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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학교생활 이야기] 논농사도 아니고 수학 반타작

꼰대가 되어버린 우리 딸

by 아시시

1호가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 초등 저학년 때는 백점, 많이 틀려봤자 한 두 문제였다. 1호가 코로나 기간 초등기간 대부분을 보내고 5학년이 된 지금. "엄마, 나 수학 50점 맞았어."라고 말했다. 뭐...! 50점? 상상도 할 수 없는 점수였다, 사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내내 우등상을 받았다. 라떼는, 초등학교 때에도 시험을 봤고, 평균 90점이 넘은 아이들에게만 주는 '우등상'을 내리 받았다. 그때마다 아빠는 용돈을 만원씩 주셨고, 할아버지께 자랑도 했다. ​


1호 아이 역시 수학을 좋아했고, 잘했다. 그런데, 코로나 기간 줌도 아닌 동영상으로 구구단을 배우면서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3,6세 동생들을 돌보느라 아이의 구구단도 제대로 봐주지 못했고 학습 자체를 등한시 한 엄마 탓일까. 아이의 구멍은 초등 수학 5학년이 되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 2가 되면 온다던 현타가 초5 자녀를 둔 '엄마'에게 왔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이는 멘탈이 강했다! 점수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보다 더한 점수의 아이들이 "망했다!"라고 말할 때, "우린 이제 시작도 안 했고, 꽃도 안 피워봤는데 망했다니! 점수, 너무 신경 쓰지 마라~"고 훈수를 두었다는 것이다.

이런 내 사정을 아시고, 브런치 @알라코알라 작가님이 감사하게도 조언을 해 주셨다. ‘해탈한 듯 보여도 속마음은 아닐지 몰라요. 속마음을 잘 얘기하지 않는 아이에겐 보기를 주고 골라보게 하거나 먼저 슬쩍 권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잘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속상한 마음은 10점 중 몇 점인지 기분을 점수로 물어본 적 있어요.’라며 작가님의 경험담을 덧붙여서 말이다. 우리 1호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아이는 전혀~라고 말하며 0점이라고 말했다. 하하.. 내가 다른 것 못 해도, 아이의 자존감과 회복력은 우수하게 잘 키운 것 같다.



현타가 온 ‘아이’가 아닌 ‘엄마’는, 아이 앞에서 그저 웃어버렸다. 그리곤 두 팔을 크게 벌려 아이를 꼭 안으며 말해주었다.

"그래, 애썼다! 이제 네 구멍을 찾아 메꿔가면 되는 거지 뭐,

네 말대로 점수 따라 인생살이 하는 것도 아니고~!"

오늘부터, 우리 아이 기본기 다지기 시~작이다.

그동안 너무 여유부렸나 보다.

그나저나, 딸래미의 꼰대처럼 보이는 저 깊이 있는 인생관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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