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시시 Sep 26. 2024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만 한다

마흔의 공부

한 남자가 긴 꼬리 바람을 남기며 지하철 복도를 뛰어간다. 아마도 전철이 곧 도착하나 보다. 뭘 저렇게 뛰나, 힘들게. 나는 충청도 양반답게 천천히 발을 움직인다. 서울 수유동으로 교육받으러 가는 날이다. 온라인 판매업에 관한 강의다. 11주차 중 오늘은 10주차. 매주 목요일마다 장거리 이동하는 것도  일주일 남았다.


살기 위해 받으러 가는 교육인데 휴식하러 가는 기분도 든다. 수업이 재미있어서는 결코 아니다. 8시간 이어지는 강행군. 나 같은 풋내기는 어떻게든 이해하려 애써도 알기 어렵다. 내 온 지각은 세포를 풀가동해 그 내용을 뇌에 새기고자 힘쓰고 애써도 부족하다. 수업 시간 참여와 이해만으로는 따라가기 어렵다. 서울 가는 전철 안에서는 지난주 필기노트와 오늘 배울 내용을 살펴보느라 분주하다. 사람이 마음먹었으면 성실하게 임해야 하니까. 어쩌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마흔의 공부는 학창 시절의 그것과는 그 끝이 다르니까.


10주. 그동안 내겐 어떤 변화가 생겼나. 우선, 일에 대한 주도권이 생겼다. 그동안 나는 남편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다. 지금은  '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전문적 지식이 쌓여 시행착오가 많이 줄었다. 제대로 일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일처리 기술이 약간 상승했다. 이제 강의 듣기 시작한 본래 목적만 이루면 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진정한 독서는 책장을 덮고 나서 시작하듯, 배운 내용을 온전히 소화시키려면 실무에 적용하기를 반복하는 데에 있다. 선택이 아니라 그래야만 하니까. 10주간 말 한번 섞어본 적 없는 분들과 스터디도 약속해 뒀다. 2024년이 가기 전에 내 삶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될 것 같다.


*** [매일 15분 책읽기 인증방] 멤버 모집 중입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