된다. 가장 큰 피해자는 아무래도 늘 함께 지내는 아이들이다.


근래에, 몸살이 걸리기도 했다.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김에 난장판이 된 딸아이의 방을 정리하려는데 어느덧 새벽이 되어버렸다. 그 일로 몸살이 걸렸다. 아.. 내 체력이 예전 같지 않구나.. 이제 몸 사릴 나이인가 보다.. 했던 적이 있다.


그랬던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고 앉아있다가.. 그렇게 새벽을 맞이하는 횟수들이 한 번 두 번 세 번.. 생겨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혀! 피곤하지 않다는 것이다. 평소와 달리, 허리 통증도 없고 졸리지도 않으며 짜증도 없었다. 몸살도 오지 않았다. 오히려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 삶과 생각을 돌아보고, 그것을 글로 적어내려가는 동안 이미 나는 1차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된다. 일평생 무언가에 딱히 집중해본 적이 없는 내가 글쓰기를 한번 시작하면 쉽사리 손을 놓을 수가 없다. 내 모든 감각과 호흡이 오로시 글쓰기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표현이 무아지경이다. 내가 없는, 나를 잊어버리는 상태 말이다. 보통 일을 할 때, 그렇게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면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찾아올 뿐이지만, 글쓰기는 정반대이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사실 배고픔 따위 느낄 새도 없다), 있던 스트레스마저 사라지고, 내 안의 모든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다.



2. 라이킷!


'내가 쓴 글을 누가 읽어줄까?'

(더욱이 난 구독자도 많지 않은데 말이다. 몇 분 안 되지만, 구독해주신 분들께 그야말로 감사, 감사할 뿐이다ㅠㅠ..♡)

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처음 올리던 그 날 "ㅇㅇ님께서 라이킷 했습니다. "라는 알림이 떴다. 어.. 이게 뭐지? 소심한 나는 갑자기 죄인이 된 것마냥 심장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거.. 누구한테 신고당했나? 이런 글 썼다고? 그래도 그렇지 너무 하네.. 이걸 눌러서 내용을 확인해? 말아? 고민하던 찰나, 남편에게 물었다. 이거.. 뭐지? 나쁜 거 아니야..? 남편이 말했다. 글쎄.. 뭐지? 유튜브의 '좋아요' 뭐 그런 거 아니야? 라이킷! 그렇네, like it! 그 말에 용기 내어 알림창을 눌렀다. 역시..!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심장이 요동치고, 이게 뭐라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또 라이킷이 뜨지는 않을까 수시로 폰을 들여다보았다.


여기에서 브런치에 글쓰기의 2차적인 이유가 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것. 이것이 촉진제가 되어 글쓰기를 유지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고 글을 쓸 자격이 주어지기만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가 그 글을 읽어줄 때 의미가 생긴다. 어린 왕자가 꽃에게 의미를 부여했을 때 특별해지는 것과 같이 말이다.




3. 브런치에 대한 나의 결론


브런치에 대해 호평하는 이도 있고, 혹평하는 이도 있다. 다들 알고 있듯 브런치는 출간의 기회가 있다. 이를 바라보며 쓰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혹은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글쓰기 근육을 다지는 자기 계발의 루트, 혹은 일반 블로그와는 달리 작가라는 타이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정들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 성찰을 하거나  힐링하는 경우도 있겠다.


혹평하는 경우는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브런치에 글을 쓸 시간에 블ㅇ그나 유ㅇ브에 투자하라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을 보아왔다. 아무래도 수익을 생각하면 그게 현실적이겠다. 하지만, 그렇게되면 과연 글쓰기의 순수성이 얼마나 지속될까.


그래서 나의 결론은, 브런치를 계속한다 이다. 비록 처음에 비해 (개인적인 이유로) 글을 자주 올리지 못 하지만,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내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꿈꾸는 나를 발견하고, 알게 모르게 내 콘텐츠를 찾으며 발전하기에 나는 이 플랫폼을 포기할 수 없다.


혹시 고민하고 있거나 떠나려는 분들이 계시다면 브런치의 순수한 목적을 기억하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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