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등교를 시작으로 학생들 사이에 코로나가 무섭게 퍼져나가는 요즘, 주변에 혹은 본인이 확진이 되어본 경험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느 교회에서 나왔다더라, 어느 백화점에서 나왔다, 어느 지역에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더라,”고 말을 했다. 요근래 들어서 “조카가 걸렸다/ 옆집 아이가 걸렸다.” 며 그 거리가 확 줄어듬을 피부로 느낀다.
#1. 능동 감시자 - 보건소에서 연락 옴.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다. 4주 전, 둘째(두랑이)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다. “원내에 확진자가 발생되어 코로나 검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내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고, 두랑이는 능동 감시자였다. 덕분에(?) 첫째(사랑이)는 학교를 쉬었고 둘은 신나게 놀았다. 다행히 다음날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으나, 유치원에 추가 확진자가 나왔기에 일주일을 쉬었다.
#2. 셀프 자가격리 - 보건소에서 연락 안 옴.
두랑이가 유치원에 가게 될 즈음 주말인 토요일. 남편이 새벽 축구를 마치고 기분 좋게 집에 들어와서는 전화 한 통에 다급히 연락을 한다. 알고 보니, 전날 코로나 검사했던 한 명이 새벽에 축구를 하러 나왔더란다. 자초지종을 몰랐을 때에는, 그 사람이 좋게 보일 리 없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코로나 검사해보겠다는 동료직원을 따라 자신도 ‘그냥’ 받아본 검사였고, 당연히 아무 일 없겠거니 하며 다음날 축구모임도 참여했더란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문자가 와 있더란다. 무증상이었던 것이다. 그분께 잠시 미워하는 마음을 가졌던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갖은 채, 남편과 우리 가족, 또 축구팀 전원은 하루 동안 격리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나의 즐거움인 토요일 독서 동아리 모임은 불참을 하게 되었다는;;) 다음날, 축구팀은 다행히 전원 음성 결과가 나왔다.
#3. 밀접 접촉자 - 보건소에서 연락 옴.
지난주 월요일, 학교에서 돌아온 사랑이가 하는 말이 “선생님이 내일 온라인 수업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뭐 좀 잘 모르겠다고 말씀하셨어~” 엥? 무슨 소리야, 이번엔 우리 사랑이 차례야?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딱히 알림장이 없었기에 그냥 무시했다. 다음날(화) 아침, 긴급공지 알림장이 떴다. 사랑이가 다니는 학교 내에 확진자가 있어 사랑이네 반은 전원 코로나 검사와 동시에 자가격리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결과는 다행히 전원 음성이 나왔다. 아무 일 없이 정상 등교를 할 줄 알았다. 종전처럼 그냥 며칠 온라인 수업하다가 학교에 가면 되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같은 반 아이라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었고, 전원 자가격리 통보받았다.
덕분에 둘째인 두랑이도 덩달아 유치원 등교정지가 되었다. 매일 아침 8시 30분 전에 체크하는 ‘자가진단 앱’에 2,3번 문항은 ‘아니오’로 누르니, 등교중지 메시지가 떴다.
#4. 누나와 함께 즐거운(?) 자가격리 기간을 마친 후 드디어 유치원 등원일 - 유치원 공지 문자 옴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엄마는 정신없이 바쁘고, 세 아이는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유치원 등원하는 날! 우와.. 드디어 두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거야?나의 발걸음이 새처럼 가볍다. 오늘따라 남편이 데려다준다고 하니, 아침 시간마저 선물 받는 기분이었다. 갑자기 핸드폰 알림음이 울린다. 느낌이 쎄하다. 단체 연락이다. 확진자가 '또~' 발생했다. 남편에게 급히 연락해서 아이는 발걸음을 돌렸고, 남편은 허무한 웃음과 함께 출근지로 향했다. 비록, 아이의 긴 자가격리기간으로 전날 실시한 코로나 검사를 또 안 해도 되었지만, 아이는 연이은 자가격리덕(?)에 며칠을 더 쉬게 되었다.
