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마음은 늘 글을 쓰는데, 막상 자리에 앉아 이렇게 쓰는 시간은, 왜 내게 사치스러운 시간인건지.. 글감은 무수한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음이 안타깝다. 다른 작가님의 브런치 발행 알림이 울릴 때마다 부러운 마음이 늘 가득했다. 물론, 작가님들도 다들 없는 시간 쪼개서 글을 쓰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어째서 나는 11일 동안 글을 쓸 시간이 없었을까?
#핑계1: 세아이+아이들 방학이다.
세 아이 엄마는 늘 바쁘다. 세 아이는 세 살 터울이다. 동선 겹칠 일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1호가 집에 오면 2호는 나가고 난 3호를 데리러 유치원에 갈 시간이다. 초등학생인 1호, 2호가 방학이라 더 여유 있을까? 그건, 일을 안 할 적 이야기이다. 일을 하니, 방학인 아이들 챙기랴, 언니오빠 따라 등원을 거부하는 3호를 달래랴.. 더 바쁘다.
#핑계2: 일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나는 일을 하고 있다. 비록 2시간이지만 말이다. 오전의 2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더욱 전쟁과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방학이라 늦장 부리면 근무에 지장이 온다. 9시가 되기 전에 아침을 줘야하고, 막내의 기분을 잘 맞춰가며 유치원 등원을 시켜야 한다.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가끔 3호의 말만따라 등원을 안 시켰을지 모른다. 하지만, 안 보내면 일 하는데 지장이 온다. 하루 2시간이지만,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니 어쩌겠나. 어떻게든 지켜내야지.
#핑계3: 설날이 낀 기간이었다.
여전히 마스크를 끼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코로나에 감염될까 염려하지 않고 만난 설날이었다. 명절 전에는, 챙겨서 내려갈 음식과 짐을 챙기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시어머님께 전화드려 잘 계신지 안부인사와 함께 무슨 음식을 준비해가면 좋을지 여쭤보았다. 이틀씩 시댁, 친정에서 지낼 5명의 짐을 꾸렸다. 1호, 2호가 초등학생이 되니 본인 짐은 스스로 챙겨서 손이 많이 줄었으나, 여전히 잔소리와 확인 작업은 엄마의 몫이다. 짐을 꾸리기 앞서, 온 짐을 한 데 몰았다. 발전적인(?) 집정리를 위해서다. 시간을 내서, 혹은 틈만 나면 그 짐을 정리해야 한다. 설 기간에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노동으로, 또 친정에 가서는 친정엄마가 주는 안락함에 한없이 늘어져서 긴긴 잠을 자며 보냈다.
출처, 픽사베이
이상의 이유로 나의 글쓰기는 한없이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너무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서 새벽기상 역시 뒤로 밀렸다. 더는 안 되겠다. 나도 살아야지. 독서와 글쓰기가 밀리는 삶은, 타인에 의해 이끌리는 수동적인 삶이라 재미가 없다. 살고 싶었다. 하루하루를 의미있고, 즐겁게 살고 싶었다. 다시 결심을 했다. 글쓰기는 밀릴만큼 밀렸고, 여독이 풀릴만큼 잤으니, 내일(글을 쓰는 오늘)부터 다시 능동적인 삶을 살아보겠노라고. 설 명절 이후로 10시간씩 자도 졸립고 피곤한 나날을 보냈는데, 오늘은 드디어 나의 의지가 새벽을 깨운 하루다. 이렇게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어 개운한 아침이다. 새벽을 깨우지 않으면 도무지 생각하고 사색할 시간이 없으니 말이다. 오늘 하루도 컨디션 관리 잘 해서 내일도 글쓰기를 해야할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