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는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한 과학 전문 기자이다. 그녀가 쓴 이 책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서인지, 철학서인지, 에세이인지, 전기인지 헷갈리는 논픽션이다.
우선, 발상의 전환이 극에 달하는 ‘산뜻한’ 책이다. 이를테면 종의 구분은 없다는 주장이 그렇다. 소, 폐어, 연어를 비교하면 ‘소’, 그리고 ‘폐어와 연어’로 구분짓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소와 폐어’, 그리고 ‘연어’로 구분됨을 보여주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다. 우생학을 주장했던 데이비드, 그로 인한 수많은 유대인의 학살, 제인의 죽음에 대한 의혹, 부적합 판정 등의 내용은 너무 충격적이라 끔직하기까지 하다.
정말 최악은, 작가 룰루 밀러의 커밍아웃이다. 한참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었는데 그런 독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내 마음이 책의 내용에 활짝 열려있을 때 작가는 자신의 상황을 공개했다. 애초에 이 책이 ‘나는 양성애자입니다.’임을 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럼 아예 찾아 읽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과학에 대한 온갖 주장과 논리, 반증에 이어 작가 본인의 치부를 드러냄은,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으로까지 치닫았다. 지진이 나서 유리어항 속의 물고기가 땅에 떨어져 파닥거리듯, 이 책은 내게 몸서리칠 정도로 거북한 존재가 되었다. 작가는 과연 과학에 대한 진실을 말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정당화 하고 싶었을까? 그녀의 ‘용기있는 고백’으로 이 책의 흥미와 몰입도는, 폭포수가 뒤도 안 돌아보고 땅을 향해 전속력으로 떨어지듯, 그렇게 빠른 속도로 하락해 버렸다.
이 책의 메시지가 정말 좋았다. “당연시 여기던 질서를 의심하고 박차고 나오면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음.”과 같이 당연하다는 사고를 박차고 의심할 때, 보이지 않던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그녀의 사상에 절대 공감한다. 반박의 여지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녀의 지극히 개인적인, 또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한 '폭로'로 하여금 이 책의 메시지 또한 내겐 큰 혼란을 주었다. 이 책에 많이 나온 단어 중 하나인 ‘혼란’이 내게도 가까이 다가온 독특한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