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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Oct 26. 2021

공간이 주는 의미

하재영_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작가 하재영은 197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2006년 작가가 되어 소설 <스캔들>, <달팽이들>등을 썼다. 2013년, 유기동물 구조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18년 버려진 개들에 관한 책인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냈다. 2020년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를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집’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여성이 살아가는 시대상’, ‘한 여성의 성장기’에 대한 삶을 이야기했다. 공간이 주는 삶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작가는 대구시 북성로의 첫 집에서 보낸 유년기,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외로운 청소년기, 서울의 북쪽을 떠도는 이주민의 삶을 살았다. 이후, 같이 살던 동생의 제안으로 따로 살게 되면서 진정한 독립을 맛본다. 작가는 자신의 공간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해 애쓰다가 깨닫는다. 그동안 부모님이, 그리고 동생이 자신의 몫까지 이런 어려움과 힘든 일들을 대신 짊어지고 왔음을 말이다. 수십 개의 방을 거쳐오면서 성장해온 한 여성의 삶, 그러나 이것은 작가의 개인적인 기록만은 아니다. 작가의 삶은 우리네 삶과 연결이 되기에, 독자는 자신의 얼굴,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가족들은 나의 몫까지 아등바등 살았을 것이다. (p.104)

 

사람들은 누군가의 울타리에 있을 때 그 소중함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이 받아온 것을 당연하게, 때론 답답하게 느낄 뿐이다. 하지만, 작가가 독립된 생활과 함께 고생을 시작하듯, 어느 경계를 벗어나는 순간 자신이 참 안락하고 편하게 지내왔음을 깨닫게 된다. 생각지 못한 어려운 일들, 두려움, 책임질 일 등 원하치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보호받는 자리에서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자리로 전이됨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동안 부모님은, 혹은 다른 가족은 아등바등 살아오며 나를 지키고 보호해주었음을 말이다. 이때 기억해야 할 점은, ‘누군가가 행복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의 희생과 대가가 있다’는 것이다.

 


자기만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자기만의 공간이 없다는 것은 자기만의 시간이 언제든 방해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p.131)

 

가족끼리 추억을 이야기할 때, ‘oo동 집에 살았을 때 말이야~’ 하며 말한다. 공간은 이렇게 기억에 대한 소환의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집’ 중에서 ‘각자의 방’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누구인가?’하는 작가의 물음처럼 ‘집에서의 내 자리’를 인식하는 일이다. 내 공간은 누군가가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인 것이다.


많은 여성에게 자신의 영역은 대개 한정적이었다. 가부장적이던 과거는 말할 것도 없고(마치, 작가의 엄마가 책을 좋아했지만, 서재가 있다거나 따로 읽을 공간이 없었던 것처럼), 여성의 권위가 많이 상승한 오늘날까지 말이다. 그런 엄마를 보며 자라왔기에 작가가 그토록 자기만의 공간을 중요시했을지도 모르겠다. 타고난 성향과 더불어 그가 놓인 환경이 상호작용하게 되어 있음을 알기에.




이 책은 집을 통해 본 한 여성의 자전적 성장 에세이이다. 집이라는 물리적 장소에서 여성의 자리에 대해 말한다. 바로 이 점이, 독자에게 연결고리가 되지 않을까? 한 시대를 공유하며 성장하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말이다.

“혼자여도 괜찮았으므로 거절당해도 괜찮았다.”, “엄마의 독서, 사색, 휴식은 수시로 멈춰줬다.”와 같은 문장은 유독 눈길이 간다. 혼자여도 괜찮지 않기 때문에 결혼을 하는 여성들을 많이 보아왔고, 엄마의 시간이 멈춰진 것은 많은 엄마들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 짧은 책이, 마음을 울리고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누구를 의지하려 하는가, 나에게 나만의 공간은 존재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나답게 살 수 있을까?

221페이지인 이 책은, 독자에게 ‘나’에 대해 생각하고 나의 삶을 살피는 질문을 던져줄 것이다. 때문에, 이 책은 가정주부, 일하는 여성, 헌신적인 엄마를 둔 독자들이 읽으면 공감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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