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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Jun 30. 2022

22개월, 글쓰기 보고서

글쓰기 고백


초기 글쓰기


브런치에서 '작가 축하' 메일을 받은 지 2년이 되어갑니다. 택배 기사님이 불러준 "신소연님 본인이세요?" 이외에 10년을 넘게 제 이름을 들은 기억이 희미합니다. 생전 알지 못하던 플랫폼, 브런치에서  이름이 기록된 메일과 동시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부여받았을 때의 기분은 마치, 평민으로 살다가 어느 날 귀족이라는 직분을 부여받은 것만 같았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설렘에 입꼬리가 절로 올라갑니다.


제가 글을 쓰면 뭐든 될 것 같은 환상마저 있었습니다. 브런치 시스템, 프로젝트 등을 전혀 몰랐을 초창기. 브런치 작가가 된지 얼마 안 되어 '브런치북'이라는 것을 묶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을 어떻게 쓰는지 모르고 어떤 글이 잘 쓴 글인지도 모르던 저는 '내가 무슨 브런치북이야?'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운 어느 날, 브런치에서 설정한 'D-7 작가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왔고, 이 알림은 제 가슴을 하루 온종일 뛰게 만들었습니다. '소연아, 글 안 쓰고 뭐해? 얼른 도전해봐.'라고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결국 책을 어떻게 구성하여 만드는 건지 알지도 못한 채, 일필휘지로 브런치북을 뚝딱 만들었습니다. - 당시 브런치북을 만들면서, 그 내용은 인생의 고백과 진정성이 담겼기에 후회도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그 책은 '신소연' 그 자체가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편집에 대한 기초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구성과 편집 부분에 있어서 늘 아쉬움이 남습니다. 언제 시간을 내어 수정 작업을 해야겠습니다. -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저의 순진무구함은, '혹시 내가 수상을..?' 하는 말도 안 되는 상상으로 이어져 밤잠을 설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방향을 바꾸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올 것


작가가 된지 얼마 안 되어, 구독자 0은 금세 5명, 12명이 되었습니다. 더 금세 늘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고전하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조회 수를 늘릴까', '어떻게 하면 구독자를 늘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분들, 혹은 얼마 안 되신 분들 중에 보면 구독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 저는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얼마 안 되어 일을 준비하고 있던터라, 늘지 않는 구독자만 탓할 게 아니라 글을 많이 올리지도 못함을 반성해야 했습니다. 사실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단순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집에는 저만 바라보는 세 아이도 있었습니다. 코로나 감옥살이를 하던 시기였기에 삼시 세끼에 간식까지 기본이었습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어 독서하는 저인데, 없는 시간을 쪼개고 부족한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일주일에 한 편을 겨우겨우 써 나갔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쓴 적도 있고 전혀 글을 쓰지 못한 달도 있습니다. 그렇게 겨우 완성한 글 한편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제 글은 너무 빨리 묻히지만, 그 소소한 라이킷이 울리면, 또 조회 수가 높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구독자나 조회 수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래서 지금 구독자나 조회 수가 늘면 뭐가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좋아지는 건 '기분', '우쭐대는 마음' 정도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 차라리 구독자가 적을 때 다양한 글도 써 보고, 내공을 기르자. 많은 이들에게 내가 노출됐을 때, 내 형편없는 글에 실망하며 돌아서는 사람들이 없도록, 지금 조금씩 단단해져 가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양'이 아니라 '질'임을 깨달은 거죠. 사람들의 관심이 아니라 좋은 글이 먼저일 테니까요. '숫자'가 조금씩 늘어가는 만큼 저는 '준비되어 갈 것'입니다.




발행하는 글보다 발행하지 못하는 글이 많은 이유


매일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들이 생각하듯 책상이나 카페에 앉아 책을 읽지 않고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글을 쓰지는 못합니다. 설거지하며 책을 읽고, 독서를 위해 새벽 기상을 하고, 밥을 하는 중간 혹은 집안 허드렛일을 하는 틈틈이 글을 조금씩 쓰고 있습니다. 남들처럼 책 한 권을 완독 하지 못하고 글 한 편을 시원하게 쓰지는 못하지만, 10년 육아 내공으로 꾸준하게 이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 근래에 글쓰기가 다소 어렵게 느껴집니다. 애써 글을 써놓고 묵힌 글이, 발행한 글보다 많으니 말입니다. 조금 더 알고, 조금 더 생각했더니 욕심이 났나 봅니다. '이런 느낌을 추가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런 표현을 더하면 어떨까..'를 반복하다 결국엔 모두 삭제했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키울 때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욕심은 분란을 만들어,

감정을 상하게 하는 거야.

지금 욕심은 거두는 게 좋겠어." 

이 말을 오늘은 저 스스로에게 해 줘야겠습니다.

"글을 쓸 때 욕심이 들어가면 사장될 뿐이야.

글을 쓰는 너나, 글을 읽는 독자를 지치게 해.

잘 쓰고 싶은 욕심 버리고, 순수하게

‘글쓰기’하는데 집중하는 게 좋겠다."




글쓰기 방향성


브런치 작가가 된지 얼마가 되었나 계산을 해 보니 22개월이 되어 갑니다. 발행한 글은 110편이 넘으니까, 일주일에 한 편 꼴로 글을 발행했네요. 구독자 수에 비해 작가 기간이 오래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제 글쓰기의 현실인 거죠. 채우고, 성장해야 할 영역이 이렇게나 많이 있네요. '이제 겨우'가 아니라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 공부해야 할 부분이 많음에 감사'한 하루입니다. 제 글쓰기 방향성은 이제 '구독자도, 조회 수도, 브런치북 수상'도 아닙니다. 단지, 내 글을 평가하지 않고 '매일의 글쓰기를 꾸준히 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데에 있습니다. 제 글쓰기가 탄탄해지면, 생각지 못한 곳에서 저를 반겨주기도 하겠지요.


밀라논나 에세이,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에서 장명숙 작가님은 70대가 되어서야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이미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제가 장명숙 작가님을 30년이나 앞지른 아주 행복한 사람이네요. 그 중심에는 독서와 글쓰기가 있고요.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을 가슴 뛰게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그 일이 현실이 되길, 좋은 결과로 삶을 변화시키길 저 또한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혼자서 책을 펼치는 게 어려우시다면

  '함께'의 힘을 빌려보세요.

  <매일 15분 읽기 인증방>에서

책읽기 습관을 들이며, 함께 꾸을 꾸면 좋겠습니다***


***한달에 한 권, 함께 책 읽어요. 7월은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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