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시시 Dec 21. 2022

글이 작품이 되기 어려운 공간, 브런치

브런치에게 한 마디!

나는 종이책을 선호한다. 휴대하기 좋은 전자책도 있고 굳이 책을 펼치지 않아도 듣기만 하면 되는 오디오북도 있지만 그 중에 제일은 감촉을 느낄 수 있는 종이책이다. 워낙 아날로그 감성이라, 핸드폰도 꼭 필요할 때 아니고서는 손에서 내려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책을 보게 될 때가 있으니, 바로 ‘브런치’를 할 때다. 전자책은 싫지만, 브런치를 이용하고 있기에 구독자님들의 글을 읽거나 댓글을 달 때에는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얼마전, 브런치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카카오톡 대란 이후이다. 계획에 있었는지, 카톡 사건 이후로 급하게 진행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브런치는 갑자기 ‘브런치앱 업데이트’를 권고했다. 망설임없이 업데이트를 시켰으나, 이내 후회하고 말았다. 브런치가 바뀐 이후로 다양한 작가님의 글을 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적응 문제인 줄 알았다. 내가 워낙 기계치이고, 스마트 기계를 싫어하는데다, 바뀌는 걸 싫어하다보니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곧 내 문제만은 아님을 깨달았다. 다른 건 몰라도, ‘Today’s Pick 요즘 뜨는 브런치북’, ‘완독률 높은 브런치북’, ‘구독자 급등 작가’는 그대로다. 마치 기억력 테스트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이, 이 분! 오늘도 계시네? 고정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늘의 작가’는 랜덤뽑기라도 하는 듯 몇몇 작가님이 돌아가며 나온다. 에디터픽 신작 브런치북, 에디터픽 최신 글도 좋지만 순수하게 ‘최신 글’도 보고 싶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주제별로 카테고리가 설정되어 있다보니  관심분야가 아닌 글을 쉽게 접할  있고, 다양한 작가님을 만날  있는 장이 좋았다. 화면에 내가 구독한 작가님의 글이 보이면 반가운 마음에 바로 댓글을 달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여긴 어디?  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넓은 초원 위에 삐약삐약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던 병아리들이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 반가워하던 기억이 있다. 혹은, 낯선 생물을 만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누군가가 말하지 아도 세뇌당하고 있는 기분이다.


“이봐, 병아리들!
이제 네겐 선택 따윈 없어,
앞으로 내가 보여주는 것만 봐.
그게 내가 정해준 니 롤모델이야!”

라고 강압당하는 기분이다. 이젠 브런치에 들어와도 재미가 없다. 야생마처럼 신나게 달려가고 싶은데, 경주마처럼 눈가리고 끌려가는 기분이다. 내가 구독한 작가님이 아니고선 글 읽기가 부담이 된 시스템이, 참 달갑지 않다. 물론, 바뀐 시스템 안에서 좋은 점도 있겠지만, 이 불편하고 갑갑한 족쇄같은 시스템은 탈바꿈해야할 필요성이 농후하다.



 *** [매일 15분 책읽기 인증방] 멤버 모집 중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배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