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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Mar 04. 2023

[3월 책모임]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를 더 사랑하고 이해하게 만든 책

[매일 15분 읽기 인증방]의 책친님들이 또 만났다, 3월의 책은 <아버지의 해방일지>이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짠하듯, 자식이 부모를 생각해도 짠한 구석이 있다. 특히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정지아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소설로 그 감동을 더한다.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울다 웃다를 반복하게 했다.



한줄평과 별점


4.5점. 많이 소개받아 읽게 된 책이다. 정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정치적 신념이나 사상의 경계에 있어 어긋남이 생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했고,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고 섬세하게 그려내어 인상깊었다. 안쓰럽고 결연하다.

4.5점. 다양한 아빠에 대해 생각했고 친밀해져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5점. 싱그러웠던 아버지의 삶이 있었을텐데 질곡의 삶을 살았던 아버지를 공감했다. '힘들 게 살아오셨구나, 다른 이에겐 다른 모습을 보여줬구나, 내가 아버지의 한 부분만 보고 평가했구나!'와 같은 생각을 했다. 소통의 기회를 놓쳤다.

4.8점.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고 아버지 장례식장이 쓸쓸했다. 아버지의 성품을 닮았다. 내겐 기회가 없어 아쉽다. 사람의 관계가 신뢰되는 말이 저런거구나..하는 걸 깨달았다. 베트남 아이 마지막 말이 주인공의 마음을 확 연 것 같다. 다른 세상도 이해하게 되었다.

4.7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나눴던 사람사이의 정에 관한 이야기,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모여 아버지에게 받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모습 등을 통해 편견없이 불편함없이 대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었다.



인상깊은 부분


159p. 어머니를 대신해 온몸으로 놀아주던 아버지를 잃고 나는 세상 전부를 잃은 느낌이었다. 그때 잃은 아버지를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도 되찾지 못한 게 아닐까? 아버지를 영원히 잃은 지금, 어쩐지 뭔가가 억울하기도 한 것 같았다.


195p. 사진 속의 아버지는 딴 사람인 듯 낯설었다. 아버지는어릴 때의 얼굴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버지를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낮선 건 본 적 없는 싱싱한 젊음과 정면을 제대로 응시한,사팔뜨기 아닌 눈이었다. 사진 속 문척 모래사장은 지금과 달리 곱고 넓었고, 빛바랜 흑백사진임에도 불구하고작열하는 태양의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그 열기마저식힐 듯 아버지의 청춘은 싱그러웠다. 아직 사회주의를모를 때의 아버지, 열댓의 아버지는 자기 앞에 놓여 있는질곡의 인생을 알지 못한 채 해맑게 웃고 있었다. 사진 속소년 둘은 입산해 빨치산이 되었고, 그중 한 사람은 산에서 목숨을 잃었다. 형들을 쫓아다니던 동생은 형을 잃고남의 나라에서 제 다리도 잃었다. 사진과 오늘 사이에 놓인 시간이 무겁게 압축되어 가슴을 짓눌렀다.


198p. 시속 180킬로로 고속도로를 달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시체처럼 창백했다. 몇시간 전 의식을 잃은 아버지는 얼굴의 근육이 완전히 이완되어 편안하디편안한 모습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은 어느 근육이든 긴장한 상태인 모양이었다. 세상사의 고통이 근육의 긴장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죽음이란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아버지는 보통사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으니 해방의 기쁨 또한 그만큼 크지 않을까, 다시는 눈 뜰 수 없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216p. 내가 어쩔 수 없이 아버지 자식이라는 것을 아버지가 가족을 등지고 사회주의에 몸담았을 때,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혈육을 뿌리치고 빨치산이 되었을 때, 이런 마음이겠구나. 첫걸음은 무거웠겠고, 산이 깊어질수록 걸음이 가벼웠겠구나. 아버지는 진짜 냉정한 합리주의자구나. 나는 처음으로 나와 같은 결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49p. 천수관음보살만 팔이 천개인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천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개의 얼굴을 보았을까? 내 평생 알아온 얼굴보다 장례식장에서 알게 된 얼굴이 더 많은 것도 같았다. 하자고 졸랐다는 아버지의 젊은 어느 날 밤이 더이상 웃기지 않았다. 그런 남자가 내 아버지였다. 누구나의 아버지가 그러할 터이듯. 그저 내가 몰랐을 뿐이다.


259p.시상 더러븐 것을 깨끔허니 치우는 것이 황톳물이여. 황톳물이 휩쓸고 지나가야 새 질이 열린당게.


265p. 아버지 유골을 손에 쥔 채 나는 울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이상한 인연 둘이 말없이 내 곁을 지켰다. 그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져 나를 감쌌다. 오래 손에 쥐고 있었던 탓인지 유골이 차츰 따스해졌다.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



질문


1. 주인공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와 관계된 다양한 인물과 인연을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천수관음보살만 팔이 천개인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천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 개의 얼굴을 보았을까(249p)?"

집안에서의 나의 아버지로 만난 아버지와 바깥에서의 아버지의 모습이 새로웠던 기억을 나눠주세요.


2.자식이 부모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듯 자식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을 만큼 빨치산의 딸이라는 굴레가 무거웠다고, 나는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변명을 들을 아버지는 이미 갔고 나에게는 변명의 기회조차 사라졌다. 그 사실이 뼈아파 나는 처음으로 소리내 울었다. 아버지를 위한 울음이 아니라 나를 위한 울음이었다. 아버지 가는 길에까지 나는 고작 그 정도의 딸인 것이다. 그런 나를, 생판남인 주제에 친자식보다 더 자식 같았던 학수가 아버지처럼 무심한 눈으로,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224p).

아버지가 살아계신 분도 계시고, 마음 아프지만 해방의 기쁨을 이미 누린 분도 계실 것이다.

1)나는 아버지께 어떤 딸이었는지,

2)어떤 변명을 하고 싶은지, 내 앞에 아버지가 계시다면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은지 나눠주세요.




소감


-아까 **님께서 책을 읽으면서 겸손해져야한다는 말씀도 맘에 남아요. 아버지를 알아가는 기회 되시길 바라고 저는 남편과 가족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봐야겠다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책모임 덕분에 되새김질하고 감동을 놓치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시시님 책친님들 감사합니다~

-책친님들한테 위로받은 시간이었어요.

-저도 너무 따뜻한 시간이었어요.

책모임 덕분에 책카톡방 덕분에 책도 있고 일기처럼 시도 써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아버지에 대한 시를 써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 들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정리해보았던 시간입니다. 님들께도 생각을 써보시길 추천합니다.

-많이 반성하게됩니다. 아시시님 질문에 한 방 맞은 것 같았어요. 딸에게 무관심한아빠, 사랑해주지 않은 아빠로만 생각하고 살았지, 나는 아빠에게 어떤 딸이었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 **님 시를 읽고 아빠의 삶을 어릴적부터 생각해보면 더 이해하고 사랑할수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정말 이야기를 이렇게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님 덕분에 또 다시 아버지에대해 생각하게됩니다.. 나는 어떤 엄마인지 생각하는 시간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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