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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Jan 07. 2024

환대받지 못 하는 손님

코로나, 두 번째 감염

2024년 1월1일, 정초부터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이 찾아오면 버선발로 마중나가야한다지만 손님도 손님 나름이다. 손님은 3가지 종류가 있어서다. 마음다해 반길만한 자, 안 왔으면 하는 자, 와도 그만 안 와도 그만인 자. 지금 내게 찾아온 손님은 두 번째 경우다.


작년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한 해를 정리하고, 머릿속에 수증기처럼 떠다니던 신년계획을 정리하는 정초를 보내고 싶었다. 현실은, 갑작스레 찾아온 손님과 함께 일주일 가까이, 아니 정확히 7일째 발이 묶여버렸다.


“대체 언제 가실거에요?“

“가기는 갈 거예요?”

“가시거든, 나까지 데려갈 생각일랑 하지말고 혼자 시원하게 가버리세요.“


늘 그렇듯, 손님은 말이 없다. 나 혼자 발을 동동 구르고 애타게 혼자 지옥을 내리락오르락하며 사경을 헤맸다. 그런 나를 향해 바라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자신의 목적달성에 대한 성취감이랄까. 손님의 목표는 대성공이었다.


두통으로 시작한 내 증상은 고열, 오한, 근육통 등으로 이어졌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졌다. 엉덩이 주사를 맞아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열이 높다못해 40도를 찍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해열제 링거를 맞으러 병원을 찾았다. 아직은 죽고싶지가 않으니까.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반나절.. 잠시 손님이 없었을 때처럼 정리하고 설거지도 했다. 하지만 새벽이 되자 그 손님은 여전히 나를 찾아왔다. 여전히 고열이다. 덕분에 나는 3일을 꽉 채워 4일 가까이 39.7~9도를 기록했다. 약은 또 얼마나 고통을 더해주던지. 죽기 싫어서 열심히 먹은 약인데, 밤새 내 위장을 요동치게했다. 그 통증으로 밤새 잠을 못 자길 며칠 째. 결국 의사에게 요청하여 다른 약으로 바꾸었지만 이번에는 화장실을 가까이 찾는 신세가 되었다.


내가 지금 손님따라 저 세상에 갈 건 아닌가보다. 40도를 향하던 체온이 4~5일이 되면서, 처음으로 38도가 되었다. 38도가 이렇게 살만한 온도였나? 전에는 37.3도만 되어도 감기 걸린듯한 오한과 피로감이 컸는데 38도에 이렇게 감사하게 될 줄이야. 6일째 되는 날 새벽.. 목과 코의 불편함으로 인해 새벽잠을 설친 나는, 저 손님과 점점 멀어질 생각에 벌써부터 기쁨이 차올랐다. 코로나 6일차 아침도 38도로 시작했다. 비교적 큰폭으로 떨어진거다. 여전히 매 시간마다 일어나 휴지로 코를 연신 풀어대고 으슬으슬 떠는 몸으로 자리에 눕지만,  아.. 아직은 내가 세상에 할 일이 남아있나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손님의 기운이 미세하게나마 약해지니. 7일째되는 오늘.. 처음으로 미열로 시작하는 새벽이다. 37.5도.. 하지만 이내 아침이 되자 38.3도까지 올랐다. 코로나가 독하긴하지만 이번엔 좀 심하다.. 다른 병이 생긴걸까..


얼른 저 손님이 가버려 집안에 그의 숨결이 1이라도 남아있지 않길.. 내 일상에 생명력이 느껴지는 바람이 불어올 때, 삶의 의미를 다지며 그 동안 미처 기록으로 남기지 못한 2023년을 돌아보고 2024년 새해 다짐을 기록해 보리라. 건강한 한 해를 열어보리라..


“손님.. 가실거면 얼른 일어나세요.

아무리 손님이지만, 적당히 하셔야죠..!”


신생아도 아닌 어른이, 24시간 가까이 잠만 잘 수도 있음을 깨달은 한 주다. 평소 허리가 아파, 잠을 늘어지게 자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신생아도 아니면서 신생아인척 그렇게. 이게 다 환대받지 못하는 손님때문이다. 요즘엔 하루이틀만에 간다는 이 손님.. 왜 내겐 일주일을 꽉 채워도 갈 생각을 안 하는지.. 아무래도 내가 너무 물렁한 주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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