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소년에서, 성숙한 어른으로의 성장기

무라카미 하루키_노르웨이의 숲

by 아시시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20대에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의 책으로 접했다. 워낙 유명해서 독서와 거리가 멀던 내가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막상 책을 펼치니, 19금(?) 이야기가 너무 불편해 얼마 안 읽고 덮어버렸다. 2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솔직히 부담스럽기는 하다. 그럼 지금부터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와 죽은 자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진다. 기즈키는 열일곱 인 채로, 나오코는 스물하나 인 채로. 영원히. (p.540)”


이 책은 주인공 와타나베가 상실(죽음)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가장 친한 친구 기즈키를 열일곱 살에, 그가 사랑했던 나오코를 스물한 살에 잃었다. 마침 학교 선배 나가사와를 알게 되는데, 그와 와타나베는 닮은 부분이 있었다.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관심 있다’는 것이다. 다만 와타나베는 ‘아직 그것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해 방황하거나 상처를 입기도 한다’는 게 선배 나가사와의 말이다. 실제로, 와타나베가 이 소설에서 읽은 고전 속 주인공들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처럼 스스로 동정하는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 기벤라트,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가 그렇다. 이에 와타나베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선배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기즈키가 죽었을 때, 그는 자신의 어려움을 바라보았다. 큰 아픔을 겪은 이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친구의 여자친구에서 사랑하는 대상으로 관계가 발전한 나오코를 대하는 모습과 태도에 대해 가만 생각해 보게 된다.


“하쓰미 씨는 내 속에 오랫동안 잠들었던 '나의 일부'를 뒤흔들어 깨워 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슬픔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너무도 너무도 특별한 여자였다. 누군가 어떻게든 그녀를 구원했어야만 했다(415p.).”


나오코는 춥고 외롭고 캄캄한 인물이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러 오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의존적 인물에 피해의식도 어느 정도 있다. 자신이 정해놓은 어느 틀 안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만약 나오코가 내면이 강한 인물이었다면 요양원으로 도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못했기에 견디지 못하고 남자친구로 인해 그녀의 삶이 흔들렸다. 와타나베가 하쓰미 씨를 보며 안타까워했듯, 독자는 와타나베를 보며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다. 하쓰미 씨를 보며 느낀 걸 어째서 나오코를 보며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 역시 심적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서였을까? 와타나베 역시 어떻게든 나오코를 구원했어야만 했다. 그의 행동이 지금보다 적극적이었다면 나오코의 선택은 정반대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와타나베에게 책임감을 떠넘기려는 것은 아니지만 하쓰미 씨를 보며 한 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노르웨이의 숲’이 아닌 ‘상실의 시대’가 더 어울리는 제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하루키!라는 생각이 드는 내용 전개와 문장이 마음에 들었던 만큼 성적인 묘사가 구체적이고 많아서 거북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야한 이야기’라고 단정 짓기엔 그로 인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하다. 꼭 성적인 관계와 더불어 상세한 묘사를 넣었어야 했나라는 의문이 들기는 하다.

한 강사가 서울의 유명 대학교에서 성을 주제로 강연한 적이 있다. “왜 성관계를 합니까?”라고 질문을 했고 이에 돌아온 대답은 ‘사랑받고 싶어서’였다. 내 경우, 사랑받기 위한 방법, 사랑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은 책 속 주인공들과 다르다. 그러나 대학생 이야기를 들으며 혹자는 성행위로 인해 사랑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거나 심리적인 위안을 삼을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타나베, 친구 기즈키, 연인 나오코, 와타나베를 사랑하는 미도리는 불완전한 청춘이다. 알 수 없는 인생살이 중 끝없는 고민과 극단적인 선택 사이에서 한 끗 차이로 삶을 버텨내거나 일찍 마침표를 찍기도 했다. 주위에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심리적으로 병약한 이들이 많아 더 고뇌했을 와타나베가 문득 안쓰럽다. 그 곁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센’ 캐릭터가 아니라,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의 삶도 어둠의 굴레에서 쉬이 벗어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방황의 시간 속에서 끝까지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려 애쓰는 와타나베에게 격려의 박수를 치고 싶다. 그리고.. 그가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했음을 엿볼 수 있는 문장을 덧붙이며 이번 리뷰는 마무리한다.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거야. 그리고 성숙할 거야. 어른이 되는 거지. 그래야만 하니까. 지금까지 나는 가능하다면 열일곱, 열여덟에 머물고 싶었어.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이제 십 대 소년이 아니야. 난 책임이란 것을 느껴. 봐, 기즈키, 난 이제 너랑 같이 지냈던 그때의 내가 아냐. 난 이제 스무 살이야. 그리고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만 해(p.483).”



덧붙이는 말:

* 처음엔 눈에 보이는 듯한 서사와 문장의 아름다움에 천천히 읽었다. 어느 순간, 대화체에 푹 빠져 재미있게 읽은 책. 중간중간 음악제목이나 책을 언급하며 찾아 듣거나 곁다리 독서하는 즐거움도 있었음.

* 개인적으로 삼각구도가 인상 깊은 책.

(와타나베-기즈키-나오코/ 나오코-와타나베-레이코/ 와타나베-미도리-미도리남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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