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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시 Apr 29. 2024

[북에세이] 나의 연약한 신앙을 돌아보게 하는 책

<이지성의 1만 킬로미터>를 읽고


책에서 말하는 1만 킬로미터란,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중국, 중국에서 베트남, 라오스 베트남 등의 동남아 국가를 거쳐 마지막 한국에 도착하는 거리를 뜻한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 81년생인 내가 어렸을 때에는 ‘이산가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수십년간 떨어져있다가 국가적인 행사로 2박3일을 만나면 잠시 웃지만 다신 볼 수 없음에 그들의 눈물은 앞을 거렸다. 이제는 세대가 바뀌어 이산가족은 대부분 고인이 되었다. 남과 북은 더 이상 형제의 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로 아이들에게 인식이 되어가는 듯 하다. 과거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동요를 불렀지만, 이제 더는 아니다. 통일이 되면 낼 세금이 많아져 피곤해진다는 게 그들의 말이다.


이 책은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드하라>, <에이트>로 이름을 알린 이지성 작가의 책이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세 타고 강의하며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슈퍼맨 목사를 만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지금은 탈북자를 돕기 위해 자금을 마련하고 탈북자를 구출하는 현장에 앞장서고 있다. 이 책은 탈북민들의 현실, 구구절절한 사연, 탈북현장 등 한없이 작아지는 북한인권을 들여다보게 해 주고, 마음 한 켠에 무거운 숙제를 안겨준다.




#탈북자


북한은 먹고 사는 게 어렵다. 계급이 나뉘면서 상위 계층 이외에 대부분 사람들은 당장에 생계가 시급하다. 탈북자들의 돈을 전달하는 일을 하다가 수용소 생활을 하거나, 꿈을 찾아 어렵게 탈북을 하기도 한다. 운 좋게 탈북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인신매매단에 잡혀 농촌에 팔려간다. 서른살 가량 차이나는 남편을 만나거나 이유없이 폭행을 당하며 살기도 한다.



#슈퍼맨 목사


슈퍼맨 목사가 30년 동안 도운 탈북자 수는 4,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탈북자들이 죽을 각오로 국경선을 넘듯, 슈퍼맨은 죽을 각오로 그들의 탈북을 돕는다. 후원금을 모아 생색내며 브로커에게 전달하는 수준이 아니다. 그는 세계 최대의 탈북 브로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직접 탈북 노선을 짜고 현장에서 지시를 내려 탈북자들의 새인생을 열어준다.



#마음의 무거운 짐


탈북자들이 보내온 돈을 전달하다가 수용소 생활을 하고, 결국 딸과 탈북했지만 바로 인신매매단에 잡혀 농촌에 팔려가기도 한다. 경비대에 걸릴 게 두려워 30개월 된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이기도 한다. 목숨 걸고 탈북하고, 목숨 걸고 그 탈북자를 구하고, 목숨 걸고 북으로 다시 돌아가 하나님을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




책을 다 읽고났을 땐, 내가 그동안 너무 생각없이 살았음을, 우리네 민족은 분명 하나인데 내가 남의 나라 대하듯이 남의 일 보듯 방관했음을 깨달아 아픈 마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정부에서 할 수 없는 일을 개인이 이렇게 처리하고 있는데 나란 사람은 태연하게 가족만 바라보며 살았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가족들마저 뒤로하고 긍휼한 마음으로 사명을 감당하시는 목사님께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한편으로는 그의 자녀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하필, '그런' 아버지를 만나서 아버지의 부재를 평생 느끼며 살았으니. 탈북자들 편에서는 정말 대단하고 귀한 분이지만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는 낙제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 와중에도 목사님의 자녀들에게 충분히 선한 영향력이 흘러갔으리라.


이 책을 읽고나서 가슴이 답답해진 이유는, 내가 탈북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기도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최종결단에 부끄러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고 2주 넘는 시간동안 영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이 어려움에는 탈북 후 중국에서 신분세탁하여 20년째 잘 사는 노부부의 말이 한 몫했다.


"한국 교회는 약해요. 그래서 하나님이 나를 한국으로 부르시는 거예요."


중국에서 잘 지내는 탈북민이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한국행을 택한 노부부의 말은 내 마음을 내리 짓눌렀다. 이후, 자녀들과 나눴다. 누군가가 내 목숨을 위협하는데 하나님을 믿음으로 고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자녀들은 믿음으로 고백했고, 그 주간은 막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믿음을 선포하는 일도 있었다. 정작, 아이들에게 신앙을 가르치는 엄마교사인 나는, '부끄럽지만, 무서워서 못할 것 같아.'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모양세인가. 아이들에게 전하는 내 하나님을 정작 내가 못 믿는 게 아닌가! 한때 중국선교를 가장한 북한선교를 다녀오기도 했던 나는.. 아이들 앞에, 하나님 앞에, 수많은 선교사들 앞에 몹시 부끄러웠다. 나도 언젠가 믿음의 그릇이 더 커져서 책속의 저들처럼 내 생명도 기꺼이 내놓을 날이 오겠지? 도전과 동시에 영적으로 큰 혼란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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