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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는 있다, 없다?

조금 늦은, 크리스마스 이야기

by 아시시

조금은 특별한 연휴를 보낸 화요일, 3호의 알림장에 이렇게 써 있었다.

“유치원에서 나눠준 크리스마스 장식을 착용하고, 주말동안 사진찍어 알림장에 올리세요(예:트리 앞에서). 화요일에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을게요.”

부랴부랴 사진을 찍어 올린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의 크리스마스는 어땠지?


어렴풋이 산타라는 존재를 믿고, 새벽이 지나면 머리맡에 놓여진 무엇인가를 발견하면 두 손이 절로 모아지던 그 시절.

산타는 몇 명이길래 단 하루만에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걸까, 우리 집에는 굴뚝이 없는데 어떻게 들어오는 걸까, 밤에 현관문은 늘 꼭꼭 걸어잠그는데 우리집에 도대체 어떻게 들어오는걸까, 실제로는 덩치가 커서 한 걸음이면 나라를 이동하는데 선물주러 오는 순간은 개미처럼 작아져서 문틈으로 들어와 선물을 주고 가는 걸까, 밤새 산타를 기다리면 볼 수 있는걸까, 내가 기다리고 있어서 그냥 가버리면 어쩌지…?

어려서 나는 이런 산타의 세계에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산타 존재 여부를 떠나, 나는 그 사실을 꼭 믿고 싶었다. 마치, 내 순수성을 지켜보이겠다는 신념인 것 마냥.


결혼 후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교육적인 면은 내가 전담했다. 하지만 ‘산타’에 대한 영역에 있어서, 남편은 일보후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직은 말하기 이르지, 애들이 얼마나 충격받겠어?”

“산타가 없다고 말하는 건, 동심파괴가 아니야. 우리에겐 신앙교육을 제대로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구청의 한 공간에 꾸며진 산타와 장식


생각해보니 남편의 말이 맞다. 동심파괴라고 생각하는 건 세상적인 시각이고, 그에 앞서 나는 크리스천이다.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 하여.. 우리집엔 산타가 오지 않는다. 다른 집에도 산타는 가지 않는다. 이 세상에 산타는.. 없다.

3호 아이가, ‘다음엔 산타가 오겠지?’라고 말하면 1호가 ‘산타는 없어, 그거 가짜야.'라고 말한다. 3호는 여전히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지만, 내겐 진실을 알려줘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래서 덧붙여 말해주었다.

“크리스마스는 우리가 선물받는 날이 아니야. 우리가 예수님의 선물이 되는 날이야. 그래서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러 교회가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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