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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Jun 20. 2022

아쉬운 인연

초1아들의 놀이터 친구


키만 겅중 크고 젓가락처럼 마른, 심지어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 아이가 있다. 언제부터 그 아이가 놀이터에 있었을까? 어느 순간 앞에 나타나, 아들 녀석과 자꾸 눈을 마주치고 술래잡기 놀이하며 뛰어다니고 목마를 때면 물을 나눠주고 출출해질 즈음이면 까까도 나눠주다 보니, 어느덧 친구 사이가 되었다.


처음 만났을 외국 아이의 얼굴은 어두웠고 작은 얼굴만큼이나 좁은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어느덧 함께 어울려 노는 친구가 생기고 사총사가 되니 그 얼굴에 광명 비추듯, 얼굴이 밝아져 있었다. 데면데면하던 모습에서 어느 순간 눈웃음을 짓는 반가운 사이가 되었다.



한 가지 사건이 생기지만 않았더라면..


놀이터 사총사는 지금도 함께 웃고 떠들며 즐거운 초등 1학년 시기를 보내고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4명 중 3명의 아이가 태권도 학원행을 택했다. 외국 아이는 혼자 남게 되었다. 그 주변에는 눈빛이 사납고 거친 아이 한 명이 먹이를 노리듯, 키가 크고 깡마른 외국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날 이후로 우린, 한때 형제처럼 지내던 사총사의 한 멤버, 외국 아이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남자아이들 세계에서는 보디랭귀지로 모든 소통을 했던 아이였다. 그 아이와의 마지막 날, 파파고 앱을 통해서 '너와 함께 하고 싶어. 같은 학원 다닐래?'라고 물었는데, 전달이 잘 된 건지 아닌 건지, 아이는 'opps.'할 때의 제스처를 하며 가 버렸다.



분명 낯설음에서 반겨주는 사이가 되었는데 하루 사이에 아쉬운 사이가 되어버렸다. 왜 내 마음은 저며오는 건지..  원래 아이들 관계는 금새 연결되고 금새 끊어지기를 반복한다지만, 타국에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 그 아이와 한때 정을 나눈 사이인데..


아이를 다시 홀로 남겨두는 엄마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다시 사총사가 될 수 없다면 부디, 그 아이 주변에 아이를 사랑해 주는 다른 친구가 생기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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