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개학=방학

오늘은 무슨 날?

by 아시시

대부분의 자녀들은 한 달 전 개학했다. 우리집 1호와 2호가 다니는 학교는 난방공사로 인해 여름방학이 두 달이었다. 어떻게하면 이 두 달은 알차고 뜻깊게 보낼 수 있을까, 방학하기 두 달 전부터 고민을 했는데 과연 우리집은 어떻게 보냈을까?


워터파크

우선, 매일 성경을 읽고(원래 하던 것) 수학문제집(들쭉날쭉 하던 것)을 풀었다. 아이들의 자원으로 성경필사도 하루에 한 장씩 했다. 방학 때 다녀온 곳은 워터파크와 박물관 달랑 두 곳이다. 예전에는 방학이 되면 즐겁게 놀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mbti성격 중 p(즉흥적)인 나는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에 신경을 모아 시간시간을 웃음으로 채워왔다. 그러나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졌다. 오전에는 아이 둘이 알아서 시간을 보내야했고 뒤돌아서기 무섭게 간식을 달라는 아이들에게

“엄마 일하니까 니들이 알아서 찾아 먹어.

조금 있으면 밥 먹으니까 왠만하면 기다리고.“

라고 단호하게 말하기 일쑤였다. 때론 먹을 걸 달라는 아이들의 말이 등골을 오싹하게할 정도로 공포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나면 아침에 먹고 못 치운 그릇, 조금전 생긴 점심 그릇이 히말라야 산처럼 수북해져있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집안일 중 한 가지인 설거지를 하는동안 아이들은 오후에 학원을 한 곳 가거나 대부분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특별한 일 없는 나날을 보낸거다. 방학인데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는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이런 내게 남편은 집에서 일해서 그렇다며 사무실에서 일한다 생각하라고,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겨우 시간을 내어 간 곳이 두 곳이다. 우리집 아이들의 버킷 리스트인 ‘워터파크’, 그리스로마전이 열린다는 ‘국립 중앙 박물관’에 다녀왔다. 둘다 하루를 꽉 채우며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마련한 시간이고 어떻게 집 밖으로 나왔는데 시간을 허투로 쓰겠나? 아이들은 설렘가득 안고 새벽에 일어났고, 밤이 되자 아쉬움의 끝자락을 붙잡았다.


국립중앙박물관

많은 추억과 경험을 선물하지 못해 아쉬운 방학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남편의 사무실 이전’이다. 매형 사무실에서 더부살이 하기를 5년. 드디어 때가 되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사무실을 얻었다. 이로 인해 남편의 모든 신경이 사무실을 향했다. 나는 처리해야할 업무가 늘었고 남아있는 체력은 없었다. 남편 혼자 열심히 짐 나르기를 수십일째인데 나는 아이들 방학이라는 이유로 즐겁게 놀기(?) 미안한 마음에 더 집을 지켰다. 사무실을 얻은 후에는 아이들과 함께 사무실 물건을 정리하며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집안꼴은 엉망이 되었다. 정리할 일이 과분한(!) 집에서 머리를 싸매며 남은 방학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사중인 사무실 & 정리를 돕는 아이들

역시, 큰일(?)을 앞두고 시작과 끝의 마음가짐은 늘 다르다. 시작은 원대하고 포부가 크나, 막상 잊혀지기 일쑤다. 물론, 내 경우 욕심을 내지 않는 선에서 계획을 했음에도 한 두 가지 밖에 실천하지 못했으나, 나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기에 정죄하지는 않으련다. 아이들에게 계획하여 실천하는 습관을 들인데에 가장 큰 의의가 있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추억을 쌓았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즐거운 방학으로 기억이 남아 위안삼으려 한다. ‘방학이 끝난거지, 아이들과의 시간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


방학을 건강하게 보낸, 사랑스런 보물들과 맛난 음식으로 방학 마무리


오늘은 두 아이가 두 달만에 학교에 갔다. 드디어 개학을 한 거다. 비록, 개학 후 아이들의 일상이 바빠지겠지만 우리네 일상은 계속된다. 사무실도 이전했고, 남편의 마음에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앞으로 다가올 주말마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아이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려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엄마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야호~!


*** [매일 15분 책읽기 인증방] 멤버 모집 중입니다 ***





keyword
아시시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프리랜서 프로필
구독자 229
매거진의 이전글아이들과 60일 여름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