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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60일 여름방학

벌써부터 긴장되는 엄마

by 아시시


이틀 후, 삼 남매 중 두 명에게 방학이 찾아온다. 무려 60일! 여름방학이 길어진 만큼, 물론 겨울방학이 짧아진다. 그럼에도 한 달을 예상했던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이 된다. 겨울방학이 두 달이면 ‘밖에 나가봤자 추우니까.’라는 핑계로 집 안에서 지내기 마련이지만, 여름방학이 두 달이니 왠지 밖에 나가줘야 할 것 같다. 집에 있으면 더위 많이 타는 아이들 때문에 에어컨만 종일 켜게 될 거고, 내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질 것 같다. 일하지 않으면 아이들과 계획을 세워 돌아다니기라도 할 텐데 그게 아니라 집에서만 머물러야 함이 심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학교는 보통 방학 때마다 석면 공사, 지진 보강 공사, 화장실 공사 등을 한다. 이번엔 난방 공사를 대대적으로 한다고 하니, 학교 도서관 역시 폐쇄다. 방학 때마다 공사하니 방과 후 활동도 없고 도서관도 이용 못하고..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은 더더욱 없다. 발 빠른 엄마들은 이미 각종 프로그램 수강신청을 끝내놓은 상태다. 나처럼 아이 교육이 최우선이 아닌 엄마들은 낙동강 오리알마냥, '어쩌지..?'라는 혼잣말을 허공에 채울 뿐이다.


“그냥.. 놀리지.. 뭐.”

내 결론이었다. 자포자기 상태였던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1호가 말한다.

“엄마, 이번 방학 때 아시시 스쿨 하자! 아침 9시 어때?”



코로나 기간에, 마냥 방치된 아이들이 안타까워 ‘아시시 스쿨’이라는 이름으로 홈스쿨링 한 적이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이 좋았나 보다. 사실, 말만 거창한 홈스쿨이었지 매일 활동 한 가지 정도씩 제안하는 정도였다. 애프터 코로나가 된 이번 방학에도 아이들은 아시시 스쿨을 떠올렸다. 나도 할 일이 많은지라 아이들의 방학 생활에 대해 포기 상태로 있었는데, 1호의 제안은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을 즐기라!’는 마음을 갖게 했다. 그래서 말했다.


“엄마가 오전에는 일을 해서 그 시간은 안 되겠는데.. 어쩌지..? 도서관에서 일할 거니까 너희들도 같이 나갔다가 점심 먹고.. 1시부터는 가능한데, 해 볼래?”


사실, 내게 적잖이 부담된다. 아침에 막내 유치원 보내고 부랴부랴 일하고 나면 점심 차려 먹고 치우기 바쁜데, 치우기도 전에 아이들과 활동을 해야 한다니!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집안일은 배가 되기 마련이다. 아이들과 뭔가 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 나지만 1호 아이의 말에 진지하게 심호흡하게 되는 건, 할 일이 늘어남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어쩔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밖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으니 집에서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을 찾아보자. 비록 쉼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부족함 속에 아이들과 할 수 있는 것을 즐겨보자. 내가 제일 잘 하는 거, 아이들과 통하는 거, 우리 모두 즐기며 할 수 있는 것으로 말이다. 올해는 1호가 5학년이 되기도 했으니, 학습에 대한 부분도 일과에 넣도록 장려해야겠다.

<초5 공부의 비밀>에서 송재환은 계획표 세울 때, ‘무리한 목표는 세우지 않을 것, 시간이 아닌 하루 학습량을 목표로 할 것, 매일 실천 여부 체크할 것’을 언급했다. 이 세 가지를 명심하여, 방학이 계획표를 함께 세워가며 필요에 의해 학습도 하고 흥미거리도 제공하도록 애써봐야겠다.


“얘들아, 이번 방학 알차게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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