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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Dec 14. 2022

많은 용기가 필요했던, 올 해 마지막 도전!

나의 도전기

20년 전, 수능을 치룬 학생들이 대학 입학 전 가장 많이 했던 일은 단연 '운전 면허증 취득'이었다. 요즘은 환경문제로 하여금 기존 운전자들도 차를 파는 세상이 되었지만, 과거 많은 수험생들은 졸업 전후로 대개 운전학원을 찾았다. 차를 바로 뽑든 뽑지않든 관여하지 않고 말이다. 대학에 입학하면 더 바빠질 것을 고려한 부모님의 계산 때문이다. 나는..,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넌 왜 면허 안 따니?"


누구든 물어으면, 마땅히 할 대답이 없었다. 사실 겁이 났다. 난 운전이 무섭다. 타는 것도 무서운데 직접 운전한다는 건, 상상만으로 기절할 노릇이다. 딱히 사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워낙, 평화주의자에 안전 지상주의라 위험한 장소나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는 잘 가지 않는 성미다. 심지어, 놀이동산도 즐기지 않는다. 아마 TV나 기사 등의 매체를 통해 간접 경험한 영향이 있을 게다. 운전이라는 게, 나만 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아무리 내가 조심한다고 해도, 날 사고는 나는 법이니까.


한 지인은 "난 운전 절대 안 해, 아니 못해."하고 말한다. 이유를 물으면, 나처럼 무서워서이다. 혹은, 어려서 아빠차를 타고 있는데, 갑자기 차가 와서 들이받았다고 한다. 다른 이는 본인이 운전하는 차가 신호대기 중인데, 언덕 위에서부터 달려온 차로 사고를 경험했다고 한다. 사고를 낸 차주가 졸음운전을 해서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운전에 대한 두려움 내지 공포감이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사 딸린 집에 시집갈 거야!"


겨우 내뱉은 말이었다. 직장 생활을 이어갈 때 역시 내 대답은 같았다. 여전히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면허를 따게 되었으니... 이유인즉슨, 슬하에 세 명의 아이가 생기면서부터다. 한 명, 두 명은 뚜벅이로 지낼만한데, 세 번째 아이마저 임신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꼈다. 출산 후를 생각하니 아찔해진 것이다.


남편의 도움으로 도로 주행하던 최근


'어떻게 세 명을 데리고 뚜벅이 생활을 하지?'


결국 만삭의 몸으로 간신히 면허를 취득한 나는, 이내 셋째를 출산했고 계획과 달리 장롱면허자가 되어버렸다. 출산 후 산후조리를 핑계로 운전대에서 멀어지면서 나의 용기가 또 작은 기포처럼 사라져버렸다. 젊은 청년 시절, 안간힘을 써 봐도 생기지 않던 배포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생겨났다. 원치 않아도, 환경이 그리 몰고갔다. 마음 본연에서 나온 것이라기 보단, 억지로 쥐어짜는 데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는 했다.


'아이'때문에 면허를 땄고, 그렇게 5년간 뚜벅이로 지내다가 '아이'때문에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 2호 아이가, 엄마가 운전해주는 차를 타야 유치원에 가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이사를 하게되어 잠시 시작한 운전을 또 쉬게 되었다.

3년 후, 세 아이를 데리고 나갈 일이 잦아졌다. 운전을 안 하면,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 결국 또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 아이 엄마가 아니었으면 잡지 않았을 운전대. 아이들로 하여금, 오늘 또 산을 넘었다.


눈보라를 뚫고 가야했던 도서관. 두 아이는 사진찍는 내 뒤에 있다.


올 해는 유독 많은 도전이 있던 한 해다. '도전'이라면 겁없이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유독 '운전' 앞에서는 (세아이의 생명이 딸린 부분이다보니) 한없이 작아져, 영 외면하고 싶던 부분인데, 이 관문마저 넘어 버린 연말이다. 어제 펑펑 눈이 도로를 계속 뒤덮어 더욱 긴장감 돌던 운전이었지만, 해냈다! 운전을 마친 후, 세 아이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는 내 용기에 대한 격려고 꺼지지 않을 응원이었다. 이왕 시작한 운전, 끝까지 안전하게 해 보겠노라 다짐하며, 앞으로금처럼 경계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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