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잘 모르는 여자, 나의 엄마

하재영_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by 아시시


하재영 작가는 <나의 친애하는 집에게>로 익숙하다. ‘집’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여성이 살아가는 시대와 한 여성의 성장을 말한다. 하재영 작가의 말대로 가족 대부분은 방이 있어도 엄마만큼은 자기만의 방이 없었는데 그만큼 엄마는 공간적으로 방해받아온 존재이다. ‘공간’을 배경으로, 성장 혹은 여성이라는 주제와 연관시켜 에세이를 써 내려간 그녀의 시각이 신선해서, 작가 하재영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2년 만에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를 들고 다시 찾아왔다. 이는 하재영 작가와 그녀의 친어머니의 공동 회고록이다. 엄마의 생애를 기록하고 딸이 아닌 여성 한 사람으로서 또 페미니스트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자신의 글은 결여되었다며 마무리한다.


이 책의 제목,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는 에밀리 디킨슨이 편지에 쓴 유명한 문장이다. 이 선언은 모계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내 안의 '여성적 힘'을 선포하는 것이고, 어머니의 시대를 넘어서는 것이며, 나를 낳은 여자의 분신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 여성에게는 모두 어머니가 없다.

나의 어머니는 한 시대를 살지만 이 시대의 수많은 어머니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존재해 왔다. 기나긴 세월 모성을 강요받으며 살아왔다. 어린아이가 또 다른 어머니가 되었을 때 그들에게는 더 이상 어머니가 없다.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했던 기억은 있지만 여성으로서의 어머니의 삶은 없다. 어머니처럼 살지 않겠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가면서, 나와 가장 가까운 여성-엄마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이유다. 나의 엄마로 ‘태어‘났는데, 한 인간으로 여성으로의 존재는 인식하지 못했으므로, 엄마에 대해 더 잘 알고자 썼다. 엄마의 말씀을 경청하고, 딸로서 페미니즘 작가로서 하재영의 해석과 감응하는 작업이 인상 깊었다. 자식은, 어려서는 엄마의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 애쓰고 사춘기 무렵에는 온갖 상처를 준다. 성인이 되면 저마다의 크고 작은 십자가로 엄마는 어느 순간 내 인생에 자리하지 않는다. 독립을 시작하면서 딸의 자리는 더 이상 엄마를 알 생각도, 노력도 하지 않는다.

엄마도 당신의 부모에게 사랑받던 어렸을 적이 있었고, 꿈과 설레는 일들이 가득했던 소녀 시절이 있었으며, 당신의 엄마가 그리워 가슴을 탕탕 치며 눈물 쏟던 나날이 있었을 것이다. 나의 자녀가 '할머니는 원래 할머니'라고 생각하듯, 나 역시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나도 가족인데 일하는 사람으로만 여기는 것 같아서 불만스럽고 속상했지만 나만 그런 대우를 받은 건 아닐 거야. 내 세대 며느리는 대부분 그렇지 않았을까? 가족이라기보다는 집안일하는 사람, 있어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어머니는 당신의 상황을 일반화하려 했다. 구성원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대가 없는 재화, 비경쟁성의 사회 서비스였던 '동네의 공공재'였던 어머니는,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는 일은 고통스러우나 '생각하는 자', '질문하는 자'는 곧 '성찰하는 자', 궁극적으로는 '성찰을 통해 더 나은 자신을 꿈꾸는 자(p.212)‘라고 말했다.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순간의 질문으로 긴 세월을 버티고 살 수 있었다. 이어, 힘든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냐는 딸의 질문에 “극복하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거”라고 답할 수 있는 건, 고통의 세월을 살면서 자연스레 터득한 삶의 연륜에 독서로 다져진 자존감,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지혜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책장을 덮은 후, 다양한 반응이 있을 것이다. “엄마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훗날 ’ 우리 엄마‘를 생각하면 무엇을 기억할 수 있을까, 우리 엄마의 엄마는 어떤 분이었을까?”와 같은 질문을 하며 말이다. 내 경우, 세 살 터울의 아이를 세 명 키우다 보니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고우디 고운 동안의 엄마는 어느새 누가 봐도 할머니가 되었다. 뭐처럼 엄마 얼굴 보러 친정에 가더라도 아이들 돌보느라 엄마와 대화할 시간은 없었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내 엄마를 찾을 수가 없다. 엄마와 단 둘이 하는 여행을 버킷 리스트에 넣으려 한다. 또 생각에서만 그치던 ‘엄마 인터뷰’도 진행해볼 생각이다. 이 책을 읽은 후, 나처럼 엄마를 더 알기 위해 가까이 나아가려는 또 다른 형태의 움직임이 있을 수도, 각자의 아픔과 상처로 더 소원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의 시작’을 있게 해 준 ‘엄마-딸’ 사이에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줬다는 자체만으로 이 책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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