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로 포어자머_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
누구나 삶의 무게를 달고 산다. 그 무게는 가족, 경제, 능력 이외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독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 <쥐트도이체 차이퉁> 기자인 ‘바바라 포어자머’는, 이 책 <나의 아프고 아름다운 코끼리>에서 30여 년간 앓고 있는 자신의 우울증을 ‘코끼리’에 비유한다. 우울증을 비롯해 가면 증후군, 감정 표현 불능증, 번아웃 등 자신의 경험을 상세히 기록했다. 난 우울증은 없지만 그녀의 고백에 공감되는 부분이 꽤 있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쉽지 않은 과도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이 시대의 우울을 정확하게 포착해낸다”는 찬사를 받으며 ‘2019년 독일 우울증 지원 재단 미디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바바로 포어자머가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은 출산 후 6개월이다. 실상, 그녀가 우울증을 느낀 것은 훨씬 더 어린 시절이다. 16살에 자전거 타고 달리며 이대로 죽으면 어떨까를 상상했다고 한다. 이후 잘나가는 기자 생활을 하다가 결혼하여 아이를 낳으면서 그녀의 상황은 크게 바뀐다.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그녀의 삶에 큰 획을 긋게 된다.
숨고 싶고 부정하고 싶지만 달라지지 않기에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정면으로 맞닥뜨린다. 전문의를 찾고 만나는 이마다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하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충분히 알린다. 그녀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치워버리거나 억누르는 대신 그 감정에 충분한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특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때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즉 자신을 사로잡은 감정과 생각들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 더 나아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 말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감정을 가리거나 외면하지 말고 공간을 내어주라고 말한다. 우리네 일상도 마찬가지 아닌가. 매사 일일이 자신의 상태를 떠벌리고 다니지 않지만 마음에 큰 코끼리가 찾아온 순간만큼은, 자신의 이야기를 공감해 줄 누군가를 찾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자신의 감정을 돌보지 않는 이는 결국 자신을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할 뿐이다.
“땀을 흘리고 욕을 하고 숨을 쉬고 하루를 살면서 내 질병을 상대로 작은 승리를 거두었다. ‘우울한 상태’의 반대말이 꼭 ‘인생을 즐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울한 상태’의 반대는 ‘삶을 느끼는 것이다."라는 작가의 고백은 그녀가 여전히 우울증이 진행 중이고 긴 세월 고통 중에 있지만 그녀는 현재 삶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기에 ‘작은 승리’를 거둔 것이다. 때론 자신의 삶의 무게가 너무 커서 쉽사리 포기해버리는 이들을 볼 수 있다. ‘나는 할 수 없어’라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 그 안에 자기만의 ‘불가능 영역’을 만들어 놓고는 한다. “‘난 할 수 있어. 하지만 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진정한 해방인 겁니다.”라는 한 상담사의 말처럼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돌아보고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자각하여 승리하는 소소한 기쁨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보며 내 삶의 코끼리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초산을 경험할 때, 출산이라는 과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기에 나 역시 같은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고, 때때로 찾아오는 우울감을 느끼는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위로된 책이었다. 또, 우울증은 정신병이라기보다는 알레르기 같은 일반 질환이며, 필요시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혹여나 이 글을 읽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우울증 환자인데 외면하는 분이 계시다면, 작가의 말만 따라 ‘마음 챙김’관련 책만 보다 병을 악화시키지 말고 꼭 전문의를 찾아가 도움을 받으시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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