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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May 21. 2021

브런치를 하면서 드는 고민..

다른 사람들한테 말을 할까, 말까

브런치를 해 온지 9개월 째다.

처음 시작할 때의 고민은 '작가명'이다. 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바로 그 이름.



본명 vs 닉네임, 그리고 구독자


사람은 습성상 자기 이름을 알리고 싶어 한다.

나 역시, '작가'라는 타이틀이 좋아 내 이름을 걸고 싶었다. 우연히 검색하다가 나온 글이 내 글일 경우, 내 이름 석자가 박혀있는 걸 보면 그 기분은.. 경험해본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러나, 마음 한 켠이 불편한 것은.. '과연 내 본명을 사용해도 될까?'라는 것이다.


브런치 시작 초, 다른 분들의 구독자를 살펴본 적이 있다. 이미 구독자가 많은 분들 앞에서 부끄럽지만, 구독자가 10명을 넘기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죄송하지만, 글이 몇 개 없다거나 구독자가 나와 비슷한 수일 경우를 몇 분 살펴보았다. (당시 나의 구독자는 7명이었다)


이 작가분은 왜 이렇게 구독자가 많지? 글도 나보다 훨씬 적은데..


너무 궁금해서 구독자를 살펴보니 보통 작가분들이 아니었다. 작가의 경우, 이름을 누르면 그분의 브런치로 연결이 되지만, 작가가 아닐 경우 열리는 브런치가 없다.


내가 본 작가분의 경우, 지인이 꽤 많았다. 구독자가 19명이었는데 지인이 13명이 넘었다. 덩달아 라이킷도 많이 눌려 있었다. 꼭 지인이 아닐 수도 있다. 작가는 아니지만 브런치가 좋아서 그냥 가입하고 여기저기 구독한 분일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한 이유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는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양가 식구들한테만 얘기해도 30명은 넘으니 당장 단톡방에 올리자고 한다. 그런데 주저주저했다. 왜 일까?


자신이 없었다. 글을 쓰려면 내 속내를 시원하게 풀어내야 하는데 내 가족이, 의도치 않은 지인이 그 글을 매일 본다고 생각하면 과연 솔직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최근 몇 달은, 내 브런치를 어떤 모임에 공개할 생각으로 글을 정리한 적이 있다. 내 여러 가지 생각을 풀어쓴 글들을 포함하여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글들은 다 '발행취소'를 해 버렸다.

그리고, 그 모임의 대상이 볼 만한 '독서교육'과 관련된 글만 남겨두었다.

머릿속엔 쓰고 싶은 말, 이야기, 생각들이 넘쳐나는데 그걸 못 하니 답답해져 왔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와 같다고나 할까.



특정주제로 가끔 vs 일기와도 같은 일상을 수시로


다음 고민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니, 생각지 못했던 주제의 독서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글을 파헤치고 정리하며 쓰고 싶었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의 경우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쓴다는 것은 사치이다.


첫째 아이는 일주일 중 반은 학교를 가고 반은 온라인 수업을 한다. 셋째는 늘 나와 함께 있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내 시간없이 엉덩이 붙일 시간없이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새벽시간에 일어나 쓰는 것도 시간의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어떤 테마로 글을 쓰려할 때에 그 기간이 오래 걸렸다. 나는 매일 글을 올리고 매일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점점 마음의 돌이 되었다. 그래서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일기와도 같은 나의 글을 과연 누가 봐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와 같은 생각, 느낌을 갖는 누군가는 읽어주고 공감해주겠지 하고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실명 대신 닉네임으로 가자!이다. 그리고 나의 이 은밀한 브런치 작가생활은 비공개이다. 공개하는 순간, 생각은 고정된 틀 안갇혀버리게 될 것이다.


어떤 테마를 정하고 한 길로 가는 것도 좋고,

나의 이름을 (만천하는 아니더라도) 지인들에게 알리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진정한 썰을 풀고 싶고 진정한 내면을 돌아보며 솔직한 내가 되고 싶다.


사실, 정보성 글은 구독자를 늘리는 지름길이다.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나는 현실을 보려한다.


거창하게 특정 주제가 아니어도 좋다. 쉽게 생각하자. 그런 건 나중에도 천천히 하면 된다. 현재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글은 매일 꾸준히 써야 느는 법이 아닌가? 좋은 주제도 좋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기초작업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써야 한다.


특정 주제의 글은 지금처럼 짬을 내서 가끔이나마 쓰고, 매일의 글쓰기는 못 하더라도 일주일에 한 개 정도의 글 쓰기는 도전해 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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