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로 딱히 피아노 학원을 다닌 적은 없으나, 이번에 교회에서 특별한 기회로 5주 기간 동안 반주 '임시직'을 맡게 되었다. 세상에! 성도가 2천 명이 넘는 교회에서 내가 반주를 하다니..!(물론, 반주했던 5주간 섬겼던 곳은 일부 부서에 지나지 않는다.)
"저, 화음을 누를 수는 있지만 잘 못 쳐요. 어려운 콘티 뽑으시면 안 됩니다~"
그냥 4비트로 기본 화음만 누르자.. 싶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연습은 잘하고 있는 거지?"
맞다, 난 왜 연습을 안 하고 있던 걸까?
내 부족한 실력을 사람들에게 알린 후, 거기에서 끝이었다. 실력이 부족하면 연습을 통해 메꿔야 하는 게, 책임감 있는 모습인데 말이다. 그날부터였다. 세 아이 엄마로서 바쁜 원래의 일상에, 오전 재택근무에, 양가 부모님 생신으로 인한 집안 행사에, 아이들 학교 행사로 인한 학부모 봉사활동에, 교회 행사 준비에, 피아노 반주 연습까지 해야 했다.
밤잠을 줄여가며 피아노 연습하고, 원곡의 반주를 그대로 따라 치는 '카피'까지 하기를 5주간 지내다 보니, 매일같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좋은글을쓰기위해많은책을읽고생각하고써봐야 함과같이, 반주를잘하기 위해서원곡을많이들어보고따라 해보고내손가락이자연스럽게움직이도록건반을많이쳐봐야한다. 생각해서 건반을 누르는 게 아니라 무의식 중에 손가락이 제 화음을 눌러 반주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던지, 이렇게 열심히 수능 공부를 했더라면 하버드도 갔을 텐데 싶을 정도였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뜨면, 찬양 콘티가 절로 연주된다. 곡을 카피하기 위해 열심히 들었던 음원이 양쪽 귀에 서라운드 스피커가 달린 듯 짱짱하게 울려 퍼졌다. 마음을 가다듬고 성경책을 펼쳐도, 반주할 곡이 입으로 흥얼거리는 정도를 벗어나 몸과 마음과 생각 안에 가득 차 도무지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으로는 활자를 읽으려 하나, 거울에 빛이 반사되듯 그렇게 죄다 튕겨져 나가 버렸다. 이러한 열정과 노력이 받쳐주었기 때문일까? 결국 실전에서 반주는, 본래 실력에서 롤러코스터의 최고 위치에 오른 듯, '잘한다' 소리를 들을 지경이 되었다. 할렐루야~! 예의상 하는 말이었든 아니었든 나는 안다. 내 실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또한,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이 피나는 노력과 연습에 대한 끝없는 열심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바쁜 10월 일정에, 여러 곳곳의 행사와 더불어, 책임감을 강화시켜준 귀한 자리였다. 교회 행사로 인한 ‘5주 차 임시직’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교회 한 부서의 반주자 자리로 서게 되었다. 피아노 초보에게 과분하다. 아마도, 건축자의 버린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게 하시는 하나님(시118:22)이 예비하신 선물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