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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라의 일기장 Oct 04. 2023

실패는 없다

루저라고 느껴질때..

시험관 시술 과정의 마지막은 임신 여부를 확정 짓는 피검사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고작 몇 시간이지만 얼마나 마음 졸이는지 모른다.     

 

“**님 이번에는 죄송하지만 실패에요.”

마지막 시험관 시술 결과도 역시 실패다. 임신 테스트기로 결과는 짐작하고 있지만 막상 결과를 듣고 나니 힘이 쭉 빠졌다.      


‘결국 실패구나.’     

나는 한동안 우울한 기분에 빠져 지냈다. 노력했으나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으니, 나는 실패자다.



초등학교 때 체육 시간이었다.

“오늘은 뜀틀 할 거예요.”

한 단씩 쌓여가는 뜀틀을 보면서 긴장되기 시작했다. 내 눈에는 넘기 힘들 정도로 높아 보였다. 내 차례가 다가오면서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휙’

선생님의 호각 소리에 반사적으로 뛰어나갔다.      

‘다다다닥’

점점 다가오는 뜀틀이 괴물처럼 커 보였다.

‘무서워!’

나도 모르게 그 앞에서 우뚝 서고 말았다. 가까이서 본 뜀틀은 크고 길어서 내가 도무지 넘을 수 없는 것만 같았다.


 나처럼 겁을 먹고 넘지 못하는 아이들은 여럿 있었으나 연습을 거듭할수록 줄어들었고 급기야 우리 반에서 나만 빼고 다 넘을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은 뜀틀의 단을 조금씩 높였다.      


처음보다 높아진 뜀틀은 이제 나의 허리까지 올라왔다.

‘휴, 낮은 높이도 못 했는데 이걸 어떻게 한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내 차례를 기다리며 다른 친구들이 폴짝거리며 뜀틀을 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날 결국 한 단도 넘지 못했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괴감에 빠졌다.


‘나만 못해. 나는 실패했어.’      

다음 체육 시간이 되었다. 나는 어떻게든 뜀틀을 넘어보리라 마음먹었다. 남들 다 넘는 걸 혼자 무섭다고 못할 순 없었다.      

‘다다다다닥’

점점 눈앞에 뜀틀이 가까워진다. 나는 눈을 질끗 감고 소리쳤다.

‘얍!’

순간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마치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살며시 눈을 뜨니 내가 무사히 착지해 있는 것이 아닌가. 얼떨떨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나는 그 뒤로 늘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뜀틀이 좋았다.

     

시험관 시술은 내게 뜀틀 같았다. 내겐 높아서 도무지 뛰어넘을 수 없는 것 같은 그런 존재. 실패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나만 넘지 못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시험관 시술을 그만두고 이런 기분에 휩싸여 한동안 괴로웠다.     


시험관 시술하고 임신하지 못하면 우리는 실패라고 말한다. 실패란 말은 좌절과 슬픔이 묻어 있어 한동안 입 밖으로 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시험관 시술하시는 분들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시험관 시술에서 실패 따위는 없다고.      

뜀틀 앞에서 우뚝 섰던 건 실패가 아니다. 그저 뜀틀을 넘기 위한 과정일 뿐이었듯이 시험관 시술도 엄마가 되기 위한 과정이고 경험의 일부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비록 나는 엄마가 되지 못했어도 그 과정이 ‘나쁜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경험은 그저 경험일 뿐이다. 그것을 나쁜 경험으로 받아들일지 오롯이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이다.      


그래서 나는 실패자란 꼬리표를 떼기로 했다. 애초에 스스로 붙인 것이니 떼는 것도 내 몫이다. 살면서 실패라고 부를만한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실패란 말보다 경험이라 말하겠다.      


그저 경험일 뿐

나는 실패자가 아니다. 유경험자다. 이렇게 시험관 시술이란 뜀틀을 뛰어넘었다.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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