[자가격리 기간 우린 어떤 상태였을까?]
격리 기간이 언제까지인지도 모른 채 격리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이틀 후 위생키트(소독 젤, 소독 스프레이, 일회용 체온계, 의료용 폐기물 봉투)를 받았다. 자가격리 통보 3일 후 보건소에서 드디어 연락이 왔고, ‘자가 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깔도록 지시받았다. 하루 2회 열체크 및 몇몇 문항을 체크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이뤄지지 않으면 진동 알림음이 울리기도 하고, 전화도 온다. 밖에 나가본 적은 없지만 이 기간에 밖에 나가면 앱을 통해 경고음이 울린다고 한다. 핸드폰의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아도 연락이 온다고 한다. 격리 기간 동안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할 경우 공무원에게 연락을 하라는 등의 안내문도 받았다. 3일 후, 구급품 주소 확인을 위해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고, 며칠까지 격리되어야 하는지, 2차 코로나 검사날짜(격리 해제 전일에 꼭 해야 함)와 격리 해제 일자 및 시간을 알 수 있었다. 또, 문자로 격리 통지서를 받았다. 격리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이 격리 통지서로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자가격리 지원금을 신청할 수도 있다.
(참고로,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에 검사를 했고, 결과는 다음날 오전 8시 반경에 나왔다. 2차 검사를 할 때에는, 선별진료소가 아니라 보건소에 가서 해야한다. 방문당일 방문전에 문진표도 작성해야 한다. 문진표 링크는 보건소에서 보내오는데, 이 준비가 되어있어야 2차 검사를 빠른 시간에 할 수 있다. 코로나 자가격리 지원금은 가족수대로 나오는데, 14일을 채울 경우, 인당 약 30만원 정도로 계산되어 나온다. 우리처럼 격리일이 10일인 경우, 14일에서 부족한 일수만큼 지원금은 제하고 지급된다.)
격리 해제를 앞두고 집에 도착한 보급품. 저 손의 주인공은 이번에 밀접접촉자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랑이
[격리 기간 어떤 생각이 들었나?]
코로나 초창기에는 ‘나는 안 걸렸으면 좋겠어/ 이렇게 조심하는데, 나는 안 걸리겠지?’와 같은 생각을 안 했다면 거짓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어느 순간, ‘내 차례는 언제 올까? / 조만간 걸리겠네’와 같은 생각으로 바뀌어갔다. 감염자의 수가 헤아릴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격리시설로 보내지던 시스템이, 더 이상 수용이 어려워 확진자임에도 자가에 머물게 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가격리는, 말 그대로 자신의 집에서 분리된 공간에 격리되어야 한다. 초등학교 3학년인 사랑이는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어 격리된 공간에서 철저하게 소독할 것을 당부받았으나, 아이들의 경우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할까?
가정 내에 자가 격리자가 있어도 백신을 맞았으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지만, 전제조건이 있다. 철저한 격리가 되어야한다. 때문에 난 딸과 함께 셀프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확진자 연락을 받기 전에, 사랑이와 우리는 이미 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잤고 이야기했고 놀았다. 옮을 거였으면 진작 옮았을 거란 뜻이다.
오히려 우리 집에서 자가 격리한 것은 남편이었다. 잠도 따로 자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으니까.
산책도 안 되고 집 안에서만 지내야 하니,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아이들이야 어디에서 뭘 하든 함께 있으면 즐거워하기에 사실 일주일 격리기간 동안 하하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일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날 것이 아니고, 한두 번 만에 끝날 것이 아니기에, 부모 마음이 참 안 좋다. 살아가기 힘든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지금의 이런 환경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어찌 보면 무분별한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데,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아이들이 짊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 검사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유모차 타고 다니는 어린 아가들도 마스크를 잘 착용한다. 태어나면서 외출할 때 마스크 쓰는 게 당연한 세상으로 살아갈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