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득불, 천안에 숙박할 일이 생겼다. 간밤에 잠잘 시간을 넘겨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숙소에 전화하느라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잠을 잘 수가 있었다. 한 호텔 S는 전국에 체인점이 있고, 실내 관리 및 리뷰 관리가 잘 된 평판 좋은 곳이다.
나: 3인실이라고 되어 있는데 5명이 입실해도 될까요? 어른 2명에, 아이 3명 인데 어려서요.
직원: 죄송합니다만, 3명이 넘어가면 곤란합니다.
나: 그럼, 성인 1명에 아이 3명은요?
큰 어른 한 명을 줄여서 체크인 시도를 해 보았다.
직원: 규정대로 해야 해서요.
직원은 계속해서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한국사회는, 자꾸 물고 잡고 늘어지면 뭐 하나라도 건질 수 있다. 직원은 연거푸 'NO.'라고 말했지만 마지막 지푸라기 잡는다는 심정으로 물었다. 시간도 없을 뿐더러 숙소 자체가 검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찾은 곳이었다.
직원: 3명이 넘어가게 되면 고객님이 아무래도 불편하실 겁니다.
더이상 거절아닌 '거부'의사를 밝히며 쐐기를 박는거다.
나: 혹시, 제가 괜찮으면 상관없을까요?
내가 못 알아듣는 척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던졌다. 직원도, 더이상 돌려 말하지 않고 대놓고 말했다.
직원: 아이들이 많으면 다른 분들에게 방해가 됩니다.
. . .
마지막으로 한 말이기도 했지만, 직원의 적극적인 거부로 더이상의 물고 늘어지기는 하지 않았다. 다 불어놓은 풍선의 바람이 빠지듯,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알겠습니다라는 대답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이 글을 보고 누군가는 공감을 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맘충이라고 말하며 비난을 쏟아부을 수도 있겠다. 을은 늘 아쉬운 상황에 처하기 마련이다.
출처, 픽사베이
내가 세 아이와 길을 가거나 엘레베이터를 타면, 모르는 어르신들이 한결같이 말씀하신다.
"애국자네"
애국자 소리 들으려고 셋을 나은 것도 아니고, 애국자 소릴 듣게 될 줄도 몰랐다. 출생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서, 어린 아이 하나하나가 더 귀하게 여겨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애들이 많으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체크인을 할 수 없다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다. 애초에 기준인원 3명에 4명을 끼워맞춘다는 게 무리한 설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호텔 기준으로는. 직원은 잘못이 없다. 그의 말대로 룰대로 했을테니까. 마음에 담아두기는 싫고, 마음 한 켠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어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고 털어버리려 한다.
참고로 체크인 해야하는, 당일인 오늘 오후 3시. 한 호텔에 예약했다. 패밀리 트윈룸이 4인 기준이나 5명 모두 입실해도 좋다는 직원의 말에 한시름 놓으며 이제야 일정에 필요한 짐을 꾸릴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