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아_아버지의 해방일지
자네 혼차 잘 묵고 잘살자고 지리산서 그 고생을 했는가?
자네는 대체 멋을 위해서 목심을 건 것이여!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경우 내 죽음을 상상하며 내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었으나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아버지의 삶, 나와의 관계, 사회주의라는 이념’을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책 속의 아버지 못지 않게 민폐를 끼쳤고, 아버지의 아내인 엄마를, 자식인 우리를 힘들게 하셨다. 물론, 그 바탕에는 '더 잘 살기 위한 마음'이 있다. 내가 알던 아버지 위에 다른 사람을 통해 본 아버지의 모습이 더해져 주인공의 마음이 회복된다. 나의 아버지의 장례를 상상하며, 내가 죽었을 때 자녀들이 기억할 내 모습을 상상하며 읽고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별점4.4점
빨갱이 아버지와 그 딸의 삶을 그려낸 자전적 소설. 빨갱이였던 아버지에게 남한은,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았고 유독 관계가 좋았던 부녀지간의 사이마저 갈라지게 한다. 감옥살이하는 6년이라는 아버지의 공백은, 끝내 회복하지 못한다. 생각지 못하게,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찾은 조문객들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오해와 갈등이 풀리며 감사함마저 느낀다. 어떤 독자들에게는, 어쩌면 평생 숙제일 수도 있겠다.
비록 아버지는 죽었지만 살아있는 이들의 가슴에 길이 남았다. 읽는 내내, 내 아버지의 유년 시절부터 장례식 모습까지 상상하며 읽었다. 또한, 색안경끼고 바라보던 빨갱이 또한, 피해입은 한 사람일 수도 있었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몸이 하나인양 친밀했던 부녀지간이, 몇 년의 시간으로 하여금 멀어짐과 같이 어쩔 수 없는 각양각색의 이유로 소원해진 이들이, 사회주의 이념에 관심있는 이들이, 우리나라 전란기를 배경으로한 소설을 찾는 이들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정지아 작가의 유머를 좋아하는 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굴삭기가 땅을 파내어 땅바닥이 보이듯, 작가의 마음을, 독자의 마음을 걷어내어 우리네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좋은 책을 써주신 정지아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소설의 내용을 잘 드러내주는 한 대목을 올리며 리뷰는 마무리한다.
아버지 유골을 제 머리 위로 휙 집어던졌다.
캄캄하지 않은데 미리 밝혀진 가로등 불빛에
하얀 뼛가루가 점점이 제 존재를 드러냈다.
골목이라 담에 막힌 것인지
뼛가루는 날아가지 않고 우리 머리 위로 쏟아졌다.
셋 중 누구도 몸 어딘가 내려앉았을 뼛가루를
털지 않았다.
아마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어쩐지 아버지간 여기, 함께하는 느낌이었다.
살아 있는 우리와 항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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