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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May 20. 2021

아이를 보내기까지 나의 아침 세 시간은?

오늘도 파이팅!

새벽 기상을 대체로 하는 편이다.

어제처럼 평소보다 많은 체력을 소모했을 때에는 체력관리 차원에서 조금 더 잠을 잔다.

그래서 일어난 시간이 7시이다.




[ am 7 ]


남편 도시락(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남편이 사무실에 가면 매형과 점심을 먹는데, 누나가 음식을 꽤 신경 쓰는 편이다. 아이가 한 명, 그 마저도 초등학교 6학년이라 손이 덜 가서 미안한 마음이 아주 조금 덜어지기는 한다. 어쨌거나 늘 감사하고 죄송하다) 반찬으로 호박전을 했다. 호박전 하나로 반찬은 끝이다. 벌써 8시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나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 am 8~10]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를 깨운다. 코로나로 그나마 일주일에 3일 등교하는 날 중의 하루다.

어제 체력장을 방불케 하는 하루를 보냈기에(물론, 평소에도 이런 기상시간을 보내기는 한다), 깨우기가 참..


이제 일어나야지

세수하며 잠 좀 깨라~

세수 안 하고, 청소도 안 된 지저분한 식탁 밑에 엎드려 눕는다.


안 일어나니? 지금 일어나도 지각 인대~

그래도 미동이 없다.

결국 일으켜 식탁에 앉힌다.

딸아이는 만화책을 편다.

먹으면서 잠 깨라고 앉혀두니 만화책을 펴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 속은 뒤집어진다.

마음속 주전자는 펄펄 끓어 경적을 울리고,

머릿속 화산은 부글부글 넘치다 못해 화산재가 사방팔방 튀어 다닌다.


옷 입어야지

양치는? 화장실 한 번 다녀와라

옷 좀 입으라니까~

양말은?

학교.. 안 가니?


엄마의 쉼 없는 잔소리로 결국 딸아이의 지각은 면제됐다. 여기까지 8시 45분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둘째 차례이다.

앞선 일의 반복이다. 셋째까지 있다. 이렇게 나의 아침 일상은 10시까지 이어졌다. 참고로, 둘째는 지각이다.

오늘따라 셋째가 자신은 집에서 만화를 보며 혼자 기다리겠다며 둘째만 데려가느라 그나마 5분 정도는 시간을 줄인 것 같다.





둘째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 내게 주어진 혼자라는 5분의 시간.

한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자연에 눈을 돌리고, 잠시 살아있는 나를 느끼는 시간.

아침부터 구름으로 뒤덮여 어두웠던 하늘이 차츰 개일락 말락 하는 이 시간.

스산한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아침내 받은 나의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이 시간.

단비가 메마른 땅을 적시듯, 그렇게 오늘 내가 살아갈 쉼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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