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처음 시작하던 그날, 남편에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음을 알릴까 말까 고민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심사'라는 과정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심리적으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은 것처럼 느껴졌다. 즉,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을 통제할 수 없었다.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음과 같이, 내 안에 찾아온 이 행복감 또한 가릴 수 없었다. 남들에게는 별일 아닌 이 일이, 남편은 '작가 남편이 되었다'며 축하해주었다. 핸드폰에 브런치 앱을 깔고, 회원가입을 하여 첫 번째 구독자가 되어 주었다.
"가족들한테도 얘기할까?
양쪽 집안 다 구독해달라고 해도 서른 명은 족히 넘을 텐데."
마음은 이미 이야기하고도 남았으나, 머리는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정말 잘한 일이다. 글이라는 게 '솔직함'이 빠지면 쓰는 사람은 어렵고, 읽는 사람은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만약, 내 구독자의 많은 수가 가족이었다면 나는 글 쓸 때마다 그들 한 명 한 명 의식해서 제대로 된 글을 쓸 수 없었을 거다. 아니, 진작 브런치를 탈퇴했을 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한 명 마저 의식하게 되었다.
처음엔 아이들 이야기를 쓰다 보니 남편도 재미있게 읽고 라이킷을 해 주었다. 이후, 독서에 푹 빠지며 책 이야기를 주로 쓰다보니, 남편은 읽는 재미가 없다며 브런치에 들르지 않았다. 남편이 이제 내 글을 안 읽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남편은 이따금 라이킷을 하러 왔고 그런 남편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내 구독자가 되어준 건 고맙지만, 어느 순간 남편의 눈치를 보며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 거다. 시간, 상황을 신경 쓰지 않고 글을 쓰고 싶은데, 괜스레 이 바쁨 중에 글을 쓰냐고, 새벽같이 글 쓸 시간에 집안일을 하는 게 어떻겠냐며.. 내 안에 내가 남편을 빙자해 잔소리하고 있었다. 물론, 남편은 그런 잔소리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늘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난 글을 계속 쓰고 싶은데,
자기가 의식되서 글을 못 쓰겠어.
여보 꺼 브런치 앱을 삭제할래."
남편은 기꺼이 수긍했다. 그렇잖아도 요즘 사업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말 안 하고 삭제해도 몰랐을 거라며 쿨하게 앱을 삭제해주었다.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이 기분은 뭐지? 마치, 직장 다니는 부모가 자녀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켜놓은 가정용 CCTV 때문에 마음 한켠이 감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던 사춘기 소녀가, CCTV의 족쇄에서 해방된 느낌이다. 부족한 나지만, 글쓰기를 이어가도록 기꺼이 거리를 둬준 남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더불어, 여전히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내가 못나보여.. 씁쓸한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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