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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폭력엄마가 될 뻔했다

육아이야기

by 아시시

나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2호를 보자마자,

"아들~~!" 하며 찐하게 안아주러 달려갔다. 바로 그 때, 아이 담임 선생님의 전화가 왔다.

교실에 있는 유선 전화도, 개인 휴대폰도 아닌, 하이톡으로 하다보니 들리는 듯 안 들리는 듯, 끊길 듯 안 끊긴 채로 통화를 하게 됐다.

"안녕하세요, 2호 담임입니다. 아이 옷 갈아 입히셨죠?"

"네~??? 아이가 방과 후 활동을 하는 날이라 지금 막 만났어요."

"그럼, 여지껏 젖은 옷을 입고 있었다는 얘기인가요? 참..!"

담임 선생님의 말 속에는 내게 한심하다는 듯한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

"오늘 제가 학부모 도서관 봉사하는 날이고, 아이 방과후가 지금 막 끝났어요."

선생님은 내 말을 들으셨는지 안 들으셨는지, 이해하셨는지 못 하셨는지 알 수 없는 듯 내 말에 대한 대꾸는 1도 없이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2호가 오늘 급식 시간에 넘어졌어요."

"급식 시간에요? 왜 넘어졌을까요.."

2학년 아이가 넘어졌다는 말씀에, 그런 일로 전화를 받은 나는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이런 선생님께 감사를 해야할지, 죄송하다고 인사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방금 내게 안긴 2호의 외관상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선생님의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감이 먼, 하이톡 전화는 수시로 공백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감이 먼 공백이 몇 초간 흐른 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음식물이 옷에 쏟아져 옷이 젖었을 거에요. 여지껏 못 씻은 채로 있었으면 피부도 따가울 거고요."

선생님이 참 자상하시고 친절하시다고 느끼기에는 뭔가 묵직한 거리감이 있었다. 용건이 따로 있으신 것 같았다.

"... 보건실에 가서 약도 바르고 했어요. 넘어진 부위가 저녁에 아프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잘 지켜봐주세요."

이렇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 상세하게 알려주시기까지하는데, 왜 내 마음은 점점 불편해졌을까? 선생님은 왜 계속 전화를 끊지 않으시고, 중간중간 침묵을 하실까..? 그 때였다.

"보건 선생님이, 상처 부위에 약을 발라주셨는데 그 근처에 다른 상처가 있어서 약을 발라주셨다고 해요.."

아차! 싶었다.


아이의 다리는 언제부터 저렇게 되었을까..? 이유가 뭘까? 괜찮을까..?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사실은 지난 주 아침, 아이가 등교하는 길에 넘어졌다. 왼쪽 어깨가 아프다고하여 확인하니 멍이 살짝 들어 있었다. 다음 날, 다리가 아프다고 하는 날이 이어졌고, 집에서 특별한 조치는 없었다. 평소 활동할 때 다른 날과 다른 점은 못 느꼈으니까. 엄마로서 기껏 한 게 있다면, 일주일에 3번 가는 태권도 학원을 쉬게 한 일,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추첨이 되어 시작한 학교 방과후 축구반을 쉬게 한 일이었다. 아이가 아플 거라는 생각을 못한 며칠이 지난 주말, 아이 다리에 있는 멍을 발견했다. 어딘가에 부딪혀서 멍들었다고 말하기에는 그 크기와 색깔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마치 쇠몽둥이로 구타당한 것처럼. 그 상처를 보았을 때,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든 생각은 보건 선생님에게도 동일하게 들었던 것이다.

"2호야, 혹시 엄마아빠가 때렸니..?"

"아닌데요~"

아이의 말에 의심을 산 보건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께 전달한 것이다. 담임 선생님은, 나를 파렴치한 엄마로 생각했나보다. 불과 며칠 전 상담 때, '딸 같은 아들을 키우셨다.'는 말씀도 들었는데 말이다. 결국, 병원에 가기 귀찮다는 아이를 끌고 찾은 병원에서, '골절은 없고 부어있는 상태니, 1주일간 조심하고 다시 진료와라'는 말을 들었다. '부었다'는 건 인대에 충격이 있다는 거고, 아이는 자연 치유가 잘 되니 안정하라는 것이다. 큰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볼까 싶었는데, 인대가 50% 손상된 경우에도 특별한 약물 치료나 주사를 안 맞는다고 한다. 부모의 경험치 눈으로 보았을 때 그 정도는 아닐 것 같아, 일단 정형외과 선생님 말씀만 따라 일주일간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 땐, 부은 다리가 온전히 회복되길 바라며..


그나저나.. 아이는 어디에서 다친 걸까..?

보건 선생님의 반응에 우리는 하하하 웃으며 넘어갔지만, 담임선생님의 반응이 조금은 신경쓰인다. 뭐.. 우리만 결백하면 됐지, 나도 아이 다리의 상처 원인에 대해, 학교를 1초 정도는 의심했으니까. 오히려, 아이의 상처를 가볍게 보지 않으신 선생님들이 아이 주변에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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