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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Dec 23. 2022

집순이가 연말에 두 번 외출한 사연

연말일기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분주하다.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보느라, 직장인은 연월 마감하느라, 내년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느라, 송년모임 및 각종 회식하느라 한달도 안 남은 12월을 훌쩍 보내기 일쑤다. 심지어, 집순이인 나 역시 없던 약속이 있다. 평소 외출이라고는 남편과 카페를 가거나, 가족이 교회를 갈 때, 또 마트로 장을 보러갈 때가 대부분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친구와 약속이 있었다. 긴 육아탓이다. 한 친구는 6개월 전에 만났고, 다른 친구는 결혼 후 처음으로 10년만에 만났다.


안산에 있는 브런치 카페, 아트스트릿11. 당일생산/판매하는 디저트와 예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우측 사진은 친구에게 받은 선물.
내가 친구에게 준 선물


“엄마, 또 친구 만나? 난 엄마 엄청 사랑해서 같이 있고 싶은데.”


5살배기 막내의 말이다. 늘 자기 곁에 있던 엄마가 이 주 연속 자기를 집에 두고 밖에 나가니 영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아가, 엄마도 우리 아가를 엄청 사랑해. 그런데, 엄마는 친구를 정말 오랫만에 만나는 거니까 이해하고 좀 보내주렴. 저녁에 보자!”


여의도 더현대


집에 남편이 있어도, 아이들을 두고 밖을 나온다는 사실은 상상할 수 없었다. 엄마만 안 보이면 울어재끼는 엄마껌딱지들이 있다보니, 마음편히 외출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11년째 독박육아를 했으니, 이제라도 친구 만나러 나가주는 게 마땅하다. 물론, 이 만남은 아이가 제법 자라서 가능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남편의 배려 덕분에 가능했다. 아이들이 정말 어렸을 때에는 엄두를 못 내더니 이젠 여유가 생겼는지 바람쐬고 오라고 부추기기도 한다. 남편이 세 아이를 잘 케어해주어, 편안한 마음으로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다들 멀리사니, 아침먹고 약속장소에 도착하면 점심을 먹게 된다. 소화시키며 이야기하다보면 금새 저녁시간이 된다. 저녁먹자마자 헤어졌는데 집에 오면 10시 반. 그래도 교통 편한 지금 시대에 사니, 이렇게라도 얼굴을 볼 수 있어 호강한다. 그나저나, 나같은 집순이도 한 달에 두 번이나 외출을 했으니 연말이 맞긴 한가보다. 이제 일주일 가량 남은 12월은, 올 한 해 돌아보며 내년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알차게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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