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시시 Aug 08. 2023

[몸의 기록] 필라테스 후 어지러움 경험

필라테스 5개월차. 10년간 이어진 임신-출산-육아로 내 근육은 땅에 서로 닿기 시합이라도 하듯 땅을 향해 한없이 늘어지고 있었다. 예년 같았으면 여전히 놀이터 생활하느라 내 얼굴빛은 점점 흙색이 되어갔겠지만, 코로나 이후 세 아이는 집순이가 되어 나 역시 생활반경이 크게 줄었다. 신체 움직임은 적고 40대가 되니 몸 안에 근육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갔다. 설거지하다가 무릎이 구부정한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나의 필라테스 경험이.


남편과 함께 오전에는 재택근무를 하고 뒤돌기가 무섭게 점심을 뚝딱 차려냈다. 오후에는 집안일도 하고 틈새독서도 하며 시간 가는 게 믿기지 않을 때에 돌아오는 아이들을 맞이했다. 내 생활 속에 운동이 들어올 구멍이 없었다. 새벽 운동도 생각했으나 거기까지는 실행하지 못 했다. 결국 주민자치센터에서 하는 아침 필라테스를 등록하여 내 삶에 제 2의 운동을 시작했다(제 1의 운동은 결혼 전 헬스다. 아침에 헬스하고 출근하면 그렇게 활력이 돋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5개월차 필린이가 되었다.


필라테스는 평소 안 쓰는 근육을 쓰거나 정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근육운동을 해서 온 몸이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태생이 근육이 없던 내 몸은 점점 탄성이 붙어가기 시작한 것 같았다. 필라테스에 대한 자신감과 운동에 대한 즐거움이 늘어가던 어느날,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어지럼증”

강사 선생님은 종종, “조금은 어지러울 수도 있어요 .”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마지막 이완자세를 하고 일어나려는데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꼈다. 잠시 당황했다. ‘이게, 선생님이 말한 어지러움인가?’ 평소처럼 되는 동작은 하고, 몸에 부담되는 동작은 쉬엄쉬엄했는데.. 잠깐 이러고 말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날 저녁, 아이들을 재울 준비하느라 이부자리 정돈하는데 앉았다가 일어나는 순간 내 눈 앞은 덤블링 하듯 재빠르게 한 바퀴, 아니 두 세 바퀴 연이어 돌았다. 어지럼증이다. 롤러 코스터를 탄 것도 아니고, 어찌나 빨리 돌던지 그만 픽 쓰러져 주저 앉아 버렸다. 이런 낯선 경험에 잠시 놀랐다. 오늘만 지나면 괜찮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잠들었다. 하지만 이후로 3일간 같은 증상을 겪었다. 심지어 넘어지다가 머리를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안 되겠다 싶어, 주말이 지나고 바쁜 월요일을 보낸 오늘, 화요일에 내과를 찾았다. 심전도검사, 피검사, 소변검사를 마치고 온 오늘은 지난 3~4일보다는 한결 증세가 완화되기는 했다. 글을 적는 지금도 여전히 어질어질하다. 다행히 앉고 일어설 때 갑자기 핑 도는 현상은 없어졌다. 그냥 앉아 있을 때 고개를 살짝 돌릴 때에는 멍하고 미세한 어지러움이 남아 있다. 내일 검사 결과를 들으러 오라는데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 엄마는 옷이 그거밖에 없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