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소근육 자극하기. 어려서는 촉감놀이, 좀 더 크면 퍼포먼스 놀이, 더 크면 보드게임, 바둑, 온갖 매체를 통해 통합적으로 두뇌발달을 시키고자 애쓴다.
뇌 발달을 위한 엄마의 노력은 참 가상하다.
아무도 몰라줘도, 엄마 스스로는 뿌듯하고
뭔가.. 성취감마저 느낀다. 그 노력에 손뼉 쳐줘야 한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건 바로..
모든 일은 다 때가 있다는 것
아이들의 두뇌발달에 손끝놀이만큼 탁월한 게 없다.
손끝놀이라 함은 말 그대로 손끝을 자극시키는 활동이다.
손쉬운 예로는 가위로 종이 오리기, 젓가락으로 콩 옮기기, 실뜨기 등이다.
결혼 전 유치원에서 일을 했을 때 한 아이가 기억에 남는다.
누나가 똑 부러져서인지 동생도 똘똘했다.
다른 아이들은 한참 활동을 하고 있거나 몰라서 헤매고 있는데
그 아이는 늘 꼼꼼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활동을 끝냈다.
그래서 늘 다른 아이를 도와주거나,
꼬마 도우미가 되어달라는 교사의 러브콜에도 당당히 거절할 줄 아는 당찬 아이였다.
학습적인 것부터 일상생활, 신체운동까지 대부분의 활동을 잘했는데 특별히 인상 깊은 부분이 있다. 바로 종이 접기이다. 다른 아이들의 수준을 넘어 초등학생 수준의 종이접기 실력을 뽐냈다. 책이 있으면 그걸 보고 스스로 이해하여 접기를 했다.
종이접기 책을 보며 글을 읽고, 이해하고, 그걸 종이로 하나하나 접어가는 활동을 하며 손끝에서부터 두뇌, 공감각, 이해력, 언어발달, 실행능력, 소근육 발달, 눈과 손의 협응력 등 많은 부분이 협업하여 아이를 자극하게 된다.
그때 생각했었다. 나중에 결혼해서 낳은 내 아이가 유치원생 즈음이 되면 최소한 종이접기를 하게 해야지..
물론 현실은 매우 다르다.
종이접기 할래? 이거 정말 재미있어, 짜잔~~
싫어!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놀이에서 벗어날 줄을 몰랐다.
동생이 둘이나 있던 터라,
첫째에게 매달려 진득하니 무언가를 독려하는 게 어려웠다.
머리로는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교구, 활동, 놀이 등이 다양한데 애써 준비해서 주면 관심 없거나 집중하는 그 순간이 짧아 허무하고, 무엇보다 수많은 집안일에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의도치 않게 아이들을 방목하며 키울 수밖에 없었다. 몇 살에는 무슨 활동을 해야 한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한다 정보 따위는 접할 생각도 못 했고 그냥 하루하루 아이가 즐겁게 건강하게 노는데 의의를 두었다. 육아와 살림에 헉헉대던 내가 아이들에게 유일하게 해 준 것은 놀이터 가자는 아이의 말에 그래라고 대답하며 신나게 놀게 해 준 것밖에 없다. 학원도 학습지도 없이 그렇게 키워왔다.
지금은 첫째가 유치원 시기를 지나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온라인 수업 중 종이 접기가 나오면서 오늘 아이의 놀이는 종이접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8시간째 종이접기 중이다.
깨어있는 시간 중 대부분을 종이 접기에 할애한 것인데
누가 보면 고시생인 줄 알겠다.
밥은 안 먹어도 배부르고 화장실도 안 가며 종이 접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지치지도 않고 즐겁다. 쉴 줄도 모르고 배고프단 소리가 없다.
늘 학습만화책을 보며 언제쯤 글책을 읽어줄 것인지 기다리는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며칠 전에는 읽을 책이 없다며 마침 책장에 꽂혀있던 어린 왕자 책을 (150페이지가 넘는) 한숨에 읽어버렸다.
일 년은 기다려왔던 나의 간절함이 이렇게 아이 손이 가면서 술술 읽히는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그렇게 디밀어도 안 읽더니.. 그렇게 글책 글책 해도 관심도 없더니.. 갑자기 손에 쥐네. 늦었으니 자라고해도 마저 읽고 자겠다며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어버리네? 이렇게 역사적인 날이 드디어 오는구나!
역시 아이는 내버려 둬야 한다.
잔소리해봤자 엄마 입만 아플 뿐이다.
엄마가 시키려고 하면 아이는 도망간다.
엄마가 한 발 멀찍이 떨어져서 기다려주면
아이의 '그때'에 팡~하고 터지는 티핑포인트가 온다. 하지 말래도 온종일을 초집중한다.
때가 되어야, 아이가 진정 즐길 때가 되어야 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가 떠먹여 주는 것은 발전도 없고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다. 역효과가 생긴다.효과를 보는 것 같은가? 그건 일시적인 현상이다. 지속되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하는 행동은
즐거울 뿐이다. 스트레스가 없다.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놀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