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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Sep 16. 2022

사랑은 전파를 타고

<이수영의 12시에 만나요>리뷰

일할 때, 라디오를 듣는다. 최근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기도 했으나, 컴백 '라디오'다. 내 소싯적 노래를 들으며 추억을 곱씹고, 라디오 DJ가 읽어주는 사연을 들으며 일희일비하는 게 참 좋다. - 일하며 드라마도 보고, 라디오도 듣고, 남들이보면 정말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하겠다. 일하는 작업이 단순노동일 때에만 가능하지, 머리 싸매고 아이디어를 내야하는 작업시에는 모두 오프다. 켜놔도 안 뵈고 안 들린다. -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아침 저녁이 되어 가을이 물씬 느껴지는 걸 보며, #9390을 눌러 문자를 보냈다.


저희집은 아파트 1층입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집에서 일하는 중이에요. 창 밖은 귀뚜라미가 열심히 울어대는.. 이제 부정할 수 없는 가을인 거죠.

얼마전 친정엄마가 말씀하셨어요,
"가을이 되면 쓸쓸하더라.."

저역시 같은 마음이라, 너무 계절타지 말라고 말씀드렸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이 말씀을 전해드리면 어떨까 해요.

엄마, 가을이 되었으니 겨울이 오고
또 한 살 먹어 더 늙겠구나.. 생각하지 말고,
내가 또 한 해를 이렇게 버티고 견디고 살아냈네!
라고 생각하며 셀프칭찬하라고! 말입니다.
정명숙 여사님, 사랑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cbs라디오를 오랜만에 들어 어플을 다시 깔았다. cbs 레인보우 어플에 녹음 기능이 생겼길래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던 중, <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에서 이수영 언니는 찰진 목소리로, "저희집은 아파트 1층입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집에서 일하는 중이에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놀란 가슴 진정시킬새없이, 내 손가락은 녹음 버튼을 눌렀고, 이수영은 분명 내 사연을 읽고 있었다. 이게 뭐라고.. 사람 마음을 훅~ 들었다놨다 하는지.


곧, 가족 단톡방에 자랑을 했다. 번개의 속도로 녹음한, 이수영 언니가 읽어준 내 사연은 "엄마 선물~"이라는 톡과 함께 음성메시지로 올렸다. 얼마 안 되어 "눈물난다."는 카톡 하나로 엄마는 내게 마음을 전하셨다. 별 거 아닌, 이 문자로 전한 마음이 전파를 타고 엄마의 마음에 위로와 사랑을 전해주어 감사하다.


기쁜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는데, 곧 아이스크림 선물을 보내주겠다는 문자가 왔다. 생각없이 보낸 사연에 담당 DJ가 읽어주고 선물까지 받았으면 그걸로 만족해야하는데, 왠지 뻔뻔해지고 싶었다.

"이 상품.. 부모님께 보내드리고 싶은데 아이스크림말고 다른 상품은 없나요, 바쁘실텐데 죄송합니다.."

'바쁘실텐데'라는 말을 넣어가며 보낸 문자에 관계자분은 마음이 어땠을까? 괜히 미움살 말을 했나싶어 후회할 마음이 들 무렵, 답장이 왔다.

"어머님께 화장품을 보내드릴게요. 보내주신 주소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아..!

<이수영의 12시에 만납시다> 관계자 분은 분명 천사다! 청취자의 의사를 신중히 반영해주는 그 세심한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이에 보답으로, 애청자가 되어 사연을 종종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지인들은 내 권유로 이 라디오를 듣고 있으니까. 그리곤 생각했다. 바쁜 일을 처리하는 순간에도 나와 연이 닿은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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