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용돈 교육
담임선생님께 칭찬받는 엄마
“엄마, 우리 선생님이 우리 엄마 최고래!”
학교에 다녀온 아이의 말이다. 일단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아이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아이는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환이는, 수업시간 담임 선생님의 질문을 받았다.
“용돈 받는 친구 있니? 어떻게 받고 있니?”
용돈이 없는 아이도 있고 용돈을 받는 아이도 있었는데 대부분 정기적으로 받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집안일을 도울 때마다 용돈을 받는다고 말했다. 반에서 유일하게 ‘급여제’로 용돈 받는 환이는 선생님께 박수갈채를 받으며 "2호 엄마, 정말 멋지구나!"라는 칭찬을 받았다는 거다. 나는 아이 앞에서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어머! 나, 너희 선생님께 칭찬받은거야? 너희 반에서 유일하게 말이지?”
Easy come, easy out
동시에, 그간의 어려움이 생각났다. 어떻게 하면 독립적이고, 개념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방법으로 ‘일한만큼 받게 하자.’였다. 내 육아철학이자 인생철학이기도 한 ‘Easy come, easy out.’이 바탕이 된 거다. 아이 키우면서 이 논리를 곳곳에 적용하는데, 이를 용돈과 접목시키면 아래와 같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나가. 명절에 어른들이 주는 모든 돈은 엄마에게 반납해. 너희에게 도움이 안 되는 돈이야. 노력없이 얻은 돈은 너희에게 소중함을 가르치지 못하거든. 대신 엄마가 저축해줄게. 엄마가 갖는 게 아니라, 너희가 성인이 되었을 때 줄 거고, 심지어 엄마 돈을 얹어서 더 큰 돈으로 줄게."
여전히 아이들의 입은 오리입이 되어 있다.
"엄마, 분명히 이걸로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했단 말이야. 나도 사고 싶은 간식이 있고 물건도 있어. 그런데 어떡하라고."
이같은 아이들의 반응은 당연하다.
"용돈이 필요할 때 어떡하냐고? 그럼 벌어야지. 너희가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엄마가 즉각 용돈을 주면, 너희는 돈 버는 일이 힘든 줄 모를거야. 고생없이 받은 용돈은 그만한 가치가 사라지는 법이거든. 써버리기에 급급한거지. 초등학생인 너희들이 밖에나가 일할 수는 없으니 일거리를 줄게.”
우리집에 정착한 용돈 급여제 & 기대하는 바
'용돈 급여제'. 그 시작은 반발이 심했다.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둥, 시간이 없어서 못하겠다는 둥 어떻게해서든 빠져나갈 궁리하던 아이들이었다. 어느순간, 자신에게 필요한 금액을 말하며 그만큼의 일거리를 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계획을 세워가며 일한 노동의 댓가로 소득을 얻기도 했다. 이를 통해 아이는 계획성있는 아이가 되어갔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차츰 경제적인 안목도 커져 가리라는 기대감도 들었다. 수많은 집안일 속에 허덕이던 내게 약간의 숨통이 트이는 건 당연한 일이고 말이다.
이젠 담임 선생님께 폭풍 칭찬까지 받았으니, ‘아시시 월드(우리집)’에서 일해서 돈 버는 일은 더욱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아기별같이 작은 손이지만, 요근래 사무실 일도 돕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얻는 즐거움이 더해가길, 경제개념이 확고해져 나라경제에 이바지하는 성인으로 자라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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