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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높은 염증 수치, 그래도 글쓰기

세 아이가 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by 아시시

지난 한 주간 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 모르겠다. 지난주에 미리 써 놓은 글을 조금 다듬어 6편의 글을 블로그와 브런치에 발행했다. 글쓰기가 막연히 재미있어서, 신나는 일이 있어서와 같은 이유로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아팠다. 주 초반부터 일주일간, 3호가 고열을 달고 살았고, 이틀 후 2호가 하루 미열, 그 다음날 1호가 이틀간 고열로 고생했다. 증상은 모두 열+기침+가래다. 아이가 아프다 보니, 엄마인 나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시간을 들여 아이를 보살폈고 밥과 약을 챙기기를 하다 보니 찾아오는 것은 쌓여가는 집안, 한번 입고 훌러덩 벗어버리는 빨래, 싱크대가 토하다 못해 다른 곳에 산을 쌓아가는 식기류들, 이불을 며칠간 개지 못해 굴러다니는 먼지들이 집 안 곳곳을 채워갔다.


이 공원에서 놀면서 아이들이 바이러스에 걸렸다.아이들이 나을무렵 알게 되었는데, 우리가 잠시 머문 이 동네에는 해열제도 듣지 않는 고열 감기가 도는 중이라고 한다.


이 소굴에서 살아남겠다고 한 게, 글쓰기다. 예전의 나는 '시간이라는 게 주어진다면' 손과 발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두 발은 바지런 떨며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치웠을 것이고 두 손은 뽀드득 소리나게 그릇과 바닥에 광을 냈을 것이다. 해가 뜨나 달이 뜨나 집안일을 하며 내 시간은 소진되었을 거다. 그렇게 살아온 지난 10년, 내게 딱히 남는 것은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내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고 할까? 연작소설 <장미의 이름은 장미> 중, <아가씨 유정도 하지>의 유정처럼 나도 아이를 돌보되 내가 숨 쉴 구멍을 찾는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처럼 나만의 공간에서 내 존재 가치를 들여다보며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아마도 글쓰기를 통해 위로받고, 힘을 얻고 싶었나보다.



감기로 인한 아이 열은 길어야 3일이면 꺾인다. 열이 5일이 가더라도 5일 내내 고열, 그것도 41도(해열제 먹어도 38도 위 혹은 39도였다)를 유지할 수는 없다. 다른 곳에 이상이 있다는 뜻이다. 3호가 5일간 병든 새가 날개를 축 늘어뜨림처럼 온몸이 늘어지고 기운이 없었기에 더이상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결국 병원을 옮겨 피검사를 하고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다행히 폐렴은 아니었으나 염증 수치가 3배나 높았다. 5일이 지나고, 옮긴 병원에서 수액을 맞으면서 열이 완전히 잡혔다. 담당 선생님은 입원을 말하고 싶었으나 자리가 없어 외래처방을 받았고 며칠 후 다행히 염증 수치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이가 나은 후 알게 된 소식은, 아이들이 놀았던 그 동네에 해열제도 듣지 않는 감기가 유행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며칠은 힘든 마음을 덜어내고 싶어서 글쓰기를 했고, 이젠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 글을 쓴다. 이렇게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 감사하다. 만약, 다른 결론이었다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글쓰기를 이어갔을까.. 아직도 입원 중이고, 혹은 병마와 오랜 기간 사투 중인 분들께는 면목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